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ㅣ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아주 오랜만에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책을 만났다. 생소한 이름의 작가 한스 라트의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이다. '신'의 존재론적인 질문들로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신'에 대한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인간으로서 그에 대한 인문학적인 대답을 들려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다. 이렇게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예측했던 것 중에는 굳이 맞았다고 할 만 한 것은 후자이리라. 그러나 인문학적인 답일 거라는 생각은 좀 빗나갔다. 더 재밌게 풀어냈다는 점이 맞을 것 같다.

 이제 막 이혼하고 이제 막 파산 직전인 어쩌면 생의 최악의 상황을 맞은 심리학자이자 치료사 '야코비'박사 앞에 자칭 '신'이라고 말하는 '아벨 바우만'이라는 서커스단 광대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신이상자나 사이비 종교인 사기꾼으로 생각하듯이 아벨 박사 역시 의심을 갖고 이 '신'을 상담하게된다. '신'의 고민은 더이상 힘을 쓸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영원한 열반(무의 존재로)에 들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이야기의 전반은 이런 '신'의 상담을 위해 그의 가족을 만나거나 그에게 '신'으로서의 증명을 얻기 위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곳곳에 설치된 위트있는 이야기들도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 않고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신'이라는 존재를 믿게끔 자란 나에게 냉담자라는 꼬리표가 생긴 것처럼 '신'은 나에게서 아니 내 생활에서 조금 먼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위급한 순간, 도움이 필요한 그 순간에는 나도 어쩔 수 없이 기도를 하게 된다. 그렇다는 건 내가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겠지만 자꾸 잊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을 무겁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정말 편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볼테르" 책 앞의 문구처럼 인간과 '신'의 문제는 앞으로 인류가 멸종(?)할때까지 영원할 것이고 '신'의 존재에 대한 책들은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질 것이다. 삶의 쉼표같은 시기나 지금 '신'의 존재가 없다! 라고 생각하거나 혹시 '신'을 원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그 전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던 작가의 위트있는 글들 속에서 오랜만에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역시 볼 만한 그리고 그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신'은 존재한다. 그리고 존재했으면 좋겠다. 아벨 바우만 처럼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신이 어딘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 달콤 쌉싸름한 내 삶의 모든 순간
홍승찬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4월

클래식하다 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전음악, 전통적인의 뜻을 가진 이 말 속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고 인정받는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클래식은 언제, 어디서 듣던 좋다. 원래도 뉴에이지,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솔직히 몇몇 유명한 곡과 연주자, 작곡가를 제외하면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음악을 듣던 아! 이 음악은 00야~ 라고 알기 보다는 들어본 음악인데...정도로 얇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속상할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알고 싶은 마음의 시작이 바로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다.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에 모던한 표지가 이 책을 읽으면 클래식에 대해 그나마 조금은 더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솔직히 읽기 전까지는 한챕터가 곡 한곡을 설명하는 그런 내용의 책인 줄 알고 음악과 함께 들어보리라 마음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곡과 더불어서 전반적인 클래식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생각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들어보기만 했던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의 악기 이야기와 음악가들의 산책에 관한 이야기들도 꽤나 흥미로웠다. 읽으면 읽을 수록 기대 이상의 것들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앎의 즐거움이 커지는 책이었다.

 더 큰 즐거움은 클래식이라고 해서 바흐,슈베르트, 베토벤등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비틀즈와 애비로드에 관한 이야기와 유재하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책장에 장식되어 있는 애비로드에서의 비틀즈 음반 재킷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좀 더 알게 되니 흥미로웠다. 특히 비틀즈에 팬들 중에서 그 장소가 좋아 그곳에 사는 팬들도 있다니...비틀즈의 영향력이란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처럼 이 책은 다양함을 담고 있다. 클래식이라는 범위에 대해 애초부터 나 스스로 한정지어 생각했던 것 뿐이지만 다양한 음악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훑어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의미있는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얇고 넓게 보여주는 이 책 덕분에 한동안 내 음악 리스트는 알차게 채워져 있을 것 같다.

시리얼

시리얼 CEREAL Vol.3 - 영국 감성 매거진 ㅣ 시리얼 CEREAL 3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5년 3월

산뜻하고 모던한 느낌의 표지가 과연 이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켰다. 맨 앞장에 책 소개란에 자신있게 쓰여진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읽는 책" 이라는 소개글처럼 시리얼을 먹듯 우리가 여유를 느끼고자 할 때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두 가지 여행, 음식에 관한 이야기,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의외로 사진보다는 글의 양도 많아서 각 테마별로 에세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에게는 정말 생소한 곳인 '산타 바버라' 의 시원스러운 바다와 햇살 사진과 마치 같이 걸어가고 있는 느낌을 주는 현재형의 기행문 같은 에세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곳에 가본 것 같은 착각이 읽게 만들어주었다.

다음 테마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인 '식용꽃과 곤충' 부분이었다. 의외로 이 부분에서 여러가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아는 즐거거움이 컸는데 장미에 관한 역사와 활용도에 대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식충성이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어휘로 시작된 먹는 곤충 이야기에서는 각 나라별로 어떤 곤충을 어떠한 식으로 먹는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되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코즈웨이 코스트' 부분은 다시 한번 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켰고 뒤이어 이어지는 '레이카비크'는 산타 바버라 보다 더 생소한 도시로 아이슬란드의 다양한 건축, 문화, 자연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렵다.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가장 모던한 느낌의 분위기였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에 대한 책이었다. 아침에 시리얼 대신 밥을 먹는 나로서는 아침에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책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때마다 찾아볼만한 흥미로운 내용의 책이었다.

인디아나 텔러1

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학창 시절 나의 독서욕을 마구 자극시켜주던 판타지 소설들..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읽을 부분이 줄어들 때 마다 아껴 읽는 마음으로 소중히 읽으며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 주었던 그 추억들 속에서 다양한 책들을 읽다보니 판타지 소설을 읽은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판타지 소설을 읽게 되지 않았던 이유들 중 에 하나로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영화로 접할 기회들이 많아졌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던 사이 정말 오랜만에 해리포터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의 '인디아나 텔러'를 보게 되었다. 예전의 기억처럼 한 장 한 장 재밌게 읽어나가면서 옛 기억도 나고 한동안 주춤했던 책에 대한 즐거움이 새록새록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판타지의 단골 등장인물인 루가루 라는 늑대인간이 주인공이다. 뭔가 모험심 가득한 이름인 책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인디아나 텔러의 어머니가 인디아나 존스의 팬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1권들이 열심히 작가의 세계관 배경등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이 책 또한 다양한 인종과 주인공의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지고 있다. 그 세계관 안에서 음모와 배신 그리고 전쟁까지 한 편의 영화처럼 다이나믹한 갈등구조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다만 뒤로 갈 수록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전개로 뒤죽박죽인 느낌도 없지 않아 있는데 애초에 판타지라는 장르가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찾으며 읽기에는 무리가 있는 장르라서 그럭저럭 넘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뭔가 대대적인 전쟁을 앞두고 끝나버린 1권때문에 2권도 굉장히 기대가 된다. 또한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타라덩컨'보다 먼저 영화화 된다고 하니 영화 역시도 챙겨보게 될 것 같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난 뒤 아쉬움이 컸었는데 아마 인디아나 텔러가 판타지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주리라 기대된다.

 오랜만에 읽은 판타지 소설 '인디아나 텔러1'는 잊고 있었던 책 읽기에 즐거움을 한층 고조시켜준 책이었다. 

상식으로 시자하는 한 뼘 인문학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 - 사고의 틀을 바꾸는 유쾌한 지적 훈련 ㅣ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2월

언제부턴가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이 내가 접하는 책들 속에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접한다라는 것은,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이나 사람들의 말속에서 인문학은 열풍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포괄적인 학문의 개념처럼 인문학은 복잡하고 깊고 어려운 학문같은 이미지로 생각되어 지다 최근에 읽은 몇 몇 책들을 통해서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해주는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흥미로 인문학에 대한 갈망이 생기면서 그래서 한달에 한 권 정도는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을 보게 되었는데 재미있게 풀어 낸 책도 있었지만 앞부분만 금방 읽고 일찍 덮은 책들도 있었고 사두긴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이 가지 않는 책들도 있었다. 내 생활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 할 때마다 인문학은 나한테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보게 된 <한 뼘 인문학>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에 한 뼘이라니..이 책을 읽으면 한 뼘 정도는 인문학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겠다! 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니다 오히려 틈틈이 심심할 때 조금씩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말그대로 상식으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에 알고 있던 상식에 대한 한 뼘 깊은 지식과 반전이 있는 한 뼘 벗어난 사실들이 촘촘하게 나열되어 지고 있다. 어느 페이지 어느 부분을 읽던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기에 나중에는 책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목차를 보며 "골라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가십같은 느낌에 "사약을 마신 죄인이 바로 죽는 드라마는 틀렸다", 라든가 "콘플레이크는 성욕 억제 음식?"등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재미와 비례하게 몰랐던 사실이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에 대한 감탄도 이어지게 해서 지식에 대한 가벼운 목마름에는 좋은 책 인 것 같다. 짧게 많은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내가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대화 속에 아 그건 말이지~ 하면서 좀 더 첨가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상식으로 시작하는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