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깡을 들이대지는 않지만 두발의 자유는 아직도 그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들아이 등교시간에 행해지는 복장을 포함한 두발검사. 두발규정에 앞머리는 눈썹을 덮으면 안되고 옆머리는 귀가 드러나야 하며 뒷머리는 교복에 닿으면 규정에 위반이다. 벌을서고, 학부모에게 알리며.바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순서를 밟는다. 학교에서 두발검사를 소홀히 하면 학부모가 성화란다. 열 일곱 신체적 사회적 욕구총족의 욕망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때.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고 신체적으로 성숙에 이르게 되어 자기자신의 정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이다. 주인공 송일호 아버지의 부재를 이발소 가업을 이어가는 권위있는 할아버지가 대신했다. 권위주의적인 부모와 권위있는 부모는 엄격히 다르다. 할아버지는 권위있는 분이시다. 열일곱 아슬아슬한 나이에 손자가 반항을 꿈꿀 수도 없는 ...할아버지가 말한다. 열일곱살의 머리카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욕망이 뒤엉켜 자라고 있어 세상밖을 기웃거리기 전에 잘라야 한다고 정말 그럴까? 혹 엇나갈까 염려하는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을 감춘 말은 아닐까? 하지만 일호의 뿌리속 욕망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그안에 잠든 무엇, 금기를 넘어 세상과 맞서 자신을 태울날을 기다리며. 학생에게 상식이하의 행동을 하는 매독이라는 교사에 대항하는 일호. 그로 하여금 선택과 결정을 하도록 하는 무서운 충동과 엄청난 상황에 관여하는 용기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시기적절한 때에 등장한 아버지와 일호의 관계가 풀려가는 방식은 참 흥미롭다. 징계위기에 처한 아들의 모습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 볼 줄 아는 아버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식을 볼모로 투쟁을 벌일 용기있는 부모가 ...학교라는 덩치큰 체제에 처음은 활활 타오르다가 고만 수그러지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거늘 ... 오랜 부재중이었기에 객관적인 눈을 갖을 수 있다고 만 보기에는 설득이 부족한 아버지의 신념이 아들과 다행스럽게도 코드가 맞아 쉽게 관계회복에 들어간다. 끊임없이 방향을 이끌어주고, 내적 확실성을 심어주고 ,아들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면서 동지가 된다. 20년동안의 아들의 부재에 대한 원망과 회한 또한 손자의 두발규제,인권보장에 대한 1인시위가 꼬투리가 되어 터진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들의 머리를 깍고 면도를 해주면서 용서와 화해의 의식을 치른다. 1인 시위의 지원군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나서고 두발규제에 걸린 오정고 아이들의 머리에 별이 떴다. 정말 통쾌하다. 재미있고 맛깔스러운 문체다. 이 시나리오를 토태로 영화가 곧 개봉될 것 같은 예감이다. 황정진이란 친구를 언급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다. 만두에 대한 철학과 헤어스타일에 대한 취향을 살펴보듯이 ,자신의 색을 그리고 미래 설계를 명확하게 할 줄 아는 멋진 친구다. 요리사란 미래의 직업을 위해 담배 한개비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 ... 직업선택도 자아정체감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일찌감치 자신의 직업에 확신을 갖고 노력 한다면 더욱 훌륭한 친구로 거듭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