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리커버)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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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다시, 성경으로,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책이었다. 그래서 에반스의 책을 다 읽어야지 해놓고서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읽은 피터 엔즈의 확신의 죄에서 에반스를 언급하는 걸 보았다. 그래서 이번엔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을 읽었다. 총평은, 기발하고 유쾌한 에반스를 만나 수다 떤 느낌이다.

 

성경적 여성, 성경적 교육, 성경적 성교육 등, 에반스는 성경적이라는 단어를 선별적으로 남용하는 복음주의자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완전 동의! 성경에서 어떤 부분을 취사선택해서 성경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얼마나 잦은가. 차라리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그래서 에반스는 자기가 직접 1년 동안 성경적여성으로 살아보는 실험을 한다.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성경에서 말하는 바를 일상생활에서 구현해 보는 모험을 한 것이다. 머리를 기르고, 정숙한 옷차림을 하고, 요리를 배우고, 기도할 때 머리를 가리고, 남편에게 복종하고, 동트기 전에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험담을 삼가고, 교회에서 잠잠하며, 생리 기간에는 스스로 격리된 생활을 한다. 이렇게 하면서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살아봄으로써 소위 성경적이라고 강조되어 온 여성성의 허와 실을 드러낸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주로 남성 목사님들이 이상적 여성상이라고 설교하는 잠언 3110절의 현숙한 여인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히브리어 에쉐트 하일용맹한 여인으로 번역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에반스는 잠언 31장은 여성을 향한 송가인데 여성이 지녀야 할 생활양식으로 자리바꿈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하바라는 유대인 여성에 의하면, 유대인은 에쉐드 하일을 규범으로 사용하지 않고 여성을 칭찬하고 존재를 인정하는 감탄문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나의 에너지와 창의성으로 가족에게 복을 전해 준다는 이유로 저를 칭찬하는 겁니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걸 할 수 있어요. 당신도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므로 잠언 31장 여인은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했느냐, 즉 용감하게 했기 때문에 칭찬을 받았다. 나도 나의 일을 용감하게 하면 에쉐트 하일, 용맹한 여인이 되는 것이다. 용감하게 결혼했고, 용감하게 자식들을 낳았고, 용감하게 입양했고, 용감하게 호모레겐스를 시도했고, 용감하게 손님을 초대했다. 이 책에서 에반스는 아이를 갖고 양육하는 것에 굉장히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9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두 아이를 낳았으니 에반스는 충분히 용감한 여성이다. 에쉐트 하일! 우리 모두 서로 에쉐트 하일이라고 칭찬해주면 좋겠다.

 

이 책의 한 가지 단점은,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실험한 여정을 공개한 블로그 글들을 엮다 보니 내용이 너무 장황해졌다. 그럼에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와 균형 잡힌 관점이 조화를 이루어 나와 동료여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성경에서 칭송받는 여성들은 전사, 과부, 노예, 자매 아내, 사도, 교사, , 왕비, 이방인, 창녀, 예언자, 어머니 그리고 순교자들이다. 이 여인들의 이야기가 책장 밖으로 뛰어나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일종의 보편적인 이상에 순응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문화와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 ‘성경적 여성성을 하나의 정의로 단순화하고 싶을지 모으지만, 여성이 되는 단 하나의 정도는 없다.”(399)

 

우리는 모두 선택을 한다. 우리는 모두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우리 삶에 적용할 것인지 고민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성경을 펼쳐 읽으며, 그것을 찾을 때 어떤 경향을 지닌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문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편견으로 읽고 있는가, 판단과 힘, 자기 이익과 탐욕이라는 편견으로 읽고 있는가?”(400)

 

어떤 랍비들에 따르면, 우리는 태어날 때 하나님과 줄 한 가닥으로 묶여 있다고 한다. 그 줄은 우리가 죄를 지을 때마다 끊어진다. 그러나 죄를 회개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로쉬 하샤나 기간(유대인의 설날-추가), 하나님이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셔서 줄을 다시 잇는 매듭을 짓게 하신다. 그러면 겸손하게 뉘우친 자들은 다시 한 번 하나님께 묶여진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하기에, 우리는 누구나 때때로 의에 이르는 길에서 실족하기에, 우리 줄은 매듭이 잔뜩 지어져 있다. 그러나 랍비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듭이 많은 줄은 매듭이 없는 줄보다 더 짧으므로, 죄를 많이 지었으나 겸손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하나님과 더 가까이 있다고.”(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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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람 - 부르심을 따라 살았던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
피터 맘슨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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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사는 지인들이 제법 많다. 물리적, 시간적 경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이런 생활방식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사도 아니고 심지어 공동체 회의론자인 내가 부서진 사람을 읽은 이유는 전적으로 출판사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바람이불어오는곳은 내가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다시, 성경으로를 출판했다.

 

부서진 사람은 아버지 에버하르트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에 관해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책에는 하이너라고 등장한다)를 중심으로 풀어낸, 일종의 기록문이요 역사서다. 마치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저자인 피터 맘슨은 하이너의 외손자다. 여느 청년이나 그러하듯,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던 피터는 어느 날, 외할아버지에게서 사랑받았던 따뜻한 감정을 떠올린다. 본인을 위해 외할아버지의 자취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하이너는 신비주의에 매혹을 느끼고, 아주 민감하며, 타인에게 헌신하는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 역시 자신만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그의 단점을 꿰뚫어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 에버하르트가 곁에 있었다. 아버지에 이어 공동체의 지도자로 살아가는 하이너에게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다. 공동체의 후원자로 하이너와 친구가 된 톰은 그 이유가 하이너의 인상과 인품 때문이라고 한다. 하이너와 이야기 나눈 사람들이 이 사람은 정말 내게 관심이 있구나라고 느꼈다니, 그의 덕과 성품은 지도자로서 본받을 만하다. 하이너는 공동체의 아이들 마음도 살핀다. 아이들 마음에 불편한 구석이 있으면 곧바로 알아채고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지도자였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지칭한 하이너의 친구 자니는 말했다. “산더미 같은 인간의 고통을 접하다 보면, 특히 나 같은 사회주의자는 마음이 무뎌지는 경향이 있다. 개별적인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그래야 용기를 잃지 않고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하이너는 정반대다. 절대 매몰차게 마음먹지 못한다. 그런 사랑은 슬픔에 찬 개인의 마음을 바로 꿰뚫는다. 참으로 순수한 희생이다.” 목표보다, 문제해결보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진 지도자가 있는 공동체는 뭔가 다르다.

 

어느 공동체나 그러하듯, 하이너는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배신을 겪는다. 하지만 배반을 당하고도 그는 당사자를 다시 신뢰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그의 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필요하네!”라는 말을 실천한 셈이다. 프리마베라 공동체를 썩게 만든 장본인을 용서하고 그를 다시 전적으로 신뢰한다. 웬만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판단이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 브루더호프 공동체가 셀 수 없이 많은 부침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것은 이러한 하이너의 지도력 덕분일 것이다.

 

하이너는 교리나 신학에 매여 쩔쩔매는 사람이 아니다. 말씀을 실천하는 데 애썼고 실제로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입혀 주고, 열심히 밭을 갈아 농작물을 나누고, 집을 지어 갈 곳 없는 자들을 머물게 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기를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 아니라 부서지기로 작정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 시대는 참으로 절박한 시대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우리에게 빛이 비춰서 사랑의 메시지, 새로운 사랑의 길이 온 세상에 전파되기를 기도합니다.” 유언 같은 그의 발언이 숙연하게 한다. 그가 보여준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복음의 삶을 나는 내 삶에서 어떻게 구현해내야 할까. 난감한 숙제를 받아들었다.


https://www.facebook.com/amykakim/posts/4326796477405071


#부서진사람 #바람이불어오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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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 렉스 - 남성성 신화의 종말
코델리아 파인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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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달에 두 번, 꾸준히 모이고 있는 섹슈얼리티 학습반에서 이번에 읽은 책이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생식 체계의 차이가 반드시 뇌의 차이를 낳고 그것이 다시 본성의 차이, 행동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간 인간 이해에 주류를 장악한 본질주의(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니, 행동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에 제동을 건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차별로 정당화해온 역사와 문화를 비판하는 책이다. 그걸 대표적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가져와 마치 공룡처럼 거대하다는 의미로 ‘테스토스테론 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제목에 쎈스가 넘친다.


남성 학습자 한 분이 이 책을 읽기가 불편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그간 우리는 '화남금녀' 이론에 길들어져 온 거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를 설명하려는 후발주자라서 그런지 과도하게 과학 실험과 이론을 많이 적어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생물, 실험,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주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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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게 다 인권 문제라고요? - 새로운 인권 감수성으로 만나는 청소년, 디지털, 기후위기, 젠더, 장애, 난민 이야기,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2021년 (사)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곰곰문고 6
김도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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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팜므 전 대표, 애정하고 존경하는 박진숙이 공저로 참여했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청소년, 디지털, 기후위기, 젠더, 장애, 난민, 각각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자와 활동가들이 생생한 사례를 들어 인권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해 놓았지만, ‘인권’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어른들을 위해서도 알맞은 책이다. 변화하는 시대, 알아야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다만, 1장에 나오는 청소년 인권 글은 읽는 내내 불편했다(미친 꼰대력인가?). 이 글이 모든 청소년의 마음을 대변하나 의아하기도 했지만,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이해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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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 2022-07-27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장이 불편한건 저뿐만이 아니었네요. 청소년책이 읽을 책에 쓸 내용은 아닌거같습니다.
 
확신의 죄 - 하나님은 왜 우리에게 ‘올바른’ 믿음보다 신뢰를 원하는가?
피터 엔즈 지음, 이지혜 옮김 / 비아토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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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올 수 없는 강 저편에도 하나님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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