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가
정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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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존립은 무엇이 좌우할까요?

제 생각에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연대의식과 공동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많지요. 보다 큰 것을 위해 개인적 이익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마음도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나 이 책 [ 젠가 ] 에도 나오듯이 공동체보다는 개인적 욕망을 좇는 마음들만 모여있다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지방에 위치한 한 소도시인 " 고진 " 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 " 내일전선 " 이 있습니다. 수도인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취업을 하게 되는 작은 기업이지만, " 고진 " 에서만큼은 유명하고 큰 힘을 발휘하는 기업이지요. 하지만 지역색이 너무 강해서일까요? 공동체의 발전에는 결코 좋지 못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소위 골품제도라는 것이 존재하지요.

고진시에서 태어나 고진에서 중고등을 마치고 대학교까지 졸업하면

그 사람은 소위 성골이 됩니다. 즉, 직원에서 임원까지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것이죠.

반면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고진시에서 태어났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했다면 그 사람은 결코 성골이 될 수 없습니다.

본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성공이라는 사다리를 탈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죠.

뭔가 익숙하게 들리신다구요? 그렇습니다. 이 " 젠가 " 라는 소설 속 배경인 " 내일 전선 " 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모아놓은 집합체같은 곳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어리둥절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사회파 소설에서 종종 보이는 선한 영웅과 악한 범죄자 구도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좇을 뿐입니다. 선하고 악하고가 보이지가 않아요.

이 자본주의 사회,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선한 주인공을 기대했던 내 마음이 억지였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건 소설의 스토리를 간단 요약하자면, 영업부 과장인 서희철이 발주 과정에서 작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회사의 품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인데 사실 급한 경우 그것은 관행이었지요. 그런데 서희철의 직속 상관인 김호열은 모든 책임을 부하직원인 서희철에게 돌리려 합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서희철이 회사의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김호열의 부당함을 고발합니다.


한편, 업무 능력이 뛰어난 성골 이형규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으나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 ( 여직원에게 성추행 ) 때문에

지금은 강제 휴가를 받게 되고 그 소식은 곧바로 아내에게 알려져서 이혼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고민을 하던 그 순간 그에게 다가온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김호열.

김호열은 자신에게 맹공을 시작한 서희철을 무너뜨릴 카드로 이형규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그들의 갈등은 과연 어떤 결론을 맺게 될까요?

이 책 속의 주요 배경인 " 내일 전선 " 은 골품 제도로 인해서 혜택을 입는 자들과

혜택받지 못하는 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갈등 관계가 조성이 되어 있어요.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찾아 무너뜨리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내일 전선이라는 기업과 고진 매일이라는 신문사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진 매일은 대중들에게 영양가있는 뉴스를 전달하는 참된 언론인의 자세보다는

기업의 홍보나 광고를 해주고 대신 떡고물을 받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지요.

기업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기사를 싣는 즉시 그 신문사는 기업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결국 그들의 관계는 금이 갈 수 밖에 없지요...

소설 [ 젠가 ] 는 매우 가독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그대로 소설 속으로 옮겨놓은 듯 하여 생생한 현장감이 돋보입니다. 그냥 우리네 회사 이야기 같아요. 정말 자연스러운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가 곧 우리 나라의 불투명한 미래를 가리키는 건 아닐까? 해서 매우 찝찝했답니다. 골품제도란 곧 무능력한 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언론이 기업의 눈치를 보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소설 [ 젠가 ] 도 [ 허쉬 ] 처럼 드라마화되는 걸 보고 싶네요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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