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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준 선물 - 아빠의 빈 자리를 채운 52번의 기적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파병나간 남편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한 스마일리 가족. 낡은 식탁의 남편 자리에 매주 손님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의 소개를 봤을 때는 스마일리 가족의 저녁식사에 초대된 52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의 지혜나 경험들을 정리한 책일 거라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이 책은 말그대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사라 스마일리가 파병 나간 남편을 대신하여 52회에 걸친 저녁식사 과정들을 담은 책이다. 그 속에서 세 아이들이 성장하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 했던 한 워킹맘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책의 가족들이 미국인이라는 점, 파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점이 공감을 어렵게 하지 않을까 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을 사춘기 아이들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나는 요리하는 것도 수다 떠는 것도 싫어 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들은 각각의 식사에 초대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식사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굉장히 읽기 쉬웠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질풍노도의 큰 아들 포드와 형제들 사이에 끼여있어 비교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조용한 소년 오웬, 그리고 귀여움을 담당하는 막내 린델까지...우리나라에서 우스갯소리로 아들 셋이면 목매달이라고 하던데 아들 셋을 일과 학업과 병행하면서 키우는 엄마 사라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나 또한 그들이 초대한 주변의 이웃같은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남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그녀의 식사 아이디어는 굉장히 신선했지만 그 안에서 어우러진 이야기들은 내 주변에서 있을 것같은 익숙함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엄마, 아빠 두 부부의 끈끈한 연대감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어떠한 시련이 와도 굳건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아이들 위주의 부부가 아닌 진정 연인같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편 더스틴이 잠깐 휴가를 나올때도 바로 아이들을 보지 않고 2주동안 둘만의 시간을 가진 모습도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더스틴이 돌아올 때 마치 신부가 된 기분으로 기다렸던 사라의 마음 역시도 우리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아 부럽기까지 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이웃이었다. 남편의 부재로 힘든 가족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었고 그들을 지켜주었는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살고 있는 나에게 잊혀졌던 이웃의 의미에 대해 반성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스마일리라는 유쾌한 성을 가진 이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52번의 식사를 눈으로 따라 참여하면서 앞으로 내가 만들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사라 처럼 남편을 절절히 사랑하고 사라 처럼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사라 처럼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저녁식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오랜만에 따뜻한 책을 만난 것 같아서 한동안 스마일리 가족이 생각날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