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 부유하지만 통제하길 좋아하는 변태적 성향의 사업가이자 여주의 후견인 버나드
여주 : 어리고 당차지만 현실(돈)앞에서는 약해지는 남주의 대녀 소피아
푸른수염,
초등학교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보았던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영화 속의 한장면이 떠올랐습니다.
3-4편의 만화영화가 한 테이프에 기록되어 있어, 3편을 내리 달아본 후에
기대했던 예쁜 공주도 나오지 않고, 귀여운 동물 역시 나오지 않았으나.
푸루죽죽한 배경에 대롱대롱 달려있던 발들..거기서 그냥 빨리감기를 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어린 나이에 그러한 장면이 어떠한 내용이었는지 알리는 만무했고,
그저 크면서 아..푸른수염이라는 단어가 회자 될 때마다 아마 그런 내용이겠구나...라고 제 맘대로 유추해 생각하곤 했죠.
이 책도 푸른 수염이라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사실 이책은 로맨스 라기보단 스릴러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죽은 부인들의 흔적을 발견할 때는 뒤통수가 찌릿찌릿 했어요..;;)
로맨스 소설의 주는 '사랑'이잖아요.
그 '사랑'이라는 게 예쁜 사랑일 수도 있고 때로는 슬프고 아픈 사랑일 수도 있고,
또 집착으로 삐둘어진 나쁜사랑일 수도 있어요.
남주와 여주가 매력적으로 그려졌다면 나쁜 남주라도 이해해 보려고 했을 텐데..
버나드는 그저..........인형처럼 자기말을 잘 듣고
원할때 안을 수 있는 그런 붉은 머리 여자를 원했기에 변태호색한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엄마 품에 안겨있던 여주를 보았다고...했을때와 죽은 이들의 치아를 모으고 있었을 때는 소름이...;;)
이 책에서 주인공은 그저 소피아 혼자였어요.
(아마 소피아의 입장에서 서술되어져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버나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피아를 꾸미고 싶어했고
소피아가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화를 내거나 회유책을 이용하여 발목을 잡지요.
심지어 가족들까지 이용해 가면서 말이죠.
돌아가신 아버지를 애도하는 소피아에게 억지로 옷을 갈아입게 만들었을때는 어휴..진짜..;;
남조로 등장했던 돌목사님도 친절한 것만 빼면 그닥 매력이 없었고,
아무리 가정부가 멋지고 잘나신 주인님이라고 하트뿅뿅을 날려도
제멋대로인 통제광 버나드는 진짜 매력이 없어요.
(같은 통제광인 그레이와는 아주 딴판이죠;;)
맹한 아가씨인 줄로만 알았던 소피아는 세헤라자데와 비슷한 처지의 자신을 깨닫고
순응해 살게되고 제법 영리하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사고치는 가족들의 뒷수습은 언제나 여주의 몫~!
현명하구나...라고 생각하다가도 왜 저렇게 밖에 생각을 못할까?라는 의문이 든건.
아마도 빚때문에 결정한 결혼에 대한 소피아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저는 중세물 트라우마(?)가 있기도 하지만
스포 트라우마(?)가 더욱 심하답니다.
이미 서평리뷰를 정리하면서 많은 내용을 봐 버린 터라
등장 인물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심하게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니 책을 읽을때마다 머리에 쥐가 나고 피곤해 질 수 밖에요~ㅋㅋ
사실 머리카락으로 팔찌를 만들고 벽장식을 꾸미는것은 잘 이해되지 않아요.
내가 잘 모르는 문화적 배경이 있는거겠지...라며 넘기려했고,
가뜩이나 번역체 문장에 멀미가 나서 죽을 지경이고,
설명하거나 대화를 할때도 주제가 갑자기 바뀌어버려서 '무슨 얘기하는 중인거지??'라며 되돌아가 다시 읽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
이젠 해외 번역 도서 트라우마(?)도 생길 것 같아요~ㅋㅋㅋㅋ
전제적인 평을 하자면, 제게는 많이 난해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맨스의 비중을 내려두고 스릴러로서 푸른수염을 재해석했다고 생각하면
노예제도의 상황과 맞물려 많은 분들께 괜찮은 책으로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시대의 문화적 배경을 좀 더 잘 안다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특히 중간중간 프랑스어를 섞는 의도를 아는 분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