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 글로리아 스타이넘, 삶과 사랑과 저항을 말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서맨사 디온 베이커 그림, 노지양 옮김 / 학고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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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오빠, 못된 남자, 잘난 사람』책 제목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봤다. 성별만 바뀌었을 뿐인데 뭔가 재수 없는 느낌이다. 이 책의 제목이 『센 오빠, 못된 남자, 잘난 사람』이었다면 누가 관심이라도 가지겠는가.. 하지만 센 언니, 못된 여자가 책 제목일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센 오빠, 못된 남자와는 다르게 센 언니, 못된 여자는 독립적인, 멋있는, 진취적인, 해방적인 등의 형용사가 떠오른다. 왜 남자가 세고 못되면 재수 없고 여자면 멋있을까? 내 생각에는 아직도 여자들은 남자만큼 재수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세면 안 되고, 못되면 안 되고, 잘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착해야 하고, 약해야 하고, 잘나면 안 되니까. 이 책의 제목처럼 세고 못되고 잘난 여자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두서없는 서론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페미니스트 시민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을 옮겨놓은 책이다.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반전, 평화, 인권, 여성, 환경, 연대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저자가 남긴 주옥같은 말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짧지만 뇌리에 남는 말을 ‘일상의 시’라고 불렀다. 미국 원주민 속담에 따르면 “사실을 말해주면 잊어버리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면 언제나 기억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인상적인 문장 하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불러와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문다. 주제별로 나뉜 6개의 챕터는 초반부는 저자의 경험을 담은 짧은 글로 시작해 저자의 연설, 기사, 책에서 따온 문장들, 그리고 저자의 친구들이 남긴 명문이 등장한다. 글로 된 설명보다는 책 속 짧은 문장들을 직접 만나보는 게 이 책을 설명하는데 더 좋을 것 같아 내가 읽었을 때 내 마음 속을 반짝이게 했던 문장들을 소개해보겠다.


p.55 "성별은 무엇이 남성적이고 무엇이 여성적인지 끊임없이 왜곡되는 말을 들려준다. 개소리다."

“여성은 듣는 만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성은 말하는 만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p.59 "결혼이란 남성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도록 기획된 제도다. 가장 행복한 두 집단은 기혼 남성과 비혼 여성이다.“

p.61 “사랑이란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원하는 것, 연애란 그 사람을 원하는 것.”

p.79 “언젠가는 흰머리 여성들이 조용히 이 지구를 접수할 것이다.”

p.88 “미래의 당신이 당신보다 앞서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녀가 당신을 리드하게 하라.”




p.108 “남자는 이기면 인기가 올라간다. 여자는 지면 사랑을 더 받는다. 이것이 바로 가부장제가 매일 작동하는 방식이다.”

p.117 “용기는 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겁내면서도 한 발씩 나아가는 것이다.”

p.118 “삶의 기술이란 일어난 일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p.189 “바람을 손으로 느끼려 하지 말라. 스스로 바람이 되어라.”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이렇게 문구 하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강력한 힘이 되어 변화의 길을 인도하는 이유는 이 문구 안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무수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혹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생각지 못한 한 마디가 나올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일상의 시인이 되어주는 나날이 펼쳐지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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