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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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판단 이전에 감정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우리가 종종 사랑해서는 안 되는 대상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다. 《괴물들》의 저자 클레어 데더러는 평론가 데이브 히키를 인용하며 이렇게 적는다.

“미(beauty)는 좋아해야 하는지 안 하는지에 상관없이 저절로 마음과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p.300

◈ 왜 우리는 빌런을 사랑하는가

늘 궁금했다. 천재 예술가의 괴물성은 용인될 수 있는지. 우디 앨런, 피카소, 헤밍웨이, 마일스 데이비스, 레이먼드 카버, 바그너 천재 예술가이자 빌런의 얼굴을 한 인물들. 영화감독이나 연예인을 포함하면 국내에도 많다.

예술가들의 사생활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가에 관해서라면 단연 노, 지만 그게 변치 않는 팬심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글이 좋으면 글쓴이가 좋아지고 그림을 읽으려면 화가의 삶을 이해해야 하니까. 그리고 클레어가 말하듯 우리는 ‘윤리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도덕적 감정을 품는다.’

가령 영화 '애니홀', '미드나잇 인 파리'로 유명한 감독 우디 앨런과 세기의 불륜으로 불리는 한국계 아내 순이 프레빈의 결혼 혹은 9년째 연애 중인 홍상수-김민희의 사례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관객으로서 그들이 만든 작품 감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클레어는 지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나 자신 또한 어떤 수준에서는 완전히 올곧은 시민이 아님을 알고 있다고. 그렇기에 빅토리아 시대부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인간의 사악함과 나약함이라는 이중성을 제시해 왔다는 것. 물론 우디 앨런의 사생활이 여성주의적으로도 사회 도덕적 관점에서도 비난받을 여지는 분명하지만, 그 논란의 이면에는 어떤 사람을 더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면서 얻는 도덕적 우월감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 여성 괴물성

클레어가 정의하는 ‘괴물성’은 천재 남성 예술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영화화 된 길리언 플린의 소설 《나를 찾아줘》를 인용하며 ‘여성 괴물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재미있다. 세련된 취향을 갖고 현실에 발붙인 동시에 페미니즘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으며 남자들에게도 인정받는 ‘쿨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 동시에 히틀러의 연인이었던 위니프리드처럼 나와 같은 성이 인정받지 않는 곳에서 나만 인정받을 때의 기쁨 같은 것.

나아가 글을 쓰기 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복도에 있는 유모차를 무시하는 ‘작가이자 엄마’인 클레어 자신의 이기심까지. 그리고 덧붙인다. 여자들은 글을 쓰거나 예술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면서 때로 나쁜 엄마, 괴물이 된 기분을 느낀다고. “여타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범상한 괴물성, 누구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 억압된 하이드가 있다.” p.217

◈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하는 일

‘억압된 하이드’에 관해서라면 어디 ‘작가 엄마’ 뿐일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의 괴물 정도는 하나씩 키우고 있다. 다만 그 모습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차이가 있겠지. 천재 예술가를 매혹적인 빌런으로 만든 괴물성이 여성에게는 모성에 반하는 개념 정도로 그친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사랑은 무정부 상태다. 혼돈이다. 우리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성이라는 차가운 기후와는 완전히 다른 기후 시스템인 감정적 논리에서 결점 투성이의 불완전한 인간을 사랑한다.” p.315

어쩌면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읽은 가장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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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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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근대 여성작가와 현대 여성작가의 소설 함께 읽기로 기획된 작가정신 ‘소설-잇다’ 여섯 번째 시리즈다. 가부장제 식민지 체제에서도 자신만의 삶과 문학을 가꿨던 박화성, 매력적인 서사와 이채로운 캐릭터, 시의적 화두를 녹인 소설로 인정받는 박서련 작가의 콜라보. 박서련 장편 《더 셜리 클럽》을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라 반가웠다.

박서련의 짧은 소설 《정서에 합당한 우리 연애》의 주인공은 림과 진. 둘은 인문학 독서 동아리에서 근대여성 박화성 소설 《하수도 공사》를 함께 읽는다. 극중 용희의 대사 ”우리의 연애는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대목을 토론하는 식으로 과거와 현재는 연결된다.

“진은 완벽했다. 똑똑하지만 재수없지 않았다. 조용하면서 친화력이 좋았다. 온유하면서도 강직했고 소탈해서 부담없는 한편 범상치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여자 친구로서의 진은 조금 더 특별했다. 예쁘면서도 멋있었고 점잖지만 야했다.“ p.193

정세에 합당한 연애란 무엇인가.

림의 고백으로 진과 림은 곧 사귀게 된다. 평범한 청춘의 풋풋한 연애가 왜 정세에 합당하지 않은지는 소설의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생략.. 마지막 장에서 림은 백 년 전 소설 속 용희의 말을 떠올리며 되뇐다.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

연애한 지가 너무 오래된 탓일까. 잘 읽히고 신선한 소설이었지만 어떤 울림은 없다고 생각하던 와중 말미에 실린 해설에 반해 홀린 듯 인덱스를 붙였다. 근사한 문장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전청림의 해설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거세게 몰아치는 심장만이 전부인 것처럼 날카롭고 용감하다가도 깊은 우물처럼 차가워지는 박화성의 고독, 가늘고 나긋하게 흐르면서도 대담하게 급류에 합류하는 박서련의 기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솔직한 물의 욕망을 닮았다. 아픔을 과시하지 않고 실패를 상찬하지 않는 이들 문학에서 어떤 충격에도 손상되지 않는 부드러운 유연성을 본다. 굽이치는 세계의 폭력성과 유한성 앞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은 채 잔잔히 흐를 줄 아는 그 신비로운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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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맨 암실문고
마틴 맥도나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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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가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가 곧 권력이 된 시대. 천재 극작가 마틴 맥도나는 대표작 『필로우맨』을 통해 묻는다.

인간에게 이야기란 무엇인가.

배경은 취조실, 주인공은 사형 선고를 받은 이야기꾼 카투리안과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투폴스키다. ‘이야기꾼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모토인 카투리안에게는 지적 장애가 있는 형 마이클이 있다. 마이클은 카투리안의 이야기 속 궁금했던 장면을 하나씩 실행하고 창작과 삶은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다. 그는 말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

문제는 그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음산하고 잔혹하며 슬프고 기묘하다는 것.

이를테면 원형 베개 머리에 단추눈과 미소 짓는 커다란 입을 가진 필로우맨은 아이들을 돕는다. 삶이 끔찍하고 힘들어서 슬플 때, 목숨을 끊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얼핏 비극적인 사고처럼 보이도록 방법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필로우맨이 자기 일에 성공하면 어린아이는 끔찍하게 죽고, 성공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까지 끔찍하게 살다가 죽는다는 끔찍한 이야기.

대체 왜. 끝까지 읽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거창한 의미말고 재미. 잘 만들어진 스토리의 공통점은 흡인력과 몰입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배우 최민식이 카투리안 역을 맡아 열연한 2007년 공연 이후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된 이 작품은 강렬한 스토리와 충격적인 설정으로 여전히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꾸준히 세계 곳곳의 무대에 올려지는 이 걸작의 공식 각본이 정식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완독 분량은 200페이지 남짓, 기묘한 이야기로 ‘집중맞은 도둑력’을 되찾고 싶은 분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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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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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되 소박함이 있고, 지혜로움을 사랑하되 유약함이 없습니다. 부를 일의 적절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말로 자랑할 대상으로 사용하지 않지요. 가난을 수치라 여기지 않고 벗어나려 일하지 않음을 수치로 여깁니다. _《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끈 페리클레스의 연설문 중 일부. 《김헌의 그리스로마 신화》 서문에 실린 문장이다. 아테네가 페리클레스 시대에 가장 위대했던 것은 그들이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덧붙인다.

지혜를 사랑하는 일과 신화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적는다. 세상의 탄생과 현상들을 궁금해하며 던진 질문들에 신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로 답한 것이 신화이고, 신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따라서 지혜(sophia)를 사랑(philo)하는 자, 철학(philosophia)자라는 것. 단순히 유용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앎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지혜에 대한 사랑, 즉 철학이라는 논리다. 철학과 신화에 매료되는 이유가 그래서였다니.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마음이 가는 독자로서 어쩐지 모든 것이 논리정연하게 맞아떨어진다. 무에 우주의 진리를 발견하겠다고.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수요일에는 《김헌의 그리스 로마신화》 강연이 있었다. 평소 좋은 북토크가 많아 눈여겨보던 서교동 마음산책 출판사 내 강연장 마음폴짝홀 첫 방문이라 더 설렜다. 주제는 테베 신화와 오이디푸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몸을 섞을 운명이라는 아폴론의 신탁을 타고난 코린토스 왕자 오이디푸스는 끔찍한 운명을 피하고자 왕자를 포기하고 길을 떠난다. 여정에서 무례한 왕족과 스핑크스를 처치해 테베의 왕이 되지만, 테베에 때아닌 역병이 돌고 그 이유가 전왕 라이오스의 살해자 때문이며, 범인이 자신이고 아내로 맞은 미망인 이오카스테는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에 두 눈을 도려내 스스로를 테베에서 추방한다는 이야기. 언제 들어도 섬뜩한 운명론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인간은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가.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정도의 믿음이지만, 삶에는 얼마간 정해진 부분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왜 인간은 열심히 사는 것과 무관하게 고통받는가. 오래 전 그 의문은 사주팔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년, 월, 일, 시를 뜻하는 네 개의 기둥 4주, 한 기둥 내 천간과 지지 두 글자씩, 8자로 이루어져 사주팔자다. 여기서 자신을 의미하는 세 번째 기둥인 일주의 천간, 즉 일간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글자는 ’십신‘이라는 열 개 글자 중 선택되는데 그중 일곱 개만, 때로 같은 글자가 겹치기도 하니 팔자에 모든 복을 고루 갖춘 완벽한 생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이 사주와 10년 단위로 바뀌는 대운의 흐름을 맞춰보는 것이 사주 풀이다. 유명하다는 점집을 찾아다니고 관련 책들을 주워 읽은 잡지식이지만.

결론은 인간은 태생적으로 결핍된 존재이며, 아무리 잘 타고나도 운의 흐름과 맞아야 한다는 것. 지혜롭고 용감하며 도덕적으로 고결했던 오이디푸스마저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의 무자비 앞에서는 속수무책 아니었던가. 반대로 말하면, 특출나지 않아도 타고난 기질에 맞는 길을 잘 선택하면 비교적 평탄하게 산다는 뜻이다. 저마다 정해진 길이 다르니 남을 부러워할 것도 우월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사업하면 안 될 사주라는데 굳이 하겠다고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그렇기에 옛 선인들은 너 자신을 알라고 하셨으며 오늘날 지성인들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부르짖는 것 아닐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지만, 오이디푸스가 영웅으로 존중받는 것은 그가 스스로를 응징하면서까지 테베를 구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기 때문일 것이다. 운명 앞에서 비겁하게 도망치거나 무력하게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말에 행동으로 책임을 다한 것. 그래도 두 눈까지 도려내지는 말지, 오이디푸스는 그러나 그 선택으로 마음만큼은 한결 자유로워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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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인류의 삶을 뒤바꾼 공진화의 힘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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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를 잇는 진화론의 고전.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대표하는 과학저서다. 2009년 판본 ‘유전자만이 아니다’에 주석과 서문이 보강돼 재출간된 책. 환경과학박사 피터 J. 리처슨, 인류학박사 로버트 보이드가 썼다.

다 유전이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식의 회의와 안도가 뒤섞인 조언을 듣는다.
키, 성격, 두뇌 등 얼마간 타고난 유전 형질이야 있겠지만, 후천적 교육과 환경, 사회 문화의 영향도 분명하지 않은가. 한 부모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도 같은 삶을 살지는 않으니까. 언뜻 생각해도 인류는 유전과 문화의 공진화적 산물이다. 이 책은 그 직관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로 풀어낸다.

흥미로운 예시 중 하나는 자녀 수에 관한 연구.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는 자녀 수가 적은 사례가 꽤 많다. 왜 생존에 유리한 좋은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지 않을까. 유전자의 제 1목적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이기적 유전자》의 전제를 고려하면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현상은 유전자 진화론의 대표적인 ‘예외’다.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경쟁 우위에 설수록 많은 자녀를 가져야 옳지만 문화적으로는 적은 자녀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부모 자신도 계발하는 개체가 유리하다. 출산율 저하는 유전자가 문화적으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것.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비슷한 사례가 언급된다.

“가톨릭 신부, 불교의 승려, 중국의 환관처럼 아이를 갖지 않는 엘리트의 등장은 자연선택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에 모순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이 아이 낳기를 포기했으니 말이다. 금욕의 원인은 먹을 거리가 부족하다거나 짝짓기 상대가 부족하다든가 하는 환경적 조건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가 10여 세기 동안 살아남은 것은 ‘독신주의 유전자’를 물려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약과 가톨릭 교회법의 ‘이야기’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p.60

예외의 예외들도 떠올라 슬쩍 반박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유전자를 넘어선 ‘언어와 문화, 이야기의 힘’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언어이며, 역사적으로 언어는 문화 전파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사려 깊고 지적으로 엄격하며 논점이 명쾌하다,”는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추천사처럼 촘촘한 사례와 명확한 논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다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독자로서 진화심리학과 인간 행동 생태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밀도가 가볍게 와닿지는 않았다. 도입부에 실린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에 따르면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 수잔 블랙 모어의 《밈》, 최재천의 《다원지능》, 데이비드 무어의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와 함께 읽으면 인간 행동과 사회 진화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키듯 좋은 독서는 시야를 확장한다. 타인의 눈으로 본 세상을 간접 경험하며 우리는 인식의 틀을 넓힌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으로 인간 행동과 심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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