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0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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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해 이렇게 적나라한 묘사를 본 것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후 처음이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읽지 않았어도 줄거리를 알고 있었던 탓에 실제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영화 속 열차장면만 기억에 담고 그저 괜찮은 소설이지 않을까 짐작만 했을 뿐이다.

어!리!석!었!다!

 

겁 많고, 어리석으며, 그래서 쉽게 휩쓸리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일그러진 단면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엄석대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한병태가 되기도 하고, 일상적으로는 Y국민학교의 5학년이 될 수 있는 그런 보통사람들이라는 단순한 진실이 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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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싱의 고백 -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조지 기싱 지음, 이상옥 옮김 / 효형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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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나는 해가 뜨기 직전에 잠에서 깼다. 대기는 평온했고 서쪽으로 희미하게 감도는 장밋빛은 동녘 하늘이 맑은 하루를 기약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구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앞을 바라보니 뿔이 돋은 듯한 조각달이 지평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동녘의 기약은 지켜졌다. 아침을 든 후 나는 난롯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이지 난롯불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태양에 이끌려 밖으로 나온 나는 아침 내내 축축이 젖은 오솔길을 산책하며 대지의 향내를 만끽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최초의 애기똥풀꽃이 눈에 띄었다. "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위와 같이 자연을 묘사한 부분에 있다.

좋은 평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팔리지 않는 책이다. ^^;

글 자체가 주는 위안과 안식이 있다.

집중해서 순서대로 읽기 보다는 곁에 두고 틈틈이 낭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본문 뒤에 이어진 옮긴이의 해설은 꼭 읽어야 한다. 책의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는 훌륭한 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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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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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적인 질문은 어렵다.

하나의 정답이 없거나, 답이 곧 질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인간이라는 존재는 곧잘 이런 질문 또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뇌과학과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 교수다. 그가 던진 질문들은 제목 그대로 빅퀘스천이다.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원인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왜 흐르는가’ ‘인간은 왜 죽어야 하는가’...

모두 근원을 찾는 물음들이다.

주변에 이해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네 가지 질문을 해보자.

1. 무엇인가?

2.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3.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4.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과학자이면서도 철학, 역사, 문화 등 여러 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의 통찰력을 빌려

우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책의 질문들 역시 숫자처럼 정답이 명쾌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직관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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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윈터 리미티드 에디션)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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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삶을 살던-라틴어학과 교수인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서 듣게 된 낯선 언어 “Português“에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결국 그는 “Português“로 촉발된 호기심으로 포루투칼어로 된 책을 구입하게 되고 곧 그의 여행은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삶의 궤적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가 만난 프라두는 불경한 사제였고, 천재 의사였으며, 혁명가였고, 현실적인 낭만주의자였다. 단어의 독재와 올바른 단어의 자유, 유치한 말 때문에 생기는 보이지 않는 감옥과 시의 광채에 대한 프라두의 생각들은 결국 독자로 하여금 말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프라두는 우리 모두 모차르트-매순간 솔직하게 연주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모든 순간에 완벽한 진정성을 추구한 프라두의 고뇌를 통해 그레고리우스가 본 것은 오히려 자유를 향한 욕망이었을 것이다.

그레고리우스는 모국어와 제2의 모국어인 라틴어를 뒤로하고, ‘포르투게스의 리스본으로 떠남으로써 판타지를 실현했다.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포르투칼의 어느 기차역에서 그레고리우스가 포르투칼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느낀 감정은 경이로움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몰랐던 언어를 사용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세계의 경이로움은 그레고리우스가 실현한 세계임과 동시에 내게는 아직 실현하지 못한 판타지의 세계이다.

우리는 그레고리우스처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탈 수 있을까?

인생에서 작은 부분만 경험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를 실현할 것인가.

저자는 나머지로 남아있는 판타지에 대해 판타지로 남겨두는 것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얘기한다. 현실을 벗어난다고 해도 모두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므로 우리는 판타지를 통해 일탈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파스칼 메르시어. 본명은 페터 비에리. 스위스 출생으로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어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실제 읽어보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독서 기간은 매우 짧았으나, 서평을 쓰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종교, 유물론, 언어론 등 묵직한 내용이 많지만, 소설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판타지를 간직하고 있는, 현실적인 낭만주의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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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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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제도권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다른 시각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괴롭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차별은 차별하는 자가 아닌, 차별받는 자로부터 얘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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