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열 번째 여름
에밀리 헨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해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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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찾는 일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첫 장을 펼쳤을 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오감이 쭈뼛거리고 주변의 핸드폰 상황이나 밀린 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이 몰입할 수 있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글쎄, 누군가에겐 진부한 사랑 이야기 이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겐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가령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일지라도 일상 가장 가까운 곳, 평범한 누군가의 일상에서 한 번쯤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과도 같은 사랑 이야기는 손이 책으로 먼저 뻗어지는 것 같다.


우리의 열 번째 여름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러브, 로지가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함께 겪어온 단짝 로지와 알렉스(그러고 보니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의 이름도 알렉스이다.)는 고등학교 졸업 후 우정이라는 베일에 의도적으로 가려진 사랑이라는 감정을 남녀 주인공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자각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여행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5년 전 여름, 올해 여름, 12년 전 여름 같은 회고하며 과거 있었던 이야기를 알려주거나, 그 과거를 거쳐 현재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 교차편집하여 보여주는 느낌이라 두 주인공의 관계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꽤 크게 일조하는 느낌이다.

여름휴가를 마치 암묵적인 규칙처럼 늘 함께 보내는 주인공 파피와 알렉스. 가족이나 동성 친구 간에 떠나는 (통상적인 한국인 상식으로는) 여행이 아니라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12년간 친구로 지내는 이성 친구와의 여행이다. 하지만 매년 여름에 떠나는 여행에서 어떤 사건이 생기게 되고 아슬아슬 이어오던 관계마저 틀어지고 마는데…

그 이후 서먹해진 사이처럼 감감무소식이던 그에게 파피는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기 위한 휴가로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하게 된다. 니콜라이 (아마도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의 아파트 온도조절기가 고장 나 불가마의 찜통 숙소, 갑작스러운 알렉스의 근육 경련, 끝나버린 기린 먹이 체험 등 알렉스의 즐거운 여름휴가로 만들기 위한 파피의 노력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리지만 불구덩이 같은 니콜라이의 숙소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너무나 달랐던 서로의 가치관으로 오해가 생기게 되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다. 그동안 파피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삶에 이토록 열정적이고 원동력이 되어주는 이유는 알렉스임을 깨닫고 그를 찾으러 가게 되는데…


누구나 예상 가능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끝나는 결말 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동안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 서로의 곁을 지나간 옛 연인들, 그리고 그 연인을 친구로서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던 혼란과 질투와 죄책감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찾아내는 ‘진짜 감정’ 은 좀 더 완벽한 사람으로 성장하며 자기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는데 로맨틱 코미디의 책이 읽고 싶어질 때, 따가운 햇살과 청량함을 꼭 닮은, 지루한 일상에 자극제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우리의 열 번째 여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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