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Firstborn
글 토어 세이들러 | 그림 조원희 | 역자 권자심 | 논장
푸른 배경을 가르는 늑대 두 마리와 까치 한 마리... 이 세 동물 중 책의 제목이 말하는 ‘맏이’는 누구일까? 표지를 보며 궁금증이 일었다.
가운데에 희고 푸른 늑대가 아버지라면 제일 앞에 있는 왜소하고 칙칙한 작은 갈색 늑대가 맏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늑대는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존재감이 작아 보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가운데에 커다란 늑대가 맏이인 걸까? 그렇게 짐작하기엔, 이 늑대는 다른 종이거나, 같은 종이라면 마치 아버지처럼 커 보인다. 그런데 늑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체 이 책에서 까치는 왜 표지에 까지 등장할 만큼 중요한 걸까? 설마 까치가 맏이인 걸까? 그럴 리가.
표지의 그림과 제목을 연결하며 작품을 이해하려는 사이 머릿속에 혼란이 일었다. 혼란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독서를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완독한 후에야,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혼란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편견, 혹은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주인공이 한 명일 것이라는 고정관념, 왜소한 늑대는 맏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주인공이 될 수 없으리라는 통념, 까치처럼 작고 하찮은 존재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편견... 나는 표지에서부터 이 책의 메시지에 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독자였는지도 모른다.
토어 세이들러의 ‘맏이’는 까치이지만 자신의 동생들과 가족과는 너무나 다른, 스스로의 세계를 찾아 탐험하고 싶어 하는 까치 매기와 푸른 털 빛깔 때문에 국립 공원에 강제 이주당했다 탈출한 강인한 늑대 블루보이, 그리고 블루보이의 첫째 아들이면서 꽃과 새, 벌레 등 주변의 자연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늑대 라마라는 세 명의 맏이를 통해 각 개인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치열하게 야생의 삶을 살아 내는 매기.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어떤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가족을 지키고 돌보는 팀의 우두머리인 블루보이. 상대를 배려할 줄 알면서도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할 수 있는 용기와 진정성을 가진 라마. 이렇게 각기 다른 세 명의 주인공 맏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그룹에 속한 일반적인 동물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 세 주인공들은 외모, 성격, 특성에서 각 그룹의 스테레오타입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내적 믿음에 따라 산다.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이들이 갖는 도전정신과 열정, 굳건한 내적 믿음은 이들 삶의 전체를 관통하며 이들이 겪는 모험과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된다.
‘맏이’라는 제목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세 동물을 지칭하는 제목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용기 있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며,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항해 최선을 다해 삶을 일구어가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그 존재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