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무슨책?

원제 Talking to Strangers. 번역본 제목 타인의 해석.

현대인의 소통의 기제를 조목조목 밝히는 글이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답게, 장르를 넘나드는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에 대한 섣부른 판단때문에 후에 오해가 있음을 발견해본 적 있는 사람,

'사람은 믿을 게 안 돼'라는 말을 믿는 사람, 등

우리들이 소통하는 기저에 어떤 원리가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읽어봄직하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판단은 어떤 방식으로든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긴 분량으로 그 '방식'의 몇 유형을 설명/증명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사람이 진실하다는 것을 디폴트로 삼는다'든지

'사람의 태도와 내면은 일치한다'고 믿는다든지 등.

결국, 순진한 믿음을 갖는 걸 경계하라는 것이다.


2. 감상 토막들

1. 말콤에 대한 내 기억

고등학생 때 학교 '영어회화'과목때에 멍크 디베이트의 한 회차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참석자는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크, 매트 리들리

주제는 '인류의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

러디어드 그리피스가 사회를 맡은 이 토론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반대측에 섰었는데,

오래 전 일이라 관련 글을 다시 찾아보니

'인간의 활동은 위험을 감축하려 하기보다 위험의 본질을 변화시켜 도리어 미지의 위험을 만들고 있다~'는 논지의 주장을 했나보다.

하여간 말콤 글래드웰에 대해서 접해봤던 것은 이 기억이 전부!

2. 분량에 대하여

생각보다 분량이 많다.

500페이지가 좀 안 되는 분량인데,

종이도 도톰하고, 각 면에 여백도 넓은 편이라 두께감이 부담된다.

무겁기도 하고.

단순히 생활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의 글이 아니고

철저한 자료조사와 논리를 구축한 결과인 저널이었다.

3. 제목에 대하여

그런 면에서, 원제 Talking to Stranger가 '타인의 해석'으로 번역된 것은 조금 의뭉스럽다.

stranger는 단순히 '타인'이라기보다 '낯선'의 느낌이 더 사는 어떠한 말로 옮겨지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stranger는 '정말 처음 보는 사람', '일면식이 있지만 속내를 모르는 사람', '이상한 사람', '나만 상대를 아는 경우' 등을 모두 함축하기 때문이다.

또, 타인'의 해석'이라는 데에도 조금 갸우뚱한다.

결국 '낯선자와 대화할 때 쉽게 범하는 오류'에 대해 일깨워주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낯선자의 속내를 해석하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낯선자의 속내를 쉬이 판단할 수 있다고 믿어선 안 된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전문저널의 성격에 걸맞는 명사형 제목이지만,

문장이나 구 형태이더라도 책의 전체를 관통하면서도 직관적인 제목이었으면 어떨까 싶다.

제목만을 보고

상대의 마음을 간파하는 방법, 혹은 상대의 속내를 해독하는 방법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5. 전개에 대하여

저자는 실제 일어났던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가져와 주장을 설명한다.

한 챕터에도 서너 개의 사건/사고를 언급하는데,

단순히 같은 주제 아래에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차례로 쌓아가며, 다시말해 얽어가며 이야기한다.

그래서 한 챕터의 막바지에서는 앞서 언급된 사건사고에서 논의된 문제 사항이

한 데 모여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6. 자료에 대하여

사용된 사건/사고가 대부분 영미지역에 치우진 점은 아쉽다.

이 책이 세계의 그냥 '인간'을 타깃으로 쓰인 것이라면

좀 더 여러 지역의 사례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도 언급된 사건/사고들이 허무맹랑하다거나,

영미지역의 특수성에서만 이해되는 일은 아니었다.

(물론 알 카에다 등 테러범을 다루는 대목은 한국의 독자인 내겐 좀 멀게 느껴지긴 한다.)

7. 서식에 대하여

본문에서는 수도없이 많은 '인용'이 있다.

대상자의 인터뷰를 직접 인용하는 경우도 있고,

기사를 종합하여 저자가 정리해 주기도 하고,

자료로 접한 사건의 빈 연결고리를 저자가 합당한 논리고 채워넣기도 하는 등.

그런데, 저자 본인의 생각이 서술된 부분과 명백한 인용인 부분에서

형식상의 차이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아쉬웠다.

물론 필요한 지점마다 인용 표시가 꼼꼼히 달려있긴 하나,

본문의 대부분이 저자가 자료를 종합하여 정리해내 보이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안그래도 긴 분량인 데다가, 정보서적처럼 발췌독 해선 곤란한 류의 책이었던지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꽤나 진득하게 읽어야 했는데,

사건의 줄거리 전말과 저자의 첨언이

시각적으로 분리되는 형식을 띄지 않아 힘들었다.

자세히 읽으며 사실정보와 작가의 주장을 분리해내어야 했다.

폰트나 서식, 구분선, 표식 등을 첨가하여

좀 더 시각적으로 '읽기 편한' 구성을 보였다면

나도 나름대로 사건을 읽으며 저자와 별개로 내 생각을 세워볼 수 있었을 텐데.

7-1.

모쪼록 방대한 양의 사건과

그것을 성실하게 조사했음을 증빙하는 마찬가지로 방대한 참고자료 목록은

말콤 글래드웰이 꼼꼼하고 철저한 저널리스트임을 알려 준다.

8. 외관에 대하여

책 표지의 질감이 내가 좋아하는 딱 그 표지이다.

용어는 잘 모르는데,

부드러운 가죽? 같은 느낌으로 다이어리 표지에 자주 쓰이는 그 질감이다.

일러스트와 부제는 금박으로 처리되어 있다.

앞표지에는 눈 하나가, 뒷표지에는 입술모양(입)이 금박 일러스트로 들어가 있다.

영어판 원서에는 아래와 같이 '대화 말풍선'이 겹쳐진 형태인데

한국판은 사뭇 다른 것 같아서 갸우뚱했다.

앞서 언급한 한국어판 제목의 선정과도 관련되는 문제인 것 같다.

확실히 원판은 '대화', '소통'에 초점을 맞춘 것을 잘 표현하는 것 같고

우리 한국어판은 '타인의 해석'이라는 초점을 따라

'첫인사', '첫만남' 등 대면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8-1.

아무리 그래도 한국어본의 겉표지는 원서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태가 난다.

딱 칠판색의 짙은 초록색과

적절한 수준의 금박이 정말 '찰떡'이다.

이 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파고들게 된다면

이 표지에서 풍기는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