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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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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책이다. 작가의 표현처럼 ˝결코 스스로를 다 채우는 법이 없는 욕망으로 드글드글한˝ 사람들 사이에서, ˝투덜거리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함께 키득거리고 싶은˝ 등장인물들의 소박함을 넘어 가난한 소망이 어떻게 철저히 파괴되는지 보여준다.

어떤 소재로 쓴 책인지 전혀 모른 채로 읽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더 많이 소유하고픈 욕망, 자기 부동산값이 올랐으면 하는 욕망, 자기 아파트 앞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 돈과 권력이 야합하고 조직폭력배들이 등장하는... 휴, 하나 하나가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인데 이 모든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찌나 긴장을 하고 읽었는지 다 읽고 나니 몸이 뻐근하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 아주 좋았다. ˝내 복수는 죽는 걸로 시작되는 거야.˝ 결과적으로 복선을 깔고 있는 이 문장이 내가 이 책에 몰입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역시 첫 문장이 중요해!

이 책의 주제 문장을 뽑자면 이거다. ˝욕망은 사람에게 이룰 것 같은 착각만 줘요. 착각, 딱 거기까지죠. 욕망은 결코 스스로를 다 채우는 법이 없어요. 욕심부릴 것이 사라지면 욕망이 뒈져버리거든요.˝(234쪽) 등장인물들처럼 자극적으로 내 욕망을 채우려 하진 않아도 내 안에 그들과 같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인정한다. 문경민 작가는 바로 그 욕망을 직시하게 만든다.

우리 안에는 드글거리는, 다 채우는 법이 없는 욕망이 있지만, 사소해보이지만 핵심적인 욕망도 있다. 바로 일상을 살고픈 욕망. ˝준호를 재운 뒤에 자영과 함께 자리에 누울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루를 돌아보며 투덜거리고 지긋지긋해하고 사소한 일로 등을 돌리고 화를 낼 수 있다면, 오래간만에 찾아온 좋은 일이나 웃긴 동영상을 함께 보며 키득거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243쪽)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도 이런 일상을 함께 누릴 관계가 없다면 인생 허무하겠지. 서로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우리 안의 두 욕망을 작가는 예리하게 잡아냈다.

책의 결말이 처참해서 다 읽고 나니 아주 찝찝했다. 책에서라도 해피엔딩을 보고 싶었나. 하지만 이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우리 마음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요모양요꼴이라는 걸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쓰려는 마음에는 앙심과 서글픈 감정이 깔려 있다고. 세상이, 사람이, 그리고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 생각에, 문경민 작가는 지독한 로맨티스트인 것 같다. 로맨티스트는 쉽게 상처를 입는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아빠이기에 거칠고 잔인한 이 세상에서 사는 게 더 아플 것이라 짐작만 한다. 나는 그저 작가가, 작가의 가족이 덜 아프길 바라고, 연약하고도 악한 우리가 조금만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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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운
문경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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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스스로를 다 채우는 법이 없는 욕망으로 드글드글한" 사람들 사이에서, "투덜거리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함께 키득거리고 싶은" 등장인물의 가난한 소망이 철저히 파괴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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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밤을 지날 때 -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 믿음의 사람들
다이애나 그루버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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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구원을 밤을 새우는 심정으로 기다린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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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밤을 지날 때 -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 믿음의 사람들
다이애나 그루버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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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이 책을 읽기에 딱이다. 겨울이라 춥고 빨리 어두워진다. 게다가 코로나 광풍이 2년 가까이 몰아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가족 내 갈등, 취업과 학업 문제, 사회적으로는 남녀갈등과 세대 차이 등등, 영혼의 밤은 우리 인생의 길목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어느 시점, 혹은 평생, 영혼의 밤을 살아간 신앙의 선배 7명의 이야기를 우울증이라는 코드로 풀어낸 책이다.
영혼의 밤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 어떤 증상, 어떤 상태를 ‘우울증’이라는 병적 증상으로 볼 것인가, 이 판단은 숙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라 내가 말을 보탤 수는 없겠다. 다만, 저자는 31~32쪽에 무엇이 우울증의 증상인지 DSM-5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다.
돌이켜보니, 나는 꽤 오랜 기간 이 증상들을 가지고 살았다. 특히 1988년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 그 이후 쭉, 그렇게, 만성적인 우울증 증상을 갖고 살았다. 저자는 한나 앨런의 이야기에서 말한다. “습관과 생각, 심지어 작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는 영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우울증은 영적 문제이다. 그렇다고 우울증을 영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서 원인을 영적인 부분에서 찾고 영적으로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몸의 상태가 나빠지면 영혼도 결코 평안할 수 없다.”(101쪽) 이처럼 몸과 마음, 영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형성한다. 섣불리 믿음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 스스로 우울증 증상을 ‘믿음 없음’으로 치환하며 자책한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우울증을 겪은 저자는 말한다. “다른 질병처럼 우울증도 사람마다 다른 증세를 보인다. 어떤 사람은 “절름거리더라도” 걸을 수 있지만 어떤 이는 완전히 드러눕는다. 일상에서 자기 일을 꾸역꾸역 해 나가면서 활동과 맡은 책임을 다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우울증의 증세가 누가 더 순종적이고 신실한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223쪽) 영적 스승으로 알려진 찰스 스펄전도 이렇게 말했다. “우울하다는 것이 은혜에서 멀어진다는 증표는 아닙니다. 기쁨과 확신을 잃은 때 도리어 영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196쪽)
저자는 이 책에서 마틴 루서 킹 주니어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서술한다. “이 책에 나온 인물 중 유일하게 현대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신과 의사를 찾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가. 더는 의지만으로 견딜 수 없으며, 머리가 돌아 버린 것 같다고 고백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237쪽) 우울증 증상이 한창이던 때, 30년, 20년전 쯤, 내 경우에도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길은 가파르고도 높았다. 지금은 정신의학 전문의도 많아졌고 문턱도 낮아진 것 같다. 정신과, 정신과 병력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모두 해피엔딩은 아니다. 시인이며 찬송가 작사자인 윌리엄 쿠퍼의 삶은 비극이다. 저자처럼 나도 의문이 많다. “왜 하나님께서 어떤 경우엔 기적적으로 치유하시고 어떤 경우엔 그러지 않으시는지 이해하기 위해 나는 발버둥친다.”(175쪽) 이땅에 사는 동안 “아직 끝나지 않은” 긴장의 고통(163쪽)을 부여잡으며, 아직 오지 않은 구원을 밤을 새우는 심정(163쪽)으로 기다린다.
이 책의 저자 다이애나 그루버는 “영혼의 밤을 지날 때”가 그녀의 첫 책이다. 자신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우울증을 겪었다고 누구나 이런 균형 잡힌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다. 그녀의 글은 따뜻하면서도 냉철하다. 약하고 힘든 사람들 편에 기울어져 있지만, 같이 ‘폭망’하는 사람은 아니다. 무겁지만 희망이 무엇인지, 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알고 글을 썼다. 문장들도 참 좋다.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글은 역시 우울한 상태에서 써야 깊이 있는 문장이 나오는 건가?!’ 싶다. 영혼의 밤을 살아내느라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에게 이 연말,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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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리커버)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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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유쾌한 레이첼 헬드 에반스를 만나 수다 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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