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등장한다면그거야 질겁하는 주인공으로지영지의 어느 잔디밭을발가벗은 발꿈치로 밟고 나서 말이야두세 개 빙하에나 발 들여놓은 나는그가 제 성공을 소리 높여 웃도록당신이 막지 않았을순진한 죄를 알지 못하네말해주오 내 기쁨이 저런 것은 아닌지이 불길로 구멍 뚫린 저 허공에서천둥과 루비 굴대내 유일한 저녁 마차 그 바퀴가 저 흩어지는 왕국들을 따라 주홍빛으로죽어가는 것만 같은 그 모습 보는 것은 아닌지
(12) 하지만 언어의 막힘, 더 이상 할 수 없음, 그러니까 영원히 글쓰기가 중단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이미 평생 존재해 오지 않았던가? (...)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한 시절 이래로, 그러한 생각으로 인해 “날마다 불확실한 새출발”을 해온 이래로 그는 비로소 자신을 진지하게 <작가>라고 부르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