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올리버 색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알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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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은 폭이 약 4M정도 되는 좁은 길로 차 한대가 지나가면 길옆으로 비켜주던가 아주 조심스럽게 스쳐 지나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 길 옆에는 공장이 하나 있는데 전형적인 가건물 스타일로 프리페브로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몇 년 동안 다니면서 지붕까지 신경 쓰면서 다녀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 오는 길에 멀리서 그 공장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공장이 있는 쪽에 콘크리트펌프 차가 붐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길 저 좁은 골목에 콘크리트펌프 차가 있으면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고 다시 한번 그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콘크리트펌프 차의 붐은 보이지 않고 공장의 지붕 용마루가 보였다. 순간 나는 내가 착시현상을 겪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지붕의 용마루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콘크리트펌프 차의 붐과 비슷한 색이었고 붐을 비스듬히 펼쳐 꺾은 모습과 비슷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분명 콘크리트펌프 차의 붐을 보았었고 잠시 고민했던 터여서 순간 그런 현상에 놀랐었다. 그것은 내게는 처음 있었던 착시현상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착시는 무의식의 작용이지만 언젠가의 나의 경험과 판단에 의하여 저장되었던 기억의 왜곡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내게 착시현상의 동기라면 그 좁은 길을 다니면서 그런 길에 공사차량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나하고 언젠가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고, 고민의 이유는 그 길에서 가끔 레미콘 차량이나 대형화물차를 만나는 바람에 자전거에서 내려 비켜서있곤 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중간에 내려 서있는 것은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이렇게 착시현상을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도 어쩌면 심리적 충격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스스로 방어기제를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착시현상뿐 아니라 언제부터인가는 꿈을 꾸면서 꿈을 개조하기도 한다. 또는 꿈을 꾸면서 내가 지금 꿈을 꾸는 중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을 자각몽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이와 반대인 현상으로 꿈을 꾸고 있지만 꿈이라는 사실을 알지는 못하는 상태이면서도, 깨어 있는 상태인 것으로 인식하는 거짓각성이라는 증상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대부분 꿈을 꾸는 중에 내가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깨어나는 적이 많다.

 

우리는 눈으로 보자 않는다. 뇌로 본다. 뇌에는 눈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입력정보를 분석하는 여러 장치들이 수십 개나 있다. 뇌의 뒤 쪽에, 후두엽에 위치한 1차 시각피질에서는 망막의 점을 피질 위에 일대일로 옮기는 매핑작업이 이루어진다. 시야에 들어온 빛, 형태, 방향, 위치가 표시되는 곳도 이곳이다. 눈에서 들어온 영상자극은 일종의 우회로를 거쳐 대뇌피질로 가는데, 이 때 일부는 뇌의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그래서 각 눈의 시야의 왼쪽 절반은 우뇌의 후두피질로, 오른쪽 절반은 좌뇌의 후두피질로 간다. 따라서 한쪽 후두엽에 손상이 오면(예를 들어 뇌졸중으로), 시야는 반대쪽 절반이 사라지거나 결함이 생긴다. 이를 반맹이라 한다.

<9장 반쪽 시야를 차지한 환각/209P>

 

착시를 깨어있는 상태에서 뇌가 착각을 하는 것이라면 잠을 자는 상태에서 뇌가 하는 작용을 꿈이라고 할 텐데 인간은 언제부터 꿈을 꾸게 된 것일까? 수 만년 전 혹은 어느 때부터 인류의 뇌가 발달하기 시작했던 즈음일까? 아니면 현생인류와 비슷한 뇌의 용량이 자리잡은 그 때부터 일까? 혹은 뇌의 역할이 다양해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꿈을 꾸어온 것일까? 그렇게 어느 시기부터이든 간에 꿈을 기억하기 시작한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꿈에서 특별한 무엇을 보았는데 잠에서 깬 후에도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것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당연히 뇌의 작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며- 착시현상과 꿈을 엮어서 이야기를 꾸며내는 능력이 생긴 어떤 사람이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의 일부분이나 한 현상이 상징적으로 나타났거나 전위될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면? 그가 특히 뇌의 측두엽에 이상이 생겨서 환각을 보는 능력까지 생겼다면? 그는 아마도 인류최초의 주술사나 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보는 또는 겪는 환각이나 착시 또는 자각몽 등의 능력에 따라 의료 혹은 환경, 역술 등의 방향으로 나누어 졌을 것이며 그 능력은 무리에게 공포를 주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나 자연으로부터 보호 혹은 예측 등이 필요한 농경생활에서는 버리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그는 그때부터 무리의 우두머리와 공존하는 능력을 키웠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 원시생활 영화에서 보는 추장과 무당처럼 말이다.

인류의 뇌의 역할과 현상이 뇌 과학으로 발전하기 시작한지는 이제 50년정도 지났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거 종교로 발달한 환각이나 환상 착시 등의 현상과 그런 것을 정치에 이용할 줄 알았던 우두머리와의 역사가 이해될 만도 하지 않을까 한다.

 

때때로 무아경 환각은 아주 드물긴 하지만 위험할 수 있다. 데빈스키와 그의 동료인 조지 라이는 그들의 환자가 발작으로 인해 얼마나 위험한 환각을 겪었는지 묘사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보았고, 자신에게 아내를 죽이고 자살하라고 명령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계속 그 환각에 따라 행동했고, 결국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칼로 찔렀다. 이 환자는 우뇌 측두엽에서 발작 초점을 제거한 후 더 이상 발작을 겪지 않았다. …… 윌리엄 제임스가 주시한 것처럼 한 사람의 강렬하고 정열적인 종교적 확신은 수 천명을 뒤흔들 수 있다.” <이 책: 8신성한질환 202P>

 

그렇게 수천 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환각을 보는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이름 지어 부르기 시작하였고, 그런 환각이 정말 환각인지 아니면 부풀려진 환각인지 또는 특별히 이름 붙여진 사람이 특별한 언어능력과 문장능력으로 지어진 환각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그저 신비한 존재로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다 19세기말 ~ 20세기초,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무의식의 발견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과 더불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발견으로 여기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인간이 사는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태양계의 변방에 위치한 작은 별로, 다윈은 인간을 신이 만든 것이 아닌 지구상의 다른 생물과 동일한 진화를 거친 포유류로, 프로이트는꿈의 해석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의 지배하에 있음을 밝혔다는 이유였다. 그 세 가지 발견은 모두 인간이란 우주의 역사에서 한 점에 불과한 시간의 산물임을 알도록 하여 겸손함을 가져다 준 사건이라는 뜻 같다.

그 시기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신의 가능성과 역할이 신비로움과 함께 서서히 드러나자 일부에서는 심령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초자연현상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염력이나 ESP extra sensory perception같은 현상들을 연구하는 학문을 심령과학, 초심리학이라고 이름 붙여 관심을 끌기도 하였지만 어느 시기부터인가 사람들의 흥미를 잃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기담의 하나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담으로만 여기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들이 보여지기도 하는데 이런 초상현상에 대하여 현재, 초심리학의 연구가 가장 성행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인데 심리학자나 의학자만이 아니라 물리학자 등도 참가한 학제적 연구가 성행한다. 러시아에서는 국비를 투자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종교가 아니라 유물론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우주공간에서의 텔레파시실험이나 잠수함을 이용한 실험도 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서 연구가 성행한 곳은 인도와 유럽 여러 나라로, 인도에서는 종교의 연구와 관련시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종교적인 현상에 가까운 이유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종교적인 현상으로서의 환각증상은 흔히 영매나 무당 또는 주술사들이 보는 특별한 현상으로 여기지만 이 또한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약물(치료를 위해 먹든 기분 전환용으로 먹든)뿐 아니라 수많은 의학적, 신경학적 질환도 일시적인 기질성정신병을 낳을 수 있다. <10장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 244P>

유체이탈체험은 발작이나 편두통을 겪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한 영역이 자극을 받으면 발생할 뿐 아니라,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해도 발생한다. 또한 약물 경험으로나 스스로 유발한 황홀경 상태에서도 발생한다. 유체이탈 체험은 심장마비나 부정맥, 다량의 출혈이나 쇼크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14장 도플갱어 나를 보는 환자 314P>

사람들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많은 문제들.

그 속에는 인간 스스로에 관한 질문들이 아직도 수 없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중에는 인간의 뇌 속에 연결을 이루고 있는 뉴런과 시냅시스의 역할도 있다.

뇌 과학이 학문으로서 증명되고 지금의 모든 과학의 결과물처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각자의 시각으로 개인의 경험에 의한 관점으로 그 결과물을 이해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수천 년 전에 인간들이 행했던 그 과정을 모양과 의식을 바꾼 채 앞으로 수천 간을 또다시 이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으나) 믿음의 대상을 지성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의 형태로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적으로 감지되는 유사 감각적 실재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타자에 대한 동물적 감각은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진화했을 테지만, 종교적인 열정과 확신에 대한 생물학적 기초로서 인간의 고결하고 초월적인 행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타자’, ‘존재는 신의 현현이 된다. <15장 환상, 환영, 감각 유령 3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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