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용을 써봐도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로 남을 팔자라고 단정 지어져 삶을 산다면 어떠할까? 평생토록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며 결국 시대의 버림을 받고는 불행하게 인생을 마감할 운명 ……. 허균은 그런 마갈궁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고려 때부터 대대로 문장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큰형님 허성에서 작은 형님 허봉, 누나 허난설헌까지 특히 허난설헌은 세상의 편견을 뛰어 넘기 위해 빼어난 서정시를 썼으나 요절 하였으며 열두 살 되던 해 아버지를 잃고 스무 살이 되던 해 둘째 형 허봉마저 세상을 뜨는 아픔을 겪는다. 임진왜란으로 아내마저 목숨을 잃는다. 나이 스물여섯에 문과에 급제하였으나 또다시 어머님의 부음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허균의 자유분방하게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초막에서 술과 고기를 금하고 삼년상을 치러야 했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늘이 내린 본성대로 슬퍼하며 취하며 살겠다고, 슬픔을 속이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명예는 없다고……. 중국의 장군을 접대하는 ‘병조좌랑’이란 벼슬이 있었다는 것도 새롭다. 중국 시인 오명제를 만나 누이의[난살헌집]초고를 선물해 중국에 허난설헌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앞장선다. 이곳저곳 마음대로 다니며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으며 바른말을 꺼려하지 않았고 허례허식보다는 천성대로 사는 것을 좋아했지만 글 솜씨 하나만은 뛰어나 파직과 벼슬길에 나가는 일을 반복하였다. 또한 허균은 성리학이 지배하던 사회를 답답하게 여기며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었다. 특히 불교에 관심이 있었는데 따르는 선비들도 많아 조정에서 성리학의 근본이 흔들림을 두려워했다. 스승 손곡 선생의 영향으로 서얼들을 각별히 후원하였으며, 서얼 차별이라는 잘못된 제도가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 세상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홍길동전]을 지었다. 홍길동전 하면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 소설’그렇게 기억한다. 필자는 전주 지방에 계승된 완판본이라고 소개했다. 솔직히 지방마다 다른 홍길동전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 시대 세종대왕이 임금으로 즉위한지 십오 년이라고 시작되지만 작가가 소설을 지은 때는 광해군 때이므로 광해군 때의 사회적 현실이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현재 KBS 수목 드라마로 "쾌도 홍길동"이라는 드라마가 방영 중에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순간순간 지나치는 패러디가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장도 세련되고 기존의 홍길동에 충실하면서 새로이 추가한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시대적 배경은 당연히 조선 중기다. 우리 아이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재조명 해볼 수 있겠다. 책과 함께 보면서 기존의 홍길동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