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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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하루는 영화를 닮아 있다

뭔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빛을 뿜어내고 긍정의 아우라를 풍깁니다.

이 책 [ 오늘의 시선 ] 의 저자 김시선 씨의 얼굴도 그런 빛을 뿜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영화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나는 주로 책을 통해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편이지만, 책과는 다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각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존하는 매체여서 책에서 느끼는 감동이 천차만별이라면, 영화는 책을 이미지로 구체화했다는 면에서 좀 더 보편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죠?

유튜버로 유명한 김시선 저자는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합니다. 삐딱한 시선이 나쁘다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영화를 단순히 평론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연인을 너무 사랑해서 더 넓게 그리고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목마름이 엿보인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습니다. 이 책에는 받아적고 되풀이하고 싶은 인상적인 문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영화를 통해, 나오는 대사를 통해, 감동을 전달해주는 김시선 저자의 표현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98쪽

 계속 같은 질문을 들으면 질릴 만도 하지만, 막상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좋은 영화를 보면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서라도 ” 이 영화 죽이지 않아요? 어땠어요? “ 라고 묻고 싶으니까.

그 기분을 아니까. 세상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 좋은 걸 보면 나누지 않고선 병에 걸릴 것 같은 사람. 좋은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듯. 좋은 영화가 있으면 나누고 싶은 사람 .”

김시선씨는 영화를 사랑하는 상훈이라는 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영화를 비판하기에 급급한 사람들 가운데서 상훈이 형은 영화의 ‘ 빛 ’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면 그 전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영화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입니다.

상훈이 형은 좀비 영화 속 특징 없던 한 장면을 언급하며 우리가 생과 사를 오가는 다급한 상황에 처할 때 ‘ 당연하다 ’ 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 특별해지는지 ’를 이야기합니다. 엄청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어요.

163쪽

 영화를 사랑하는 척하는 이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을 끊임없이 꺾는다. 틀렸다고, 바나나는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깔보고 무시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 사랑하는 척 ”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지 말길 바라며 쓴 대목입니다. 어떤 영화를 몇 번 보고 어떻게 평가를 잘 해내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영화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러둡니다. 예전에 나는 “ 이터널 선샤인 ”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서 펑펑 울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한국에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었는데 후에 한국에 다시 재개봉하고 사랑받는거 보고 너무 기뻤어요.

내가 느낀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기뻤다고 할까요?

176쪽

“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

영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는 2007년 인터넷의 영향으로 폐간한 잡지 [ 라이프 ] 지에 관련된 일을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 월터는 마지막 호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전설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만나 아이슬란드에 사는 눈표범이라는, 매우 희귀한 동물의 사진을 담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며칠을 기다린 후 드디어 눈표범이 나타나고 월터는 숀이 그 동물을 찍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우 답답하게도 숀은 그냥 렌즈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만 있죠. 왜 사진을 찍지 않냐고 닥달하는 월터에게 숀은 이렇게 한마디하죠.


“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어떨 때는 안 찍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우리 현대인들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사진 찍기기에 급급하여 그 순간을 못 즐기는 듯 합니다. SNS 가 등장하면서 좋은 점들이 많아졌지만 단점도 많이 생긴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영화 속에도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책 [ 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 은 영화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운 영화를 사랑하는 김시선 저자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줍니다.

뻔하지 않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 [ 오늘의 시선 ]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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