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이 책에서 등장하는 가족은 어느 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틀어진다. 가족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는 계획을 가진 한 아버지가 있다. 그는 빚더미에 앉게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이유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우유에 수면제를 타서 가족들에게 마시게 하지만 생각했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두 아들이 우유를 마시지 않아 수면상태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휘두른 칼에 어머니는 죽고 형과 엎치락뒤치락 하던 모습을 작은 아들 진웅은 목격한다. 본능적으로 안방 침대에 숨은 진웅은 도망간 형을 잡으러 간 아버지가 올 때까지, 안방 바닥을 가득 메운 어머니의 피로 가득한 곳에서 버텨냈다. 그리고 아버지가 스스로 칼을 자신의 배에 찔러 넣는 모습도 보았다. 한참 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와 수군거림 속에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 아버지의 목적에 의해 강제로 어머니가 희생당했고, 아버지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자살에 실패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아버지는 가족 살해범으로 수감되었다. 그리고 십 년이 흘렀다.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가 출소했다.

<살인자에게> 책은 동반 자살이라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나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가족을 살해 후 자살하는 것을 동반자살이라고 한다. 동반 자살의 이유는 가난, 가정불화, 치매, 우울증 같은 질병 등 그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임당한다는 것이 이 동반 자살에 대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동반자살의 유형 중 ‘자녀 살해 부모 자살’의 유형으로 동반자살에 실패하고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와 출소 이후 아버지와 가족이 모여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실패로 끝난 동반자살은 남은 가족들에게 다양한 모습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형은 어머니가 태어난 날짜를 몸에 새기는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날카로운 물건을 보면 현기증을 느끼며 두려움을 느꼈다. 작은 아들 진웅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없어 보이는 말 잘 듣고 착한 아들로 소개된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괜찮은 것일까? 책을 다 읽고 보면 이 책의 제목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면서 작가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출소한 이후 가족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들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아버지. 그리고 과거 호수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았던 형.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소설이 궁금하다면 주저 없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