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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평점 :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로지 비유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세계의 일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Werner Karl Heisenberg. 철학원고/철학의 탄생 182P
문장은 하나의 형상일 때 비로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논리철학논고-
태양은 저 어디에선가 세상을 위해 매일 아침 그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준다.
그 태양의 빛을 제일 먼저 받는 곳은 어디인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이 가장 먼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해가 뜰 때 그날 가장 먼저 햇빛을 가장 먼저 받기 위해서는 제일 높은 곳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어두울 때 미리 올라가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어느 쪽에서건 존재한다.
그 수단과 방법은 형식과 규범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정상을 밟을 수 없다.
흔히 세상의 빛을 가장 먼저 보려 정상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 빛의 장엄함에 뭔가를 얻은 바를 말하곤 한다.
그런데 말하지 않고 보았음을 표현하는 쪽이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더 신비스러움을 준다.
말하는 쪽은 모르는 사람이 답답하고 그지없이 안타깝거나 한심스러울 수는 있으나
저도 오르기 전에는 말이라도 할 수 없었음을 잊은 듯하다.
해서 말 해서는 안 된다. 아니 하지 않음이 옳다.
저를 위해서도……
정상에 올라 본 사람들이라고 회자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색으로 표현하는 소리들 중 동양사람들의 소리.
그러나 가만히 들여 다 보면 모두가 그 소리가 그 소리.
그러니 스스로 경계를 잊고 取하려면 빈 서판Blank Slate이라도 들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
동쪽은 자연 속의 관계를 통한 조화를 보고, 서쪽은 개인간의 형식에 치우쳐 순환작용을 모르는 직선적 사고의 물리적 사고를 내세워 발전해 오는 바람에, 그 말의 전달 방식이 달라 지금에 이르렀다고 해도, 결국은 그 말이 그 말.
(서양인은 개별적 ‘사물’을 보고 있고, 동양인 연속적인 ‘물질’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84>
그러나 이들의 표현은 어떤가?
“존재하는 사물들의 기원은 아페이론ápeiron이다. 존재하는 사물들은 아페이론으로부터 생겨나지만, 이 사물들은 필연성/책임성에 의거해 다시 소멸하여 아페이론 속으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사물들은 그들이 범한 불의에 대해 시간의 질서에 따라 서로 합당한 벌과 고행을 치르기 때문이다.”(12B1)/
공간적으로 아페이론은 무한하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것을 뜻할 수 있다..
시작도 끝도 없으며 당연히 아무런 한계도 없다. (12A15)
외적인 경계가 없으며 무한정 이어진다. (Infinitum)
너무나 거대하고 광대무변하여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공간은 만물 안에 자신을 포괄하는 것이다. <밀레토스Miletos의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
“공기로 이루어진 영혼이 우리를 지배하고 지탱해주듯이, 숨결과 공기가 온 세계를 둘러싸고 있다. (13B2)”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 미풍취유송 근청성유호…… (微風吹幽松 近聽聲愈 好) 寒山 詩
”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들의 의문.
그 의문을 둘러싸고 분석하기 위해 논리적 선을 긋고 시작한 서양인과 자연 속에 그 의문을 포함시켰으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태극의 선을 그은 동양인. 그들에게 주(主)와 객(客)의 경계는 필요하였던 것일까?
主伴具備
心心體不異 故說但是心
마음과 마음의 체는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만 이것은 마음뿐이라고 한다.
心中但是心 心無心而生
마음. 마음 하지만 마음속에 이 마음 밖에 없고,
種種色形相 所見惟是心
마음은 무심인 상태에서 갖가지 色. 形. 相을 생기게 한다. 그 보이는 바 모든 것이 다 마음일 뿐이다.
佛及聲聞身 辟支佛身等
부처의 몸과 성문의 몸 벽지불의 몸 등
復種種色身 但說是內心
그 밖의 갖가지 색신을 다 마음이라고 설한다.
無色界無色 色界及地獄
無色 界 라든가 무색이라든가 또 색계와 지옥이라든가
色現爲衆生 但是心因緣
이 색은 중생들을 위해서 나타난 것인데 이것은 다만 마음의 인연일 따름이다.
如幻三昧法 而身如意生
깊은 삼매에 들다가 보면 뜻대로 그 몸이 생기는 것이다. <능가 경>
사람을 빼앗고 경계를 빼앗지 않는다.
경계를 빼앗고 사람을 빼앗지 않는다.
사람도 경계도 둘 다 빼앗는다.
사람도 경계도 빼앗지 않고 둘 다 그대로 내버려둔다.
유시(有時)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
유시(有時)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
유시(有時) 인경불탈(人境不奪)
유시(有時)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 임제록(臨濟錄) 사료간(四料揀)
師又 云 일구어(一句語) 수구삼현문(須具三玄門) 일현문(一玄門) 수구삼요(須具三要)
한구에는 반드시 삼현문이 갖추어져야 한다. 또 하나의 현문에는 반드시 삼요가 갖추어져야 한다. 불. 법. 승 삼보의 삼현문이 다 일구어 라고 했으니까. 이 세 가지 경우에 전부 체. 상. 용이 문제가 되고, 그 하나하나 그 일현문에 또 반드시 세 가지 것이 필요하게 된다. 임제록: 삼구(三句) 삼현(三玄) 삼요(三要)
Tetraktys

하지만 이 무한한 것에 단순한 산술적 비례의 형식을 갖는 경계를 부여하면 조화로운 화음과 리듬이 생겨난다.
이는 경계가 형식 없는 무한한 것에 한도를 부여하여 그것을 형식을 잘 갖춘 것, 적절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지고한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1072b: 사모스Samos의 피타고라스 Pythagoras>
‘우주와 만물은 수3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끝과 중간과 시작은 이 만물의 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물은 3이며, 이3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다. 모든 개별적인 우수함도 3가지로 요약된다. 지성과 힘과 행복이 그것이다.”
–수1은 슬기로움과 본질을, 수2는 사유를, 수 4는 정의와 함께 테트락튀스로는 자연 전체를 의미하며, 수5는 결혼을, 수6은 肉化를, 수7은 시간과 빛과 건강을, 수8은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완전함의 수 10은 수의 모든 본질을 의미한다. –
중국 당나라시대의 임제 의현 선사(? ~ 867)와 기원 전 500년대에 살았던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가 서로 만났다면 할(㔠)을 주고 받았을까? 아니면 어느 시간대의 웜홀Worm Hole 을 통과한 메시지를 받았을까?
봉운(峯云) 황벽유하언구(黃檗有何言句) 지시어인(指示於人)취봉(翠峯)이 물었다.
황벽스님은, 사람들에게 무슨 말씀으로 가르쳐 주시는가?
사운(師云) 일전과서천(一箭過西天) 임제(臨濟)가 답했다. 화살 하나가 서천으로(인도로) 날아가버렸다.
임제록 하권 355
그러므로 화살의 이름은 삶이지만 그것의 임무는 죽음이다. ‘인식은 추론하는 숙고를 통해 서서히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 혹은 뜻하지 않은 직감에 의해 단번에 획득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획득되지 못한다.”
에페소스Ephesus의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222
그리하여 오늘도 또 의문은 쌓여 간다. 계속하여 Sapere Aude!
수천 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 현재로 돌아와서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작용을 하는지 들어 본다.
“또 다른 난제는 자아다.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시간과 함께 변하지만 동일한 본질을 유지하고,
지고의 도덕적 가치를 지닌 감각력의 통일된 중추인 자아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가?
……
자유의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나의 행동이 전적으로 내 유전자와 양육과 뇌 상태에 의해 야기된다면,
그것은 어떻게 내가 책임져야 하는 선택이 될 수 있을까?
……
현대의 철학자들은 다른 세 가지 해결책을 시도한다.
첫째, 신비한 존재들은 이 세계의 환원 불가능한 부분이므로 그냥 그대로 놔두자는 것이다.
……
두 번째 접근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 ……
세 번째 접근 방법은 그 문제를 우리가 풀 수 있는 것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의식은 피질 4번 층에서 일어나는 활동, 또는 단기기억의 내용이다.
자유의지는 전대상고랑이나 그 실행 서브 루틴에 있다. 도덕성은 친족선택과 호혜적 이타주의다.
……
우리의 마음에는 철학의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할 장비가 없다는 제안으로부터
사람들은 터무니 없고 근거를 댈 수도 없는 결론들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
그것은 종교적 믿음이나 신비주의적 믿음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시도들이 무익한지를 설명한다.
철학자들이 거리로 나앉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철학자들은 그 문제들을 명료하게 다듬고,
해결 가능한 토막들을 잘라내고, 문제를 직접 풀거나 과학자들에게 넘겨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철학의 문제들에는 전일적 측면, 한 순간에 모든 것에 존재하면서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동시에 모든 것에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
나는 신체 부위들이나 뇌 상태들이나 정보 단위들의 종합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존재하는 자아의 통합체이며 구체적인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 단일한 궤적이다.
……
우리가 의식, 자아, 의지, 지식의 수수께끼들에게 속수무책인 것은
그 문제들의 본질과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갖춰 준 계산 장치들 간의 불일치 때문일 것이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스티븐 핑커 /8장. 인생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