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 의하면 ˝인간이 처해있는 상황 자체가 유죄˝이다. 우린 끝없이 세상에 대해 자신의 삶을 변명하려 하고, 그래봤자 ˝무죄를 완전히 밝혀줄 그 대단한 청원서를 완성했을때(p.161)˝는 오지 않는다. 소송은 계속되고 다만 파멸, 죽음과 함께 끝날 뿐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는 각각 체포되었고 죽기 전까지 끝없는 소송중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로 부조리한 세상속에 던져져 살아가지만, 그것을 인식하면 그 안에서 자유를 위해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변호사와 관계를 끊음으로서. 조력자인듯 옭아매는 구조를 인식하고 그것에서 벗어남으로서. 끝없는 소송을 그저 받아들임으로서 엘자에게 달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죽기 직전까지 희망과 절망을 보겠지만. (죽음 뒤에도 치욕은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카프카는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보여준다. 아주 매력적인 문체로, 진실을 담고있는 문장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