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섭리
존 파이퍼 지음, 홍병룡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11월
평점 :
존 파이퍼, 그 이름만으로도 책을 읽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섭리’라는 방대한 주제를 750여 페이지의 양으로 풀어냈습니다. 저자의 논의는 창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거기서 발원한 물줄기는 아브라함을 거쳐 이스라엘의 심판의 역사를 관통하고 요셉과 모세, 욥 등의 인물을 호출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우리의 관심사이자 직면한 문제인 거듭남과 성화를 비롯한 선택(유효한 부르심)과 믿음의 문제를 다루고 삶과 죽음의 총체를 논합니다. 더 나아가 저자는 자연의 영역과 사단의 활동 또한 하나님의 통제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후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의 영광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영원한 나라와 영원한 기쁨에 이르러 이 거대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존 파이퍼는 섭리라는 거대한 주제를 풀어내는 전 과정을 통해 평범한 신자가 눈을 들어 성경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조망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영광과 우리의 기쁨에 관한 설명이 명쾌하고 어렵지 않습니다. 사전처럼 두꺼운 덕분에 여러 날을 쪼개어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매일이 즐거웠습니다. “최대의 사랑의 궁극적 목적은 사랑하는 자들이 영원히 즐거워하도록 하나님이 그 자신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자기영광이 최고의 사랑의 행위가 되는 유일한 존재이다”(p.234). 이 말처럼 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그럴수록 사랑하지 않은 수 없는 존재로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실제로 하나님을 더 즐거워하고 사랑하게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책들은 참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실재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지금 이 순간에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추론이라는 이름으로 넘겨짚거나 의심하거나 불평함으로써 인생과 신앙을 낭비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성경적인 입장을 제대로 알고, 드러내 보여주신 진리를 통해 일부이지만 확고히 알게 될 때 얼마나 안전감이 드는지요. 하나님이 통제하지 못하거나 모르시는 것이 있을 수 없음을, 마치 정확하게 이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가장 지혜로우신 분의 뜻과 행동이 온 우주와 이 세상뿐 아니라 나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고 기이하여 탄복하게 됩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내용을 성경의 여러 구절들을 인용하여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명시적인 해석과 풀이가 가슴 벅차게 다가옵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또박또박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소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며칠을 꼬박 따라다닌 것 같습니다.
영적 침체를 겪고 있거나 자신에게 닥친 뜻밖의 일들로 신음하는 신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아, 그런데 이 책의 방대한 양은 하루아침에 뚝딱 읽어내기 어려우니, 미리미리 읽고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견고한 이해와 사랑을 가지고 찬양하는 자리를 지금부터 새롭게 해야겠군요.
마지막으로 존 파이퍼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을 저에게도 적용해 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을 사는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확인하고 직면해야 할 논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실재가 얼마나 방대한지를 잊어버린 채 흐릿한 세속성의 안개 속에서 걷고 있지 않은가? 나는 하찮은 흥분거리에 마취된 채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도 영광스러운 것을 보지 못하고 또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하나님의 포괄적인 섭리를 의식하면서 전율과 기쁨에 찬 삶을 영위하는 영적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p.545)
*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