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 - 종(種)의 최후 현대 예술의 거장
정준호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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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페이지에 빼곡한 글씨.
책을 받아든 순간 살짝 겁이 났다.

몇 년 전부터 클래식 공연에 흥미를 가지게 된 터라 스트라빈스키 라는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내 상태는 내가 그의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에 관한 책을 읽으려면 우선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데 좋겠다고 생각해 음원사이트에서 한 장의 앨범을 찾아내 들었더니 <페트루시카>와 <봄의 제전>의 일부 악장의 연주를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불새>까지 세 곡 전곡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으며 책 중에 나온, 음악학자 로만 블라드의 “드뷔시의 오케스트라가 하프와 같다면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시카>는 거대한 아코디언이나 망가진 오르간 같다.”라는 평이 너무 적절해 깔깔거리며 웃었다.

책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술술 읽혔는데 아마도 스트라빈스키의 삶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기 때문인 듯하다.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각국을 떠도는 삶, 질투와 배신, 적절한 교활함 등이 드라마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 내가 실제로 본 사람이 딱 한 명 등장하기 때문이다.
3년 전 내한한 뮌헨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협연에서 지휘를 했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바로 그인데 그는 내가 본 중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지휘자였다.
협연자의 앵콜곡을 무대 한 켠에서 집중하며 지켜보는 지휘자라니!
그 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그런 지휘자를 본 적이 없어서 그 일은 내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독서 내내 좋았던 점은 마치 내가 스트라빈스키의 안내를 받으면서 당대의 유명한 예술계의 인사들을 만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마치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오웬 윌슨)이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의 안내로 당시(1920년 대) 유명했던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코로나로 가까운 곳조차 자유롭게 여행하기 어려운 시대에 스트라빈스키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여러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독서였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도 없는 사탕발림으로 점철된 소감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

#도서협찬 #스트라빈스키 #봄의제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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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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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조선 16대왕.

그는 누구인가.

광해군의 부도덕함을 명분삼은 서인세력의 주도하에 반정으로 왕권을 잡았다.

그러나 반정공신인 서인들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인지 그는 변변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그 결과 왕권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친명배금정책을 못마땅히 여긴 후금이 일으킨 정묘호란, 이후 국호를 청으로 바꾼 후 다시 한 번 조선을 침략한 병자호란에서도 인조는 여전히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했다.

대신들의 의견에 휩쓸리기 다반사에 왕으로서의 위엄 따위는 온데간데 없었고 자신의 몸을 건사하는데만 급급했다.

 

그 뿐인가.

무능한 자신 때문에 청에 볼모로 잡혀가 선진문물을 경험하고 돌아온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은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치졸하고 용렬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

그녀는 물론 투표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지만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른 건 순전히 제 힘이라기 보다는 박정희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그녀의 이미지를 이용한 보수세력 덕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녀도 서인에 의해 옹립된 인조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어떤 특정한 개인과 그 특정인의 돈과 권력을 두려워한 이들에 의해 조종되는 처지였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왕과 대통령에 의해 그때나 지금이나 백성은, 국민은 너무도 많은 희생을 당했고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인조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겪어 피폐해진 백성의 삶, 재난 후 바르지 못한 사태수습 때문에 차가운 바닷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국민과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며 전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던 오늘날의 우리가 다른 점은 크게 없으리라.

 

예나 지금이나 무능한 지도자가 나라를 망쳐놓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은 마치 오늘날의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책은 말미에서 병자호란 당시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를 만화로 볼 수 있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앞으로 창비에서 다른 역사적 사건도 이렇게 다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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