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이겨내는 기술 - 사랑의 실패와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하여 테드 사이콜로지 시리즈
가이 윈치 지음, 이경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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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여파로 친정집 방문을 자제하다가 일주일 전 너무나 오랜만에 집을 갔다.

목적은 이번에도 또 다른 이유였고 일박을 보내며 겸사겸사 녀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

약속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낯설기까지 한 현관문을 열며 오랜만에 보는 나를 반길 모습을 잠시 상상했다.

중문을 밀어 보이는 너는 .. 전용 침대에서 웅크리며 누워 잠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야위어있었지.

뼈가 선명히 드러난 등과 뱃가죽, 뽀얗고 초롱초롱했던 생기 있는 얼굴이 꼬질꼬질하고 퀭한 얼굴이 되어

힘없는 반가움과 왜 자주 안 왔냐는 원망이 뒤섞인 눈빛과 행동이 나를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쓰다듬어 주지도 못하고 앉아 울며 꺽꺽거리는데 그 조그만 몸을 억지로 이끌고 내게 다가와 반겨주는 그 행동이 왜 이렇게 잔상처럼 남아 사라지질 않는지.

한참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내는데 내팽겨진 내 손 등을 핥아주던 너의 모습이 생각나 또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 사실 최근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느낌 아닌 느낌을 받았다.

너를 보고 집으로 오는 내가 느꼈던 단 하나의 거짓 없이 솔직한 심정은.. 안도였다.

남아있는 가족들의 책임감이나 무거운 마음을 뒤로한 채 나는 그저 안도했다.

마음 한구석 남아있는 걱정이나 대책은 잠시 뒤로 미뤄둘 수 있구나.

그러니 나는 지독히 이기적인 한 사람에 불과했다.

억지로 좋은 말로 포장해보자면 닥쳐올 슬픔이나 공허함에 대한 필사적인 방어였을 수도 있겠다..

과연 이 슬픔의 크기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너를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너를 쓰다듬었던 그날들이 꿈같이 지나갔다.

그렇게 작았던 너였는데, 손도 많이 갔던, 네가 있었던 자리들이 텅 비어 허전해 눈물이 났다.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다가 네 생각을 하거나 네 이야기가 나오면 또 울었다.

그러던 중 상실을 이겨내는 기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치유 심리학자인 가이 윈치의 이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서술한 책으로

연인과의 이별을 겪은 캐시, 15년을 키운 반려견을 떠나보낸 벤,

낮은 자신감으로 힘들어하는 로렌의 이야기로 이 모든 상실을 이겨내는 치유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가 추천하는 극복 방법으로 가장 와닿았던 것은 다음과 같다.

과거의 기억이나 상실의 흔적에 집착하려는 중독 성향을 이겨낼 것.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자책감, 후회 같은 감정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비로소 우리가 함께하며 실제 했던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그가 언급한 회피는 슬픔을 더 살찌운다는 말처럼 아이의 죽음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언젠가는 우리도 죽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것은 변하거나 사라진다.

삶이 있다면 죽음도 있는 것이고 회피하지 않고 이치로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죽음이란 절대적으로 영원히 실제 할 수 없고 삶의 일부분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의 물건과 사진을 정리하면서 애석하면서도 애석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했던

너무나 반짝였던 추억들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새 배변패드나 깨끗한 옷, 물건들을 정리해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했다.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그 물건들도 새로운 곳에 가서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은 일로 쓰인다면 아이도 분명 그곳에서 기꺼이 행복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상실로 힘들었던 지난 몇 주 동안 준비되지 않은 슬픔에 위태로움을 느꼈다. 이 책은 그 슬픔을

떠나보낼 수 있게 좋은 준비 자료가 되어준 것 같아 상실의 슬픔을 겪는 이들에게 한 번쯤은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진정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기억할 것,

슬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놓아주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정서적 고통 외에도 놓아야 할 것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망을 놓아야 하고 실수를 바로잡아 현재를 과거로 돌려놓으려는 환상을 버려야 하고, 문득 떠오르는

과거 연인이나 반려동물이 곁에 존재한다는 느낌도 버려야 한다. 정말로 이별을 고해야 한다.

우리의 사랑을, 그 사랑을 받을 존재가 사라졌음에도 남아 있는 우리의 사랑을 쫓아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린 슬픔도 놓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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