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점심시간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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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책은 렉스 오글의 자전적 소설인 『불편한 점심시간』입니다. '다봄'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불편한 점심시간』이란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궁금증이 밀려왔습니다. 왜 점심시간이 불편할까? 우리가 보통 그 시간을 기다리고,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의 시간으로 여길 때, 주인공에게 그 시간은 어떤 의미일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렉스는 열세 살,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시기입니다. 그의 점심시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난을 숨겨야 하는 전쟁터와도 같습니다. 친구들이 돈을 내고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모습 속에서, 렉스는 자신이 무료급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애쓰며,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합니다. 그러나 가난을 숨기기 위해 애쓰는 만큼 점점 더 자신을 낮추고 위축되며, 점심시간은 그에게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시간을 넘어서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매우 힘든 순간이 됩니다. 그러므로 렉스에게 학교는 더 이상 안식처가 될 수 없습니다.


집에서도 상황은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설거지, 청소, 어린 남동생 돌보기… 등 그를 돌봐주는 존재가 아니라, 돌봐야 하는 존재로 취급받고, 새아빠와 엄마의 일상처럼 반복되는 폭언과 폭행은  그의 삶에 더욱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가난과 가정의 폭력,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픔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렉스가 점심시간에 불편했던 이유는 가난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가난을 숨기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자신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깊은 갈망과 맞닿아 있었고, 그 나이에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끊임없이 내면의 싸움을 벌이던 시간이었습니다.


렉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가난한 집에서 자란다는 것, 어린 나이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것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했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불편한 점심시간』은 단순히 가난한 아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렉스처럼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존엄성과 자존감을 지켜주는 따뜻한 손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렉스의 행복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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