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 02 - 김사과 소설집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이는 나의 영이일수도 당신의 영이일수도 있다

영이는 누구나의 영이다

 

특히 당신이 당신이고 싶지 않을때

당신이 눈 앞에 보이는 지옥같은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을 때

영이는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안아줄 것이다

당신의 눈을 가려줄 것이다

당신의 현실을 비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가 온 몸의 수분을 알코올로 채우려 작정한 듯 술을 퍼마실 때

당신의 어머니가 그릇을 부실 듯 설거지하다 당신의 아버지 머리 위로 그릇을 내던질 때

바로 그 때에도

당신은 슬프지 않다

슬픈 것은 당신의 몸일 뿐이다

그리고 그 때에도 영이는 당신을 지켜준다

 

우리가 행복할 때 영이는 곁에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행복할 땐 나의 몸도 행복하지만

내가 불행할 땐 나는 불행하지 않다 불행한 것은 나의 몸이다

엄마 아빠가 나와 어깨동무하고 하하호호 웃을 때 영이는 멀리멀리 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나의 어깨에 손 얹어주는 것은 영이다

그래서 나의 몸은 또 슬프다 그리고 나는 슬프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