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1. 충격의 연속.

율곡 이이의 십만 양병설이 허구일 것이라는 저자의 강력한 논증에서부터 시작해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 관료사회와 임금의 무능력함들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서, 그야말로 기가막힐 지경이었다.


2. 평소..

역사는 모름지기 디테일 승부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더 디테일하게 조사하고 더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역사가가 결국에는 더 큰 설득력을 얻는 것이라고 말이다.

송복은 그런 의미에서 임진왜란사를 비롯한 조선 중기 역사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자임에 틀림없다. 역사 공부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서 배울점이 많고, 이런 디테일한 조사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3. 류성룡...

그는 나에게는 징비록의 사나이였을 뿐이다.

장교 후보생 시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읽어댔던 징비록은... 이제 보니 그냥 그냥 읽어 넘길 수 있는 책이 결코 아니었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같은 국운을 바라보며 한 사람의 양심적 지성인이 피눈물로 써내려간 혈서와도 같은 책이었다. 

류성룡과 이순신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저자는 이 두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수백년 전에 황국 신민으로서 천황을 섬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끔찍한 가설을 말한다. 그러나 끔찍하다고 해서 허왕된 가설인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이 민족은 그 두 사람에게 진 빚이 막대하다.

수백년이 흐른 오늘의 세대가 이 빚을 어찌 갚을 것인가?


여전히 친일의 잔재와 씨름하며 국가의 기득권을 그들에게서 되찾아오지 못한 우리는 역사를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며 지나온 역사를 너무나 다른 해석틀로 접근하는 것이 다원주의 사회에서 마땅한 것인양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역사가 아니라 내 나라, 우리 나라 역사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바른 관점을 견지하고 현실을 사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진 오늘날...그래도 좋은 책들과 좋은 선생들은 우리 주위에 버티고 서서 후배들을 길러내고 있다.


역사가 바르게 세워지고, 현실의 삶이 역사의 치욕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애써야겠다는 찹잡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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