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부터의 자유 - 무엇이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을 조종하는가?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의지가 온전히 본인의 자유의지가 아니라는 것이 최근의 뇌 과학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연구 결과의 한 축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철학적 의미에서의 인간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 인간은 외부의 충동이나 내부의 필요 따라 행동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피노자도 그 자체로 절대적이거나 자유의지를 가진 정신은 없다. 다만 이렇게 하겠다거나 저렇게 하겠다고 마음 먹도록 정해진 정신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단다. (4장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185p)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뭔가의 행위를 결정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리학자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은 인간이 자신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고 느끼기 300밀리세컨드 전부터 뇌의 운동피질에서 활동이 나타난다는 것을 뇌파검사EEG를 사용하여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자유의지는 없다/샘 해리스)” 그 몇 초도 안 걸리는 시간 동안 뇌 속에서는 무수한 신호가 오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가 반응하도록 결정을 내리면 자아가 그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단 선험적으로 저장된 경험의 반응은 뇌가 결정하기 전에 반응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과연 무엇일까? 자극에 반응하도록 결정지어진 기계일까? 머리에 유령이나 호문쿨루스Homunculus (16세기 스위스의 연금술사 파라켈수스에 따르면 인간의 정액을 증류기 속에 넣고 40일간 밀봉해서 부패시키면 인간의 형태를 가진 투명한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한다. 여기에 인간의 혈액을 넣고 40일 동안 말의 체온과 똑같은 온도에서 보존하면 인간 아이가 된다고 한다. 다만 이 아이는 인간의 아이들보다 훨씬 작았고 유리용기 안에서만 살 수 있다고 한다.)가 들어선?

그런 학문적 주장이 아니더라도 주변에는 흔한 진리는 항상 주변에 널려있다. 유심히 보지 못했을 뿐이지……- 노래 들이 주변 어느 곳에서든 흘러나온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등등.

나는 자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뇌의 반응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일까?

그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 중 한명인 뇌 신경과학 심리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의 책 뇌로부터의 자유에는 그런 자유의지에 대하여 설명한 부분이 있다. 사람들에게 착시현상은 뇌가 착각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뇌가 착각하는 것인지 자아가 착각하는 것인지에 따라 나의 행동이 자유의지에 의한 것인지 뇌의 명령에 자아가 사회적 규범을 적용하여 반기를 드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를 책에는 다루고 있다.

그 책에 인용된 착시현상의 여러 종류를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들여다 보았다.

그 사이트에는 내가 뭘 보고자 하는지 감시하는 눈동자가 따라 다닌다.

과연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이 그것인지 확인시켜주려 하는 것일까?

다만 그 눈동자의 움직임 맞는지 확인하려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거슬리지만……

뇌 신경과학자들은 나의 의지가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제시하는 한가지 예로 착시현상을 들고 있는데,

인용된 사이트의 내용을 보면 볼수록 과연 내가 보고 인식하는 것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이걸 내가 본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는 그저 뇌가 일러주는 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그 학자들의 증거가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내가 생각하는 사물에 대한, 또는 내 자신이 인식하였다는 대상에 대하여 기존의 의문에 의문을 더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본 것은 허상이거나 누군가(종교인이 받드는 창조자이거나 인간을 벗어난 그 무엇)에 의하여 왜곡된 형상 또는 개념일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한 판단이 내 자유의지에 의하여 결정되었다고 믿는 것은 나란 어떤 존재가 개입된 인간이기 때문에, 나의 판단의 결과에 따른 행위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어야 한다는, 즉 동물과 다르다는 자존적 도덕관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근에 읽은 여러 뇌 관련 심리학 책을 읽고 나서는 의지의 동기를 결정하는데 어떤 원칙이 사회의 보편적 법칙이 되며 우리의 행위를 결정하는 동기란 무엇인가라는 의문 - <즉 순수이성의 진리들과 형이상학적 객관성 사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심연이, 말하자면 이러한 이성의 진리들이 어떻게 해서 곧 바로 사물인식을 실제로 보증할 수 있겠는가 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후설 유럽문학의 위기>- 같은 칸트 적 질문자체도 그들이 뇌의 작용을 모르던 시절에 사고의 결과로 끌어낸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쳐 놓은 미로와 같은 思辨의 자물쇠가 열리는 느낌이다.

그 어려운 순수인식이니 실천의식이니 하는 내용도 그저 뇌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우뇌가 협조하고 좌뇌가 동의하여,

그에 따라 통합된 신호를 보낸, 일부는 선험적 유전자의 결과로, 다른 일부는 후천적 경험의 일부라는 신호에 따라 인식하였다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 그래도 뇌가 자극이 없다면 어떤 신호를 보낼 수 있는지, 만약 Deaf, Dumb, Blind의 경우에는 사물의 인식을 어떻게 보편적인 사고와 같게 동일시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조금 더 학습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조금 수월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왜 格物致知에 대한 실천을 분명하게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물이, 모든 인식이 皆空인지는 그래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格物致知를 주장하는 삶들이 五蘊皆空을 몰아내고자 했던 것은 정치적, 사회적 규범을 먼저라고 보았기 때문이고

천 년이 지난 이제 와서 老莊을 다시 들여다 보는 것은 인간에게는 규범이 우선이 아니라- 규범은 뇌가 가진 선험적 유전자에 새겨진 인간의 근거라고 할 것이므로 규범을 반응하게 한 자유의지가 무엇에 의한 것인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것임을 무의식이든 잠재의식이든 재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은 태어남부터 죽음이라는 단계까지 사회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므로 모든 인식이나 개념 등은 그 자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본다면 五蘊皆空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에 따르는 수백의 단어들이 주는 자극은 그저 그 순서대로 살아있는 세상에서 살아있는 인식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세상 모든 학문은 그 나름대로의 존재이유가 있다고 새삼 느낀다.

그러나 자유의지란 뇌의 활동에 의한 외부자극의 반응이라고 한다고 자아를 낮춘다고 해도,

그저 인식이나 자아나 모두 때로는 허상에 의한 불안감을 안정시키려는 방어기제이며 사회적인 규범에 의하여 삶을 존중하려는 노력에 따르고자 자신을 계속 최면에 거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내가 보고 있는 사물이, 내가 듣고 있는 자연의 소리들이 환상과 환청이라고 해도,

이미 결정 난 세상의 모든 이가 단지 기의 흐름에 의한 생성된 법일 뿐이라고 해도,

서쪽에서 온 자아에 대하여 자꾸만 사족을 다는 것이 紅爐點雪(홍로점설)일지라도,

뭔가 해야 한다. 아직 나는 아는 것이 없지 않은가? 그저 주워들은, 그나마도 기억해내지도 못하고,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을…….

글을 이처럼 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삶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삶의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의 성격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 또한 우리의 결정을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인과관계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인과관계를 통해 예측을 한다. 날아오는 공을 받는 리시버는 태클을 피하는 동안 속도와 경로를 유지하기 위해 몸이 스스로를 조정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훌륭하게 진화된 의사결정 장치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걸까?” <4장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조정하는가? 202P>

나는 이런 질문에 얼마 전부터 자꾸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어렸을 적에 학교과제를 실험하느라고 나뭇잎을 양잿물에 녹인 적이 있는데 결과로 나타난 나뭇잎은 큐티클이 제거 된 엽맥Leaf vein 만 남은 모습이었는데 그 실보다 가는 조직으로 깊은 땅속으로부터 뿌리를 통하여 수액이 흐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이미지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다른 듯 닮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