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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스티븐 컨 지음, 박성관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관념과 인간과 행동을 참과 거짓, 선과 악, 옳은 것과 그른 것이라는 엄격한 이분법으로 가르면서 인간 경험의 혼성적인 성격을 인정치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빅토리야 정신의 틀: 1830년부터 1870년까지]이라는 책에서 월터 호턴Walter E. Houghton 은 시사하였다. (7장 형상 443P).
빅토리야 시대는 영국이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세계최강의 권세를 떨치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기고만장한 시대는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루어낸 사상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중세의 기독교 사상이 종교개혁의 변화를 겪으면서 보수냐 진보냐의 갈등을 겪은 학자들은 관념으로 포장된 이성들이 아마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합리화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졌을 것이고 그런 합리화는 변화가 바라는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인구의 증가와 노동량의 증가가 낳은 산업화의 과정을 지나면서 종교적 비합리성에 회의를 가진 이성주의자들이 관념을 벗어버리고 경험과 증명의 과학에 힘을 보태면서 이분법으로 세상을 평가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시기적으로 볼 때는 갈등과 질서의 파괴의 시기였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나온 역사를 한 장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과정으로써 겪게 되는 당연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베르그송Henri Bergson에 따르면 “정신의 모든 심상들은 자유로이 흘러가는 주변의 물속에 잠겨 들면서 물든다” 정신적인 사건들은 저마다 그 이전과 그 이후 혹은 그것의 근거리나 원거리와 연결되어 왔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은 정신적 사건 주변에서 ‘달무리’나 ‘가장자리 술 장식(Fringe)’처럼 작동한다. ……. “의식은 단편적으로 조각난 의식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연쇄’나 ‘열차’같은 말로는 의식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결합된 어떤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표현하려면 강물이나 흐름 같은 비유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78P 시간의 성질)
그런데 그렇게 세상과 정신을 양분화하려는 시기가 지나자 Belle Époque 시대가 20세기의 전후에 도래하였던 것은 양분법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전쟁이라는 것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전쟁을 통하여 세상과 정신은 양분할 수 없음을 알리고자 하였던 것이 아닐까?
누가? 시간과 공간이……
지구의 서쪽에서는 종교적인 시대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무장한 과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서 시공의 범위가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귀족과 자본이 양분된 세상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들의 반대편에 있는 우리는 그런 인간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역사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 것도 시간의 흐름이 주는 과정의 하나라고 받아들여야 했을까?
어쩌면 온 세상이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한 그들의 오만이라고 불리는 제국주의는 자기들 나름으로는 인류애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한 국가의 공간은 문화의 성장과 함께 확대된다. 국가의 성장은 생산, 상업 같은 여타 발전 지표를 따른다. 한 국가의 성장은 좀더 작은 단위들의 혼합에 의해 진행된다. 국경은 국가의 주변기관이다. 성장하는 국가는 해안선, 하상, 천연자원 같은 값진 부분들을 취하기 위해 애쓴다. 영토 확장에 대한 최초의 자극은 외부, 즉 ‘더 고등한 문명’에서 하등한 국가 쪽으로 가해진다. 영토를 확장하려는 경향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거쳐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강화된다. [Friedrich Ratzel: 국가의 공간적 성장법칙 1896] 제8장 543P>
자전거가 만들어져서 이동이 빨라지면서 공간에 대한 개념이 줄어들고, 그것은 자동차로, 비행선으로, 비행기로 발전하면서, 세상을 좁다고 생각하게 된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줄어들었다고 인간의 정신이 그에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음을 알아야 했다. 제국주의가 팽창주의를 업고 국경을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그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최전방에는 문화적 충돌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전쟁을 통해서였을 것이 라첼의 개념을 바로 해체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제국주의는 오만으로 불리는 것이 맞는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