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영혼을 보려거든 예술을 만나라 - 데이비드 호킨스가 선택한 19편의 영화 다시 읽기
주민아 지음 / 판미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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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영감을 주고 영화가 길잡이가 되어 영적 차원에서 영화를 다시 읽어보는 저자 주민아의 에세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영화라는 필터를 통해서라면, 말하자면 호킨스스러운메시지의 소박한 끝자락이라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뎌 보고자 했다고 밝힌다. ‘호킨스스러운메시지라,, 의식의 지도만 알고 있을 뿐 호킨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호킨스스러운메시지가 무엇일지 추측하며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영화를 추천받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요량이었으나 막상 읽어보니 가볍게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책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영화는 거둘 뿐, 영화 자체가 이 책의 목적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중요하지 않은 건 결코 아니었다. 비중을 따지자면 호킨스스러운메시지 60, 영화 이야기 40 정도였다.

 

책은 호킨스 박사가 측정한 216편의 영화 중 19편의 영화를 다룬다. 날빛의 역사를 달빛의 신화로 바꾼 포레스트 검프’, 잃어버린 흑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찾아 떠나는 컬러 퍼플’, 불멸을 꿈꾸는 인간의 운명을 그린 아마데우스’, 사랑의 용기를 담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진리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 크리스마스 캐롤등 완벽함이나 논리가 아닌 영화가 가진 심장으로 영화를 다시 읽어보게 한다. 저자는 간단한 영화 리뷰와 더불어 호킨스의 입을 빌려 영화의 영혼을 비춘다. 나는 호킨스에 대해 잘 몰랐지만, 호킨스 전문가인 저자 덕분에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맛볼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속 찰나의 순간을 담은 대사는 물론 비슷한 결을 취하는 문학 작품도 소개한다.

 

읽다가 마음에 남았던 문장을 몇 개 소개한다. p.28 “추락하지 않고 미끄러져 떨어지는 느낌이야. 가장 힘든 건,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항상 그걸 찾는 게 너무나 어려워.” p.46 “변하지 않는 것은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고 장차 올 과거이기도 하다. ‘예스터-모로, 어제와 내일이 혼재하는 시제를 나는 살고 싶어 한다. 그렇게 살면서 어제와 내일의 이음매가 되고 싶어 한다.” p.57 “문명이 진보하면서, 가치 있는 기술은 덜 육체적이고 보다 정신적이거나 창조적으로 되고, 양성의 사회적 지위는 점차 평등에 가까워진다. 현대 세계에서는 의식 진화에 더해 교육과 지성이 결정적 요인이다.” p.106 “인간의 기억은 세월의 흐름에 윤색되거나 흩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간을 이겨 내고 결정적인 한 순간을 기억의 바닷 속에서 훌쩍 건져 올리기도 한다.” p.141 “문학은, 영화는, 예술은 그렇게 삶의 이치를 스며내는 시간의 눈금이다.”

 

5개만 꼽기가 힘들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많았다. 영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나름 영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나온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는 고작 2편뿐이었다. 이 책 덕분에 나머지 17편의 영화를 봐야할 이유가 생겼다.

 

p.s) 이맘때면 생각나는 그들에게 영화 벤허를 소개하는 글, ‘4월에 봄비가 내리거든의 적힌 문장을 선물한다.

 

해마다 돌아오는 4월에 봄비가 내리거든 하늘에서 푸르른 별들이 지상에 보내는 손짓이라 생각하고 따뜻하게 그 손을 꼭 잡을게. 4월에 초록의 노래를 들으며 봄비를 맞아도 되겠니? 그 노래가 끝나면 목련꽃 그늘 아래 서서 천상으로 보내는 편지를 읽어 주어도 괜찮겠니? 그러다 어느 길모퉁이 이름 모를 작은 성당에 들어가, 밤하늘 별빛을 닮은 파란 촛불 하나 밝혀도 되겠니?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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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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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타칭 유교걸인 나는 평소에 19금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다. 물론 19금이 걸린 작품을 보기는 한다. 내가 즐겨보는 19금 작품은 왕좌의 게임이나 아웃랜더, 바이킹스와 같은 사극 드라마다. 사극이라 좋아하는 거지 19금이 좋아서 보는 건 아니다. 그래서인지 성적인 장면이 노골적으로 등장할 때면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에어팟을 끼고 있는데도 바깥에서 소리가 들릴까 봐 거의 음소거 수준으로 줄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소개할 책인 365일 때문이다. 365일이라는 영화를 알게 된 건 넷플릭스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들어갈 때마다 한국에서 뜨는 콘텐츠 10위 안에 꾸준히 올라 있었다. 넷플릭스 포스터만 봐도 19금 영화인 걸 단번에 알 수 있었고 얼마나 재미있길래 개봉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가 아직도 인기가 많은지 궁금했다.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 왜 이리도 궁금한지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보기 전에 미리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겸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검색을 통해 이 영화가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연히 소설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마침 머리도 식힐 겸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책은 표지부터 강렬했다. 표지 속 남자의 눈빛이 너무나 강렬해서 표지를 뚫을 것만 같았다. 일단 표지 상태는 합격.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면 꽤 읽어볼 만 하겠지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남자 주인공인 돈 마시모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수장이다. 마시모는 아버지가 총에 맞아 쓰러질 때 한 여자의 환영을 본다. 그 여자는 그 후로 5년 동안 마시모의 꿈에 등장한다. 그의 꿈속 여인은 다름 아닌 라우라다. 마시모는 차를 타고 가다가 꿈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여인을 실제로 마주치게 되고 자신의 여자로 삼기 위해 납치한다. 마시모는 라우라에게 앞으로 365일 동안 자신과 함께 지내자고 통보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저택에 라우라를 감금한다. 믿을 수 없지만 라우라는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한 마시모를 사랑하게 된다


말이 안 되도 너무 안 되지만 그래, 소설이니까 그렇다고 치자라고 백번 양보하며 읽었다. 이 둘은 욕정에 불타올라 끊임없이 사랑을 나눈다.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매우 상세히 적혀있다. 글로는 차마 표현하기 힘든 그렇고 그런 내용이 많았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도 봤다. 영화가 훨씬 덜 야했다. 소설이 더 야하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킬링타임 용으로 읽기 좋은 소설에 굳이 단점을 적기는 뭐하지만 몇몇 부분은 별로였다. 특히 마시모가 라우라를 부를 때 베이비 걸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매우 오글거렸고 별로였다. 잘생기면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된다는 말이 있긴 하나 내 기준에는 느끼하고 거북했다. 또 하나는 야한 소설답게 매우 야하기는 하나 내용 자체는 신데렐라 스토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만연해있는 것을 보면 괜히 씁쓸해진다. 이 책은 작품성이 있는 소설은 아니다. 작품성은 둘째 치고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돈 없고 외모도 그저 그런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읽어도 괜찮다. 솔직히 이런 종류의 소설은 내용보다는 사랑을 나누는 행위(?)에 집중하게 하는 것 같다. 이런 소설은 내용은 부실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말이다. 사랑 나누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읽어 보시길,, 내용은 기대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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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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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피버 드림. 제목을 우리말로 풀면 열병으로 인한 꿈 정도가 되겠다. 열병으로 인한 꿈.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나도 한때 책 제목처럼 열로 인해 꿈을 꾸는 것 같은 몽롱한 상태를 겪은 적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의 유행했던 전염병, 신종플루 때문이었다. 열이 펄펄 끓어 정신이 혼미했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책의 주인공인 아만다도 그때 내가 겪었던 상태와 비슷해 보였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하기 힘든 몽롱한 상태. 그 상태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아만다’와 남자아이 ‘다비드’의 대화로만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집중해서 읽다가도 자꾸만 샛길로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만다가 열병으로 인한 꿈을 꾸는 거라면 독자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주어진 정보는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뿐, 그 외의 것들은 철저히 가려지고 조각난다. 단 하나의 정보인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조차도 모호하고 몽롱하다. 벌레, 구조 거리, 중독 등등.. 또 다비드는 왜 계속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지 어느 것도 명료하게 알 수가 없다. 이들의 대화처럼 이들을 둘러싼 세상도 미스터리로 가득해 보인다.

나는 이 모호한 대화 속에서 한 가지 단어에 집중해 보았다. 바로 ‘벌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벌레는 우리가 아는 벌레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카를라의 고용주인 소토마요르 씨의 땅에 쌓인 무수히 많은 드럼통과 잔디밭에 앉아 있던 아만다의 딸, 니나의 엉덩이와 바지가 다 젖은 일과 마을의 아이들 대부분이 기형아인 점. 이 세 가지 사건은 외따로 떨어진 게 아닌 공통된 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벌레 다음으로 중요해 보이는 건 색깔이다. 다비드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갔던 녹색의 집과 다비드의 얼굴부터 몸에 나 있던 분홍색 반점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저자는 이런 상징들을 보여줌으로써 중요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무언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 수만큼 다양할 듯하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공개 예정이란다. 이 책을 읽자마자 넷플릭스에서 좋아할 만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였다. 영화를 보면 책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책 뒤표지에 적힌 제시 볼의 추천사로 서평을 마친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당신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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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몰랐던 독일 사람과 독일 이야기
이지은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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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에 대한 인문 교양서이다. 독일에 대한 A~Z까지 총망라해서 보여준다. 이 책은 다소 진지한 내용과 가벼운 내용 사이를 완만하게 오르내린다. 대학 전공서적과 인문교양서 사이 어디쯤에 위치시킨다. 책이 내용의 깊이를 오르내리듯 책을 통해 알게 된 독일의 모습도 책과 비슷해 보였다. 책마저 독일인을 닮아 있는 듯했다. 책의 내용이 깊고 낮음을 오르내리듯 독일인은 두려움과 그리움 사이를 오르내린다. 두려움과 그리움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열쇠다. 독일인의 전형적인 특성은 20개의 주제 중 맨 앞에 위치한 주제이자 모든 내용 중 으뜸이다. 또한 모든 내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한 나라의 사람을 하나의 공통된 특징으로 묶는다는 게 힘들다는 소리가 아닐까. 나머지 19개의 주제는 모두 이 첫 번째 주제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라는 말이 있듯 독일인을 알면 독일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엿볼 수 있다.

20개의 주제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다. 독일인과 독일에 대한 특징은 1부에서, 그들의 일상과 문화는 2부를 통해, 독일 속의 한국과 외국인은 3부를 통해, 독일의 교육과 통일에 대한 내용은 4부를 통해 다룬다. 4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각각의 주제를 외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나는 서평을 써야 했기에 1부부터 순서대로 읽었지만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원하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다.

이 책 한 권이면 다른 건 몰라도 독일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국을 잘 모르는 독일인이 한국에 대한 특정한 선입견을 가지기 쉽듯 나 또한 독일에 대해 잘 모르면서 독일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지닌 선입견은 독일인은 무뚝뚝하고 사납고 인정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독일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모르는 건 더 많았다. 나에게 독일은 히틀러의 나라, 철학자의 나라, 자동차의 나라 정도였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비정상회담을 통해 알려진 다니엘 린데만이 전부였고. 병아리 수준의 정보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제목이 알고도 몰랐던 독일 사람과 독일 이야기이니 내가 알고 있던 독일의 모습과 실제 독일의 모습 사이에 거리를 좁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어느새 독일인의 모습을 닮아 있는 걸까. 내가 알던 독일의 모습과 실제 독일 모습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선입견과 진실 사이를 진자운동하다 이 책을 통해 독일의 진짜배기 모습을 조금은 들춰볼 수 있었다. 약은 약사에게 물어보듯 독일을 알고 싶으면 독일 전문가에게 물어야 온당하다. 독일 전문가인 이수영의 『알고도 몰랐던 독일 사람과 독일 이야기』로 독일을 알고도 몰랐던 사람도, 알지도 못했고 몰랐던 사람도 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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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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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기이한 일들, 미신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끈다. 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미스터리, 괴담 등에 관심이 많다. 무서워하면서도 본다. 확실히 이런 장르는 기묘한 매력을 지닌 듯하다. 요즘 <서바이빙 데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사후 세계에 대해서 다룬다. 다큐 속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영매를 통해 죽은 자와 대화를 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임사 체험을 통해 사후 세계를 경험한다. 지금 소개할 책 『기이한 이야기』도 이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맥락을 취한다. 메이 싱클레어.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20세기 초에 영국에서 널리 알려졌던 소설가라고 한다. 또 신기했던 점은 문학계에서 최초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의식의 흐름’은 현대 문학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아니던가. 작가의 이름은 잊히고 ‘의식의 흐름’이라는 단어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또 주목해 볼 만한 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프로이트 하면 무의식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 아니던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 반, 설렘 반 책장을 넘겼다. 7편의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을 다룬다. 각각의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해 보겠다.



1.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제목 그대로다. 그들의 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 그들은 해리엇 리와 오스카 웨일드다. 오스카 웨일드가 죽고 시간이 흘러 해리엇 리가 죽는다. 해리엇의 사후 세계에 모든 시간, 모든 공간 속에 오스카가 등장한다. 해리엇은 오스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로, 더 먼 과거로 도망가지만 오스카는 그녀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무한대의 고리처럼 죽어서도 그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굴레 속에 갇힌 해리엇과 오스카. 그들의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하다.

2. 징표

부부 사이인 도널드 던바와 시슬리 던바. 도널드의 누이이자 시슬리의 올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널드는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인으로 감정을 느끼더라도 체면을 차리느라 안 그런 척을 하는 그런 무심한 남자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남자가 생각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도널드가 아끼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조지 메러디스에게 선물 받은 석가모니상을 얹은 황동 덩어리다. 이 덩어리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다. 시슬리는 병세가 악화되어 죽게 된다. 올케인 나는 신기가 있는지 죽은 시슬리를 본다. 시슬리는 뭔가 원한이 남아 도널드를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케인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통해 결말을 확인하길 바란다.

3. 크리스털의 결점

단편들 중 분량이 가장 길다. 뿐만 아니다. 내용도 가장 기묘하고 이해하기가 힘들다. 애거사는 영매로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능력은 다름 아닌 육체를 벗어나 영혼을 치유하는 능력이다. 한마디로 초능력자가 되겠다. 그녀가 남을 치유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애거사의 영혼과 치유가 필요한 영혼을 끈으로 연결해 붙잡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애거사의 능력에는 결점이 있다. 그 결점이 결말부에 소개되는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서평을 쓰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어쨌든 내 기준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이한 이야기였다.

4. 증거의 본질

저자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방면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상상을 통해 야릇한 느낌을 자아낸다.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로저먼드와 마스턴의 이야기이다. 유령과 인간의 기묘한 만남이 그려진다. 제목이 왜 증거의 본질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내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5.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꽤 슬펐다. 아들과 엄마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들이 어려서부터 허약했던 탓에 35살이 되는 나이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나이가 많지만 정정하다. 아들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긴다.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는 이상 그녀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자와 결혼을 하고 싶은 나머지 아들은 은근히 속으로 어머니가 죽기를 바란다. 아니 웬걸, 그렇게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시름시름 앓아눕게 된다. 그러고는 얼마 안가 어머니는 죽는다. 아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어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죽음이 나의 저주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혼을 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아들. 아들과 어머니의 감동적인 상봉. 이미 죽은 자는 알고 있었다..

6. 희생자

이 이야기는 충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다. 스티븐과 그의 고용주인 그레이트 헤드씨와 그의 연인 도시의 얽히고설킨 내용이다. 마치 한 편의 스릴러 드라마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단편이었다.

7. 절대적 세계의 발견

이 이야기는 앞에 소개된 6편의 단편들과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사후 세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상상력이 제일 많이 가미된 이야기처럼 보였다. 왠지 모르게 오늘날의 양자역학 이론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7편의 단편에 대한 짧은 소개였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기이하고 기묘한 작품들의 원형과도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와 영혼과의 사랑을 다룬 전설적인 로맨스 영화 ‘사랑과 영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유령 이야기를 종합 과자 선물 세트 받은 것 같았다. 유령만 나오는 에피소드부터 유령과 인간을 매개하는 영매의 이야기, 유령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교훈 아닌 교훈까지. 무섭다기보다 초자연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이다. 메이 싱클레어의 다른 작품도 국내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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