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스테이 - 세계 18개국 56명 대표 시인의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김혜순 외 지음, 김태성 외 옮김 / &(앤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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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전 지구가, 아니 인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모르는 이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 미세 몸뚱이를 가지고 인간을 괴롭히고 또 괴롭혀서

어느 경우에는 죽음으로도 이르게 한다.

상상속에서만 가능했던, 혹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의 최대 사망이 지금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이른바 “ 코로나 블루 ” 라는 신조어도 생겨난 상황이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 때문에 바깥 출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 특히 젊은 층 가운데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때 힘을 주고자, 세계 각지의 시인들과 문인들이 힘을 합쳤다.

문학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사회의 성찰을 이끌고 힐링의 힘을 줄 수 있는게 문학이 아닐까?

이 [ 지구에서 스테이 ] 라는 시집은 그야말로 이 처참한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이 만든

이른바 [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 이다.

코로나 때문에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고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그리고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있다.

이 때에 나온 이 시집은 그래서, 매우 시기 적절하고

치유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인상깊었던 작품을 들자면

우선 홍콩의 시인이자 영화평론가인 쩅젱헝 시인의 시였다.

영화평론가여서 그런지 죽음을 마치 사신처럼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강렬한 어두움 덕분에 오히려 죽음에 맞설 힘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항역시대

허공에 말라비틀어진 해골이 춤추고 죽은 신의 낫이 하얀 빗살을 반사한다

지상의 사람들은 문을 잠가 자신을 가두고 어린아이 혼자 놀고 있다

그들은 사방이 담벼락으로 자신의 세계를 측량하고 여러 해 전의 얼굴이 돌아와

소리 없는 소식을 남기지만 아무도 고개를 돌려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아침 햇빛이 죽은 신의 낫을 비춰

검은 옷의 그림자를 반사한다

말라비틀어진 해골이 입을 벌려 웃으면서

다시 손을 들어올리고 발을 구르며 춤을 춘다

지구에서 스테이 중 - 쨍젱헝 시인의 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목숨을 빼앗아가기 위해 도사리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사신의 이미지로 너무나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마음에 들었던 시는, 에드거 바서라는 작가의 [ 히포콘더 ] 라는 시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킨 공포로 인해서 마비되어버린 인간의 이성 ( 인종차별 등등 )

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시를 지었는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하여

정말 마음에 들었던 시이다.

히포콘더

( 중략...)

버스 안에서 기침을 한 너를 화난 승객들이 걷어차서

길거리에 내팽개칠 때 문명은 종언을 고한다.

모두가 숨 쉬려고 발버둥치고 있어.

파스타 통조림이 매진되고

산소통을 메고 산소 마스크를 쓰고 유령도시를 헤맨다

슈퍼마켓 앞에서 쓰러진 아이가 헐떡이고 있어

나는 빙 돌아서 지나간다

(중략...)

어서 오세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어두운 밤길을 필사적으로 달린다.

지구에서 스테이 중 에드거 바서의 시

시를 읽을 기회가 요즘에 많이 없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시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글귀에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이 시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과는 다른 느낌과 인상을 준다고 할까?

코로나 시대의 울분과 슬픔, 상실과 회한 등등을 표현하고 있지만

결국은 모두가 한 소리로 희망을 부르짖고 있어서

이런 책 덕분에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러권 구입해서 사람들에게 선물로 보내면 좋을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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