p26.
... 물체는 심하게 흔들리면 그만큼 마찰이 커진다. 인간도 심하게 움직이면 열이 난다. 옆에서 보면 분명 빛나고 있는 인간이 부러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빛나고 있는 본인은 뜨거워서 견딜 수 없다.
하늘의 별도 몇천 광년 떨어진 먼 지구에서 보면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다.
˝좋겠다, 저 별처럼 반짝이고 싶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지 모르지만 그 별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몇억 도에 이르는 열로 타고 있으니까. 더욱이 다 타서 재가 될 때까지 그렇게 반짝거려야만 하니까.
이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p63.
‘어린이는 훌륭하다‘,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요즘 어른들은 그런 한심한 소리를 한다.
어린이들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지 않은가.
...
전후 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되었다. 그 평등은 어디까지나 법 앞에서의 평등을 의미한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같은 법의 지배를 받으며, 같은 인권을 부여받은 것뿐이다. 실제로는 그 평등 역시 상당히 수상쩍은 면이 있지만, 일단 겉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착각한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
아무리 생각해도 평등하지 않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두 평등하다는 착각에 빠져들면서,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
시험도 그렇고 사회에서의 경쟁도 그렇고, 눈앞에는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는 결국 모든 실패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p76.
어린이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테를 두르는 법과 푸는 법이다. 테를 너무 풀어주면 나무통이 흐트러진다. 테를 너무 조여도 오래가지 못한다.
...
자유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테두리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하는 세계, 즉 테두리 없는 세계에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혼돈이다.
축구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
호나우지뉴의 패스와 슛이 그렇게도 아름다운 것은 축구라는 틀이 있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처럼, 부자유한 틀 속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자유가 더 빛난다.
...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은 장애물이 있을 때 더욱 풍부하게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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