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때 우연히 들은 교양 과목에서 시를 읽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주고 시집을 샀다.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을 어미로 여기는 새처럼 이성복 시인을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아하는 시인의 좋아하는 시집을 선물하게 되었다. 책을 선물받고 좋았던 적이 별로 없던 나로서는 책을 선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세상에 없는데 굳이 얇고 작은 책 한 권을 수줍게 건내는 이유는 '네가 이 책을 읽고 나처럼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기 보다 '이 책을 좋아하는 나를 네가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다. 입이 있어도 말하기가 늘 어설픈 내가 주는 건 책도 시도 아닌 내 마음이라는 것 알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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