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늘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20대를 살아왔다며 책의 서문을 연다. 만일 작가가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갔더라면 《을의 철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다른 철학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철학에 빗대어 그려낸다. 그래서 일까? 지루할 줄 알았던 생각과 달리 술술 읽힌다. 심지어 철학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7장의 ‘사랑하면 알고 싶어진다’ 이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사랑은 타인에 대해 주관적이 되는 것이다’ 라고 했고, 들뢰즈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이 지니고 있거나 방출하는 기호들을 통해서 개별화 시키는 것이라는 것. 즉,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 기호들에 민감해지는 것이며 이 기호들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이다.’ 라고 그 또한 사랑은 그 대상을 개별화하는 거라고 했다. 이 얼마나 로맨틱한가! 상대방을 어떤 분류에 묶지 않고. 그 사람을 유일한 존재로 본다는 것이..
‘을의 철학’을 읽으면서 철학자 들뢰즈에 푸욱 빠져 버리게 되었다. 그의 철학이 나의 원하는 삶의 방향과 비슷해서 일까. 그는 70세의 나이에 투신자살로 삶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당시 몸을 가둔 오랜 지병 탓에, 그의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들뢰즈가 기적처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자유의지로 그의 삶을 끝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다운 선택이었다. 나 또한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타자의 힘에 의해 사느니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와 나는 조금은 닮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나는 냉소적인 사람이다. 철학을 즐기지만 완전히 내 삶에 스며들지는 하지 못한...작가는 나와 달리 철학을 마음으로 접했기 때문에 새로운 마주침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젠간 뇌가 아닌 가슴으로 철학을 깨우치고, 하루를 간신히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하루 하루를 되새기며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