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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로 살 뿐 1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ㅣ 다만 나로 살 뿐 1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평점 :
원제스님의 여행기에는 다양한 시선이 있을 뿐 과장과 수사가 없다. 타자와 여행자 자신, 산과 강, 바다와 사막 등 자연을 향한 그의 시선에서 다양한 인문과 풍경이 그려질 뿐이다. 그 시선은 예리하고 엄중하지만 가볍고 따스하다. 단순한 언어와 문체는 그 시선에 조응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 나는 세계 각처를 걷고 또 걷는다. 걸으면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여행이 곧 수행'이고 자신과 타자와 자연과의 대화라는 사실을.
그렇다고 이 여행기에 수행과 성찰과 대화만 있는 게 아니다. 재미와 감동도 있다. 재미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스님의 순진무구한 호기심에서 나오고, 감동은 사람에 대한 공감과 진심에서 나온다. 여행 중에는 많은 사람들과 자연이 그저 스쳐지나가기 마련인데, 스님은 사람과 자연을 건성으로 대하는 법이 없다. 미국인 피에르와 해남 스님과의 담백한 우정과 사랑, 그들의 죽음에 대해 읽다가 저도 몰래 눈물을 훔쳤고, 우연히 만난 몸이 성치 않은 소년과 사진 찍고 그 소년의 아버지한테서 피자를 공짜로 대접 받는 장면에선 웃다가 또 울었다. 젊은 날에는 영화와 소설을 보면서 많이도 울었는데, 나이 들어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건 난생 처음이다. 그것도 시원한 동네 도서관에서 여행기를 읽으면서...(책을 구입해 아이들에게도 읽히기로 했다.)
십수년 전에 수도암에서 템플스테이를 짧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원제 스님이 없었다. 먼 앞산의원추 모양의 능선과 시를 쓰셨던 원인 주지 스님과의 만남과 대화가 새롭다. 인연이 닿으면 언제 수도사에 가서 원제스님의 친필 사인이라도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