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 별의별 퀘스트를 다 깨는 에디터들의 인생 성장기
오한별.유승현.김희성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리랜서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1.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살고, 고민하는지 들여다보고 싶어서

2 . 나 또한 프리랜서로써 자리를 잡고 싶기에 먼저 경험해본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귀여운 고양이가 털실을 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귀여운 표지와 재기발랄한 제목이 ‘이건 읽어야해!’라고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했다.


“프리랜서는 자유를 뜻하는 ‘프리’(Free)와 창을 사용하는 창기병 ‘랜스’(lance)의 합성어다. (중략) 왕이나 영주에게 소속되지 않은 채, 고용주의 보수를 받고 싸움에 참여하는 창기병을 프리랜서라 불렀다. 지금으로 치면 사설 용병과 같을 듯하다.”


프리랜서의 어원이 중세시대 사설 용병에서 왔을줄이야. 그저 자유롭게 일하는 형태를 지칭하는 말인줄 로만 알았다. 그러고보니, 용병이라는 말이 딱 맞다. 어디에 소속되어있진 않지만 불러주면 기꺼이 싸울줄 (일할 줄) 알아야 하는 태도는 프리랜서의 덕목일 것이다.

프리랜서에도 종류는 다양하다.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디자이너, 유튜버 등등.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는 세 사람의 프리랜서 에디터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에디터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 보았지만 여전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생소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모습으로 보면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잡지 화보 촬영 현장, 유명인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런데 프리랜서 에디터라면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일까.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기획을 하는 걸까? 궁금하면서도 동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한 사람의 저자가 책 한 권을 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같은 직업군의 세 사람이 각자 에세이를 담은 것이 흥미로웠다. 프리랜서의 세계에 한 발짝 다가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잠시 프리랜서로 사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것도 각자 다른 세 가지 삶으로.


이 책의 저자들은 프리랜서 중에서도 '에디터'라는 특정 직업에 속해있지만, 꼭 에디터가 되고 싶거나 에디터를 위한 책은 아니다. 넓게 보면 고유한 개인으로써 살아가는 방식, 삶을 꾸려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에 가깝다.

나의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작가는 에디터와 매우 비슷한 업태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책의 표지에 쓰인 추천사는 소설가 김중혁이 썼다.) 정해진 날짜까지 마감을 하고, 제작사나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간혹 자신이 쓴 글과 작품을 알리기 위해 포트폴리오나 기획서를 쓰기도 하며, 혼자서 루틴을 정해 일을 해나간다. 그러면서도 사이 사이에 콘텐츠 생산을 위한 인풋과 소양을 쌓고 체력관리 및 마음 수양 (?) 해야하는 것도. 살아가는 시간이 곧 일하는 시간이고 출근 상태인 것이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여러 일들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사심 없이 뿌리고 해낸 일들이 훗날 어떤 기회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의 진리를 하나 더 깨달은 나는 해야 할 게 많아 오히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중압감에 시달릴 때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부터 하며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줄여 나간다. 그러다 보면 나를 짓누르던 불안도 조금은 사라지고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나는 아직 어딘가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일의 형태로 그것들을 하는 상태는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이지만 꾸준히 써야하고 나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 과정이 매우 막막했고 오히려 나와의 약속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나를 보며 이래서 어떻게 프로 작가가 될 수 있겠냐며 내 스스로를 질책하곤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됐다. ‘잠깐 진정하고, 우리 얘길 들어볼래? 프리랜서는 이렇게 살아.’ 라며 환상을 걷어낸 현실적인 프리랜서의 이야기와 특히 책 맨 뒤에 있는 부록 챕터가 길잃은 이에게 건네는 작은 지도와 같이 느껴졌다. ‘부록’ 챕터에는 글을 쓰다 막힐 때, 작업을 하다 안 풀릴 때 저자 분들이 쓰는 방법들과 프리랜서로 일하며 지키는 규칙과 복지에 대해 상세히 쓰여있다.


“회사는 다닐수록 나의 마음을 가난하게 했다. 조직에서 허기진 마음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경험만능주의자, 맥시멀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사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내 주머니 속 월급을 털어갔다. 회사에서 뺨 맞고 월급에 화풀이해대는 격이었다. 이 모두는 내게 주어진 세상이 너무 좁은 탓이었다. 반 평 남짓한 책상 위에서 많은 일을 해내면서 나의 몸과 마음은 빠르게 소모되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에 있을 때와 퇴근 후의 삶이 분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분리를 하고 싶었다. 퇴근 후에는 취미 생활을 하거나 원래 본업으로 하고 싶은 일에 (글쓰기) 집중하고 외국어 공부 등 자기계발을 하는 삶. 그러나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퇴근 후에는 일하는 동안 눌려있던 긴장과 스트레스,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본격적인 내 ‘일’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대충 밥을 먹고 잠을 자기 바빴다. 퇴근을 하고 나서 지친 체력으로 더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하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 몸은 하나인데 두 가지 삶을 꿈꾸다니. 퇴근 후에도 나는 나였던 것이다.

일과 나의 삶이 하나로 뭉쳐진 채 살 수 밖에 없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면 좋을까. 그 고민을 품은 채 일을 했다. 결국 내가 생각만하고 주저하던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반)백수로 살고는 있지만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나의 멘탈과 체력 관리가 주된 업무고 매출은 0이지만... 혼자서 셀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때론 실패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거나 책과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스트레스보다는 되려 보람을 느끼게 한다. 조직 생활이 그닥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칠 구석도 없었다.


아직은 프리랜서 LV.0인 상태지만 언젠가는 세 분의 에디터님처럼, 만렙 프리랜서가 되고싶다. 결국은 나와의 싸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 시간과 노력들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를 떠나지 않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 프리랜서로 사는 것의 장점이 아닐까. 유일한 사장이자 직원인 나의 시간을 잘 관리하고 복지를 잘 해주는 것은 한 사람 분의 인생을 관리하는 것과 참 많이 닮았다.


“안정적인 프리랜서 생활은 결국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말하자면 건강하게 살자는 거다. 혈혈단신으로 춥고도 가혹한 야생을 살아가려면 조금 덜 불안하고 덜 흔들리기라도 하자고.”


( 자이언트북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흥미로운 이야기 만드는 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아메리카나 1-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3년 11월 24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스피드, 롤, 액션!
연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응모해 본 가제본 서평 이벤트에 덜컥 당첨되었다.

출간되기 전, 소설의 예고편처럼 짧게 편집된 가제본 책. 가제본 책은 처음 본다. 이렇게 작고 귀엽게 가제본이 나오는 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연여름 작가의 <스피드, 롤, 액션>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경쾌하다. 대학에서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있는 나는

이 제목에 끌려 책의 이벤트에 응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찍는 이들의 좌충우돌 성장스토리일까?

소설에서는 영화 현장이 어떻게 묘사되어있을지 궁금했다.

일단 이 가제본 속 내용에는 영화를 찍는 현장의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다.

소설의 배경은 '미미 분식' 이라는 재개발 지역에 홀로 남은 허름한 분식집이다. 주인공 보리가 이 곳에서 영화를 촬영하려는 계획으로 한달을 빌렸지만 계획과는 달리 영화 촬영은 엎어지고, 스태프들과 배우 대신 미미 분식의 주인이었던 할머니의 손녀 율이 찾아온다. 율과의 우연한 마주침 이후에 보리는 율과 어쩌다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도 참 흥미롭고 어디로 이야기가 튈지 모르겠다는 인상이었는데 이야기는 더 예상치못한 전개로 펼쳐진다. 1998년에서 왔다는 시간여행자 권상은 이라는 남자도 등장한다. 이게 무슨 일일까? 그 전부터 냉장고 옆에서는 우르릉 하는 기괴한 소리가 들리고, 시간여행자 상은은 아마도 시간의 문이 균열을 일으킨 소리가 아닐까 추측한다. 상은은 명동 호텔의 주방장이었다. 상은은 자신에게 밥도 대접해주고 잠 잘 곳도 마련해준 보리와 율이 고마워서 미미분식의 메뉴판에 없는 메뉴를 만든다. 주방장답게 뚝배기에도 심각할 정도로 맛있는 토마토 스튜를 끓여낸다. 과연 보리와 율, 시간여행자 상은, 그리고 보리의 영화를 엎어지게 만든 장본인 프로듀서이자 친구 은표와 촬영감독 태오는 과연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혹은 영화를 만들지 않더라도 영화보다 더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고 끝이 날까. 끝을 알 수 없는 채로 <스피드, 롤, 액션>의 예고편은 끝이 났다.

유머와 따스한 감성을 잃지 않는 소설의 문체가 소설의 배경인 미미 분식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왠지 보리가 만들 영화는 이 소설처럼 따뜻하고 유쾌하지 않을까. 그들이 만들어 갈 이야기들이 벌써 궁금해진다.

"보리는 그릇의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으며 생각했다. 예측 불가한 <미미 분식>의 가능성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11월 22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