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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는 돼지가 다 먹었지요 -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이야기들, 패설집 ㅣ 겨레고전문학선집 19
유몽인.정재륜 외 지음, 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7월
평점 :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돼지가 폭포를 먹었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생각했다. 이 책을 처음 집었을때는 두껍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짧은 이야기들이라 생각보다 술술 읽혀나갔다. 그리고 그 짧은 이야기 속에 이 시대를 살았던 우리 어른들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으니 더욱 재미있을 수 밖에.
나는 패설이라하면 세상에 돌고도는 그저 재미난 이야기들이려니 생각했다. 물론 호기로운 사람들의 재미난 이야기도 많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다.
매번 윗자리 사람들이 찾아와 이것저것 바라는 것이 얼마나 많았으면 폭포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폭포는 돼지가 다 먹어버렸다'고 말해버렸을까 싶었다. 그리고 쌀을 지고가다가 물에 빠진 사람에게 쌀을 버리고 나오면 살 수 있다고 말해주는데도 그 사람은 '쌀을 버리고 사느니, 쌀을 지고 물에 빠져 죽겠다'고 말하고 결국 물에 빠져 죽어버린다. 이 이야기를 읽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고,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의 진실은 조금은 힘들게 아래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묻어나는 것 같다.
진짜 조선 시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들. 이런 것이 바로 진짜 패설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우리 나라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