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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 사람을 얻고 세상을 얻는 인재활용의 지혜
리수시 엮음, 김영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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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用人.

말 그대로, 사람을 씀.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이다.

그러나 만사가 다 그렇듯 이 '잘'이라는 것이 한도 끝도 없이 어렵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는 사람이다.'라고 할만큼 사람보다 중요한 사건은 없다.

 

이 책은 중국의 리수시가 여러 역사서들을 편역한 것을 다시 김영수님이 번역하는 과정에서 재구성하였다. 전자는 시대순으로 되어 있지만, 후자는 주제별로 묶어 놓아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각 장은 용인지상(인재관), 선발인재(선발관), 지인선용, 추천인재, 임인유현, 존중인재, 용인소장, 용인불의, 과거불문&납용적인, 단련인재, 억압인재 등의 열한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재를 잘 길러서 잘 뽑아, 적재적소에 잘 써먹자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사람을 하나의 부품마냥 물질화시킨 것같지만, 우리네 사는 것이 이율배반적인 것이므로 이런 표현 또한 옳을 것이라 본다. 단, 나의 마음가짐만 바르게 하면 되는 것이다.

 

"현명한 인재는 국가의보배요,

인재를 얻으면 번영하고 인재를 잃으면 쇠퇴하며,

특정한 세대에는 꼭 그 세대에 맞는 인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재차 말할 필요도 없이, 어느 사회건, 크게는 전 지구적으로도 인적자원이란 것은 가장 쓰임이 크며 다른 자원에 비할 바 없이 독보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런 것들을 잘 모르는 듯한 사람들 탓에 이렇게 책으로 나올 지경이 된 것이다. 그러면 왜 인재를 재대로 쓰지 않는가? 그것은 이기심과 무지의 탓이 크다.

 

첫째로, 임인유친(사람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만 임용한다.)으로 이어지는 이기심 탓이다. 능력이 없더라도 왕의 아들이 다음 대를 잇게 되며, 나의 가까운 사람을 천거해야 서로 돕는(?) 정치 인생이 순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임인유현(오직 능력과 인품만 보고 임용한다.)을 하는 것만큼 큰 인재를 끌어낼 수 없을 것이 불보듯 뻔하며, 이러한 나라 아래에서 성대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로는 무지(無知)다. 누가 얼마만큼의 인재인지에서부터 어떻게 알아보고 뽑아 쓸 것인가? 또 어떻게 길러내고 성장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태고적부터 관심사였다. 그러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두가지 궁금증에 대해서 우리의 조상들은 어떠한 현명한 처사로써 이 난관을 해쳐나갔는지, 아니면 어떠한 과오가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각 인물들, 나라들을 통해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짧막짧막한 에피소드들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어 두꺼운 책이지만,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 읽고 나서는 사전처럼 찾아보아도 유용할 것 같은 구성이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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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하늘 동경 - 글로벌 웨더자키 강한나가 소개하는 날씨따라 도쿄 여행 에세이
강한나 글.사진 / 이비락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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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우연히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타국으로 떠나 나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웨더자키라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그녀를. 기상캐스터와는 사뭇 다르고 발랄한 그 모습에 여자인 나까지도 가슴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도 일등을 거머쥔 실력파이며, 언제나 밝고 씩씩한 모습에 연예인 못지않은 팬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지만, 그 고생마저도 힘들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일을 사랑하며, 친구를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멋졌다.

 

그녀가 자신과 사랑하는 동경을 풀어낸 책이라니, 책 소식을 듣자마자 부푼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자신의 꿈을 얼마나 신나게 펼쳐놓았을까? 이름처럼 멋들어진 동경이라는 도시와 함께.

 

여행에세이라는 장르를 알고는 있었지만, 좀더 그녀에 대해 알 수 있겠구나!! 라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졌던 나는 조금은 실망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아기자기한 골목골목과 마을과 문화들을 그녀의 소개를 따라 구경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여행만큼이나 자신을 자유롭게 자기답게 해 주는 것은 없을 것 같다. 조그만 그림하나, 글귀하나하나가 모두 정성스럽게 들어있는 이 책을 보고있자니, 마치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동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친근한 말투와 다정한 이야기에 나는 벌써 그녀와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이리저리 원하는 대로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는 자유로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먹거리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던 나는 반 이상이 먹을거리들인 넘쳐나는 그녀의 사진과 이야기에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20대 아가씨위 취향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구나!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나 또한 20대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잠시 착각했다.;;;ㅋ) 그러나 여생에서 먹을거리들은 단순히 음식이라는 1차원적인 것을 벗어나서 그 지방의 문화와 분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 조그만 길거리음식이라고 여길만한 것들(붕어빵이나, 오뎅같은)에도 정성을 다하는 그들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상차림 하나하나에도 힘쓰는 일본인들의 마음씀씀이도 아름다웠다.

 

박물관이나 전시회,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들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일본문화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던 나에게는(사실, 거의 대부분의 정보는 만화책으로 ㅋ) 모든 것들이 다 신기했다. 자칫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꼼꼼하게 정성을 다하는 그들이 멋져보였다. 나도 할 수 없는 한국인인지라, 반일감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이겠으며, 지금도 일본의 정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만큼 국익과 국민들을 위하는 마음만은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걸로 유명한 그들의 문화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러면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학용품에는 유난히 일제가 많다. 그들의 이러한 마음씀씀이를 알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화! 점점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인다.

 

발랄하고 사랑스런 그녀의 모습에 읽는 내내 나까지 발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본여행의 계획을 하루빨리 세워서 내눈으로 직접 찾아나서는 즐거움을 만끽하고싶은 충동이 든다. 그녀가 소개한 곳들을 실재로 둘러보는 것이 책 못지않게 즐거울 것 같다. 특히 들러보고 싶은 곳은 '츠타야 도쿄 롯본기'라는 서점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놓는다는 이점도 있고, 여러가지 희귀한 책들을 특이한 인테리어와 함께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유쾌한 일이 어딨겠는가?

 

그녀와 함께한 아기자기한 여행. 실재로도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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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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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작품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 진다는 소식에 얼른 집어든 책. 그러나 우리네 삶조차도 이보다 적나라하고 이보다 사실적이며 이보다 판타지같진 못할 것 같다.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이 작가의 필체를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기에, 책을 펼쳐들고 부터 충격에 빠졌다. 과감하게 생략된 문장부호. 현대 사회를 표방하듯, 어느시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듯이 이름붙여지지 않은 등장 인물들. 이 책의 이야기처럼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 것같은 생생함.

소설이라면 꼭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생략된 뒤에도 극의 전개는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동감넘쳤으며 그 흐름에 더욱 빨려 들었다. 지금껏,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너무 목매지 않은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만큼.

 

주요등장인물은 간단하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그의 아내, 의사와 그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 검은 안대를 한 노인, 사팔뜨기 남자아이. 그리고 그밖의 눈먼 사람들.

 

전염성이 강한 그 병을 다른 이에게 옮기지 않기위해 차례차례 격리되는 그들은 알고보면 모두가 옷깃한번쯤은 스친 사이이다. 아직은 모를 뿐이지만.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나의 삶이 바쁘고 힘들다는 것을 핑계로 눈닫고 귀닫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어찌보면 육체의 눈멂보다는 정신의 눈멂이 훨씬 심각하다. 눈을 조금 돌려보면 따뜻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친구와 이웃들이 항상 곁에 있다. 우리가 고독하고 외로워지는 것은 우리의 탓이다.

 

한사람 한사람씩 눈이 멀어가 나도 언젠가는 눈이 멀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 공포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하고 악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이 사건을 계기로 변화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이 원래 이렇게도 추악한 것임을 나는 안다. 다만 아직은 그러한 위기가 닥쳐오지 않았기에 가면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극한 상황이 되면 어찌될지 모르는 한낱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또다른 본성인 인(仁)이 있음을 안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의사의 아내'라는 인물을 통해 '나만이 볼 수 있다'는 고통속에서도 나보다는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고 돌본다. 아직 눈이 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격리소에 수용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병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안 뒤조차도. 인간의 위대한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안보이는 상태에서는 당장 공중도덕이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었다. 화장실도 없어졌으며, 내것 네것도 따로 없었다. 눈이 안보이니 수치심도 사라졌다. 사랑했던 나의 가족의 생사보다는 내가 중요했고, 음식 앞에서는 서로 죽일듯이 싸워댔다. 거리는 오물과 시체로 덮여갔다. 지옥보다 더한 생지옥이란 이곳을 말할 터였다.

이렇게 되고보니, 우리가 지금껏 목숨처럼 여기고 있는 수치심이나 양심, 도덕률, 사랑은 등따시고 배부름의 사치인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게 아니라 현재 만연하고 있는 '익명성'의 다른 모습이 아닌가?란 생각이. 내가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이라 여겼던 이 모든 것들이 남의 눈을 의식해서 타의로 행하는 것임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처지가 되면 사람의 본성이 이다지도 여과없이 드러날 것이라는 것이 공포스럽다. 나도 이렇게 되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생긴다.

사실, 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점점 방대해짐에 따라 늘어나는 익명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뿐일테다. 지금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사소한 범죄일지언정 셀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익명의 다른이름인 웹상에서의 문제는 공공연히 제기되어 이러한 상황을 기사화하지 않고서는 뉴스가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명이란 이렇게도 중대한 사건이다. 육체의 실명뿐만이 아니라, 정신의 실명도 그만큼이나 큰 문제를 야기키실 수 있음을 작가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눈을 뜨자!! 마음을 눈을!!

 

그러나 보지 않는 것이 꼭 안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겉치레가 너무나 심하다.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한다거나, 마음을 가꾸기 이전에 외모를 가꾸는 것이 더욱 일상이 되었다. 이는 물론 자신에게뿐만이 아니라 남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사람을 내면이 아닌 외모로 판단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한다. 이제 마음을 열어 마음의 눈을 꺼내 놓을 때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와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의 사랑으로 말한다. 육체의 눈으로만 보았다면 이 여인은 노인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몸의 눈이 멀었기에 마음의 눈을 뜰 수 있었다. 몸의 눈을 뜨고 나서도 이 사랑은 영원할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몸과는 달리 서로를 끊임없이 보아주는 마음의 눈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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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 - 엔도 슈사쿠의 인생론, 향기 가득한 교양산문의 빛나는 경지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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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생각해 보았을 이 물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떨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차치하고라도 그러한 질문을 떠올려본 적은 있는지조차도 의문이다. 나조차도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잘 살아가기도 바쁜 세상에 잘 죽는 법이라니,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제목만 보고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여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편안한 죽음에 이를 수 있는지 '자살성공설명서'쯤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으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속에 삶이 있다. 꽤나 철학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게 편히 누워서 볼 만큼이나 쉽고 친근한 그의 입담. 도저히 우리 아버지보다도 훨씬 많은 나이에 쓰신 거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그만큼 권위가 느껴지지 않은 편안한 동네 아저씨같은 느낌이다.

 

나는 젊은 시절에 '좋고 싦음'이 분명해서 대인관계가 그리 좋은 편이 못되었다.(중략) 겉모습으로 보아서는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 사람의 진저한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체험한다.(15쪽) 이분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던 부분이다. 나도 인간관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서 '좋고 싫음'이 분명한 편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싫은 마음이 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흐름과 관계없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어떻게 해도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는 좀처럼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강에 하등 도움될 것이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 그러나 좋아진 것도 있다. 어릴적부터 채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주 겪는 동안에 육류는 싫어지고 채소나 야채의 신선하고도 아삭한 느낌에 매료되고 말았다. 만약 싫어한다고 해서 계속 멀리했다면, 지금의 신선한 느낌을 영영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뜨끔한다. 음식에도 이러할진데 인간사라고 다르랴.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나친 사랑이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21쪽) 마찬가지로 지나친 친절함은 아니함만 못하다. 나에게 친절인 행동이 남에게는 피해가 되는 때도 종종 발생한다. 내가 옳으니 너는 그대로 따르라는 식의 사고는 옳지 못하다. 의도가 선(善)하다고 해서 그 결과 나타나는결과나 행동이 선한것이 아니며 오히려 악(惡)일 수도 있다. 지금껏 나의 행동을 반성해 본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역지사지).

 

내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그 어느 것 하나도 헛된 것이 없었으며, 어느 것 하나도 의미 없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27쪽) 3년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일조차도 지나고보니 꼭 필요한 일이었다며 너털웃음짓는 엔도 슈사쿠.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식아닌 진심어린 깨달음이기에 더욱 가슴벅차다. 지금의 나의 어려움도 언젠가는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느끼는 때가 올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이런 그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경험했던 괴로움과 타인에게 주었던 고통이다'(모리아크.26쪽)

 

인생과 생활은 다르다.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이란 말처럼 모순되는 말이다. 생활에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인생에는 지극히 쓸모있을 수도 있다. 그저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예술이라든가 문화와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없는 우리의 인생은 쓸쓸하고 허무할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저 생을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가끔은 남이보기엔 낭비처럼 보이는 것도 해볼 필요가 있다. 하고싶은 것을 즐겨라!!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마음껏 살다가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이다. 간단한 이 말 한마디가 커다란 우주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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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니 루미 3 - 코코아빛의 성
한가을 지음, 김석류 그림 / 엔블록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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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을 읽지 않고 3권부터 접했기에 조금은 아리송했다. 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환상의 세계 8차원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스토리이기에 처음에는 이해가 쉽진 않았다.  그렇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마력이 있는 이야기. 역시 제목만큼이나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동화라고 만만히 볼게 절대 아니다. 동화는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일 것이라는 저의 생각을 과감하게 깨어준 품이었다. 여러가지 사상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어, 깊이있는 내용이었다.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코코아빛성을 탐험하는 루미와 북친!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말해주는 걸까? 저같으면 쳐다 보지도 못할 각종 오물들과 음식쓰레기가 쏟아져나오는 배수구를 통과하는 부분에서 그들의 진정한 용기를 새삼 느꼈다. 역시 몸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이 중요한 거야.

 

신분사상에 대한 생각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신분이 철폐되었지만, 이것은 표면적일 뿐이다. 아직도 우리는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전의 것보다 더욱 가혹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공주였던 이크라케나를 위해 같이 억지로 기나긴 잠에 빠져듦을 당한 공주의 전속하녀 오네리오네. 그녀는 현대판 순장 풍습의 피해자이다. 높은 신분의 고귀한 (?) 공주가 깨어날 때를 대비하여 죽음같이 긴 잠을 자야했던 슬픔과 분노. 그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까지나 공주의 시녀일 뿐이었다. 인간의 존엄마저 억압당한 그녀가 너무 슬펐다.

 

결국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져 온 이 싸움은 가장 큰 놀라운 반전을 맞이한다. 이 모든 것은 시원이의 꿈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많이 놀래키고, 여러번 가슴이 덜컥했던 작품은 없었다. 결과를 알고 있다면 결과를 바꾸는 것 또한 가능할거야! 라는 시원이의 말. 의미심장했다. 결과가 어찌될지 뻔히 알면서도 모른척하거나 될대로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진 나 자신을 본 적이 꽤나 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무의식중에라도 그러한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될 때면 나를 때려주고 싶을 정도이다. 시원이처럼 굳은 의지! 아이에게라도 나은 점은 배우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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