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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를 먹는 시간 -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83
조정인 지음, 전미화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너무 많은 수사적 감각들을 모두 걷어내고 알멩이만을 오롯히 길어올린 동시집이 얼마만인가.
햇살이 거실 바닥에 아른거리거나, 별들이 초의 심지처럼 붇박혀 가물거릴 때, 아이를 눕히고 천천히 이 시들을 읽어주자.
달, 해, 버찌, 고양이, 가을, 사과, 강아지, 바람, 귀뚜라미, 스카프, 영양, 파도, 여름...
아이가 행복한 것들과 함께 달디 단 잠 속에 빠지는 동안, 옅은 미소와 함께 말갛게 씻겨나가는 마음이 내 것이었음을 알면 어른들도 아마 놀라게 될 것이다.
이 동시집엔 문학적 수사를 붙여 평가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이 시집은 단순한 시와 그림이 어우러져 우리를 단순한 독자로 만들고
깎은 밤톨마냥 단순해진 우리는 가벼워지고 순해지고 점점 투명해진다.
그래서 이 시집은 어른들도 간과할 시집이 아니다.
아이들은 물론이려니와
그림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는 이들,
처음 시를 써보고 싶은 사람,
오래도록 무언가를 잊고 살아왔던 사람,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목소리와 품 안으로 아이를 들여오고픈 사람,
글을 깨우친 노인들...
누구하나 이 작고 명징한 동화 안에서 위로를 받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볍게 펼쳐들었다가, 엄마의 무릎 위에서 잠이 깬 그때처럼 환하고 나른하고 포근한 이 느낌을 숨길 수 없어 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