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작별 -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마주한 것들
김인숙 지음 / 지와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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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인생은 '탄생'의 순간과 '죽음'의 순간이 있다. 그렇다는 말은 태어난 순간 언젠가는 죽는다는 말이다. 돈이 많은 부자였건, 명예와 권력이 누렸던 사람이었건, 온 도시를 전전하며 겨우 먹고사는 하루살이의 삶이었을 지라도 그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도 죽고 나와 인연을 맺은 관계망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죽는다는 말이겠지.

내가 집어든 서툰작별이라는 책은 늙고 병든 아버지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기록한 간병일기이다. 첫 장을 넘기면서 아버지를 간병하며 남은 삶을 자녀와 함께 보내며 애틋한 감정적 교류, 삶의 고찰과 같은 감성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보호자로써 요양원과 병원을 전전하면서 늙고 아파 예민해진 아버지와 간병인과의 갈등, 병원을 옮길때마다 낯선 환경으로 인한 후유증들과 같은 보호자로서 직면하게 되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일기 같은내용이라 부끄럽지만 그저 외면하고싶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겪을, 내가 겪을, 시퍼렇게 날이 선 현실은 그저 냉혹하기만 한것 같았고, 교훈을 주며 끝나는 뻔한 스토리를 예상했던 나로써는 꽤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버지의 삶이 있듯 자녀들의 삶도 있기에 24시간 365일 온전히 옆에 붙어 간병할수는 없는 노릇. 아픈 사람을 처음 간병해보는 저와는 달리 전문 간병인을 모셔 전문적인 관리를 받는것이 무조건적으로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서도 언급된 부분

짧게는 두 세시간, 아니면 하루만에 그만 두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휴무를 길게 쓰거나,보호자나 간병인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 등 깨끗하게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 갈등 등은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난관임에는 확실했다.

아버지가 고통의 순간을 눈물겹게 참아내는 시간들을 손놓고 옆에서 지켜볼수 밖에 없는 저자의 마음을 그저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어 그 슬픔이 더 와닿는것 같았다. 부모님의 깊어진 병세로 짊어지는 각종 병원비, 입원비, 간병인비, 왜 더 일찍오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의사의 한마디에 늘어나는 죄책감들, 또는 간병인과의 갈등, 등등 자녀로서 해야할 도리와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을 수 도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여러가지에서 기인한 부담감 등 부양 가족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것들은 홀로 남게 될 스스로를 좀먹게 만드는것 같았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고 불필요한 제도의 변화, 사회적인 인식들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아버지의 오랜 요양원 생활로 몇 안되는 남은 유품들을 보며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는 저자의 깊은 슬픔, 아버지가 30년전 보냈던 편지를 꺼내 보며 작별인사를 꺼내보는 장면은 꽤 여운이 남아 오래 기억될것 같다.




봄바람에 꽃잎이 날리듯

순식간에 지고 말았다. 세상의

의무를 다한 듯 훨훨 날아올라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

죽음은 해가 기울 듯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질서라는 새삼스런

깨달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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