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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산책을 좋아한다. 혼자 산책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이런 저런 잡념들로 집중할 수 없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 오로지 걷는 행위, 그리고 내 주변에 풍경만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들이 좋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눈길이 갔다.
이 책은 다비드 브 드르통이라는 프랑스 작가가 2002년 <걷기 예찬>의 정신을 그대로 살려 10년동안 변화된 생각, 새로 알게 된 즐거움을 소개하는 책이다. 걷기의 즐거움,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람과 느닷없이 일어나는 즐거움들에 대한 나열들을 작가의 생각과 더불어 니체, 헤르만헤세, 루소와 같은 여러 명사들의 다양한 걷기 체험과 걷기 예찬까지 볼 수 있다. 걷기와 관련된 그들의 에피소드와 생각을 읽는 것이 이 책을 좀 더 즐겁게 만들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곳에서는 별조차 다르다.' 부분이다. 그동안 주로 낮에만 걸었던 나에게 밤의 걷기에 대한 매력을 굉장히 감성돋는 묘사로 시작되었지만 밤에 혼자 걷기의 위험성이라던가 장거리 보행자에게 밤에 묵을 곳을 찾는 부분들은 현실성이 느껴졌으나 그 뒤로 이어지는 낭만주의적인(작가는 혼자 있을때는 낭만주의를 버리라 했지만) 여러 명사들의 이야기들은 굉장히 부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과연 내가 밤길을(여자 혼자 걷기는 위험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걸으며 별빛 달빛을 벗삼아 유숙도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 할까? 이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한국에서, 그리고 도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여러 동물들과의 만남, 낯선 마을에서의 하룻밤 같은 일들은 정말 이국적인 일들이라 크게 와닿진 않지만 읽다보면 결국 그 장소에 내가 함께 그런 일들을 겪는 다는 상상을 하니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역시 먼나라 이야기 같은 그 이야기들은 견문으로 남기고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걷기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머릿속에 새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걸으며 자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 경험은 지난 해 올레길 10코스를 첫 시작점부터 끝까지 완주했던 경험이었다. 장장 7시간에 걸친 걷기 였지만 그때 보았던 바다, 산, 사람, 말 들을 생각하면 평생 잊지 못할 굉장한 경험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 구입한 올레 패스포트에 언젠가는 모든 코스를 완주해 보리라는 목표가 생겼다. 그때 다시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