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문장들 - 7년 차 카피라이터의 방향이 되어준 메모
오하림 지음 / 자그마치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이 있는가? 문장이 아니라면 외우고 있는 명언 같은 거라도 좋다. 아마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한 말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고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지금껏 여러 매체에서 얻은 문장들을 기록한다. 책의 표지 속 서로 다른 길이의 직선이 눈에 띈다. 마치 여러 개의 직선들이 문장의 길이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책 제목이 세로로 길게 적혀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책의 표지 자체가 노트 속 한 장의 메모를 연상케 한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로 20살 때부터 문장을 모으는 습관을 가졌다고 한다. 자신이 적어 놓은 문장을 혼자 보기 아까워 자신의 생일에 문장을 엮어 책의 형태로 제본해 친구들에게 선물한 점이 이어져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목차는 크게 세 가지 챕터로 나눠져 있다. 숫자로 목차를 표시하지 않고 각 주제에 맞는 문장으로 목차를 구분해 놓았다. 1부라고 할 수 있는 '나를 말해주는 문장''나를 끄덕이게 한 문장', '나를 생각에 빠지게 만든 문장'으로 나눠져 있다. 큰 목차 안에는 소제목이 달린 각각의 문장들이 소개된다. 문장을 소개하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소제목이 나온다. 소제목을 통해 어떤 문장을 소개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문장들은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이나 명언들이라기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SNS에서, 택시 안처럼 평범한 순간 속에서 발견한 찰나의 문장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다양한 순간 속 빛을 발하는 문장들을 포착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저자는 자신이 수집한 문장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전달한다. 나는 소제목 '부끄러워야 할 민낯은 어느 쪽일까?'의 배우 임수정의 인스타그램 속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개그맨 유재석이 '놀면 뭐 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 '유섹', '유드래곤'이라는 부캐가 있는 것처럼 임수정 배우님도 인간 '임수정'과 부캐와도 같은 배우 '임수정'이 존재하는 것이다. SNS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 임수정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어색할지 몰라도 그 모습이 인간 '임수정'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모든 걸 판단하려 한다. 자신들만의 틀을 세워 그 틀에 맞춰 규격화하려 한다. 좀처럼 자연스럽게 살기 힘든 세상에서 임수정 님은 자연스러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표현한다. 원래도 임수정 님을 좋아했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어서 더 좋아졌다. 내 몸은 내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듯이 임수정 님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멋있는 분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뜻밖의 문장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저자에게 이보다 딱 맞는 직업이 있으랴. 저자가 모은 문장들은 그렇게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다고 저자가 수집한 문장이 모두 나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처사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문장들을 읽어본다는 건 색다른 의미가 있다. 하나의 문장을 수집하는 데 그만큼 많은 문장을 봤을 것이고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명한 문장들이 아닌 색다른 문장들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될 수 있다면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 그어가며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적어도 한 개 이상은 얻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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