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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을 걷는 소년
나디파 모하메드 지음, 문영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 대학교 문학 수업 중에 르포 문학을 통한 발표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발표를 준비하는 동안에 제3세계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알게 되고 그 책들이 주는 낯설지만 익숙한 그 무엇에 매료되어 여러 권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모래 바람을 걷는 소년’을 읽으며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발견하였다. 나에게는 낯선 나라 , 그러나 그 속의 우리와 닮은 익숙한 느낌.
주인공 자마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궁핍과 멸시 속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하여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정말로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자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성숙해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아버지에게 닿아가는 그 아슬아슬한 여정의 끝에는 안타까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은 아프리카의 아픈 과거와 현재 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후에 자마는 다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삶을 살게 되면서 혼자가 아닌 가정을 만들어 새로운 출발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아프리카의 현재를 넘어선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다. 가슴 먹먹한 순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지막에는 내 마음까지도 새로운 의지가 샘 솟는 것 같은 훈훈함으로 끝을 맺었다. 책 한권을 읽으면서 희로애락이 이처럼 많이 교차하는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다. 그래서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가의 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지 매 순간 너무나 현실적인 아프리카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물론 번역된 내용을 읽는 것이지만 정말로 후끈한 아프리카의 열기가 전해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책을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제3세계 문학을 다양하고 많이 접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읽기가 무난했던 것 같다. (아마 작가가 일찍이 망명한 집안의 사람이었던 점 때문일 것이다.) 책의 양과 시간의 촉박함 속에서도 읽기를 포기하지 못하게 했던 매력적인 소설을 통해 그 옛날 대학 시절에 읽었던 책 들 보다 더 벅찬 느낌을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