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고서 시간이 흘러도 호랑이 공은 여전히 깜냥이 수가 귀여워 어쩔줄 모릅니다. 고양이의 특성상 좀 새침해보이고 표현방식도 특이해서 읽다보면 '공이 보살이네, 수가 너무했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수는 고양이니까요. 고양이가 고양이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공은 좀 수의 솔직한 표현을 보고싶어서 기념일을 설레며 기다리는데 그게 좀 짠하기도 했어요... 그치만 고양이 최대의 애정표현. 매일매일 (고양이 기준) 예쁜 것을 선물하기. 그 묘사가 얼마나 귀여운지, 그리고 표지 봐봐요, 이제 도둑고양이가 호랑이 꼬리 물고 다니잖아요 너무 귀엽다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외전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공의 과거가 살짝 풀린건데요, 수를 만나기 전까지 외로운 호랑이로 좀 공허하게 살아왔다는 걸 알고나니까 본편에서 수에게 금방 푹 빠진게 더 설득력 있었어요. 글 본문에서도 나온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진부하고 평범한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돼서 이런 뻔한 이야기가 더 소중해지네요.
일단 가독성이 무척 좋아요. 술술 읽히고 스르륵 몰입되게 만드는 서술인데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설정이 다 제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 사연이 있고 모든 것이 연관되지만, 그런 식으로 모든 사건과 인물이 연관되어 큰그림이 드러날때 좀 짜릿한 느낌이 들어야 할텐데 좀 심심했던 점이 아쉽네요. 비엘소설과 오락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고 돈 아까울 정도는 결코 아니지만 뭔가 후반부가 제 취향과 안 맞아서 아쉬움이 남나봐요. 무거운 감정소모 없이 기분전환 하고싶은 분들에게는 적극추천합니다. 공이 진짜 매력있거든요. 수의 의뢰뿐만 아니라 다른 의뢰들 해결할때도 시원시원하고 팔색조의 매력이 있어요. 혼자 의젓했던 수에게 공이 24시간 상담원이 되주겠다는 부분 멋졌어요. 나이차가 나지만 그딴거 신경도 안 쓰고 감정 자각하면 직진하는 것도요. 수도 정말 똑똑하고 씩씩하고요. 수의 능력이나 전공지식을 잘 활용해서 좋았어요. 착한 조연들도 좋아. 수는 짝사랑만 해봐서 감정표현을 무서워하고 공은 짝사랑도 안해봤는데 감정적 삽질은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좀 아쉬웠던거 같네요. 나 적당한 고구마 좋아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