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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윈터 리미티드 에디션) ㅣ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연성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삶을 살던-라틴어학과 교수인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서 듣게 된 낯선 언어 “Português“에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결국 그는 “Português“로 촉발된 호기심으로 포루투칼어로 된 책을 구입하게 되고 곧 그의 여행은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삶의 궤적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가 만난 프라두는 불경한 사제였고, 천재 의사였으며, 혁명가였고, 현실적인 낭만주의자였다. 단어의 독재와 올바른 단어의 자유, 유치한 말 때문에 생기는 보이지 않는 감옥과 시의 광채에 대한 프라두의 생각들은 결국 독자로 하여금 “말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프라두는 우리 모두 모차르트-매순간 솔직하게 연주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모든 순간에 완벽한 진정성을 추구한 프라두의 고뇌를 통해 그레고리우스가 본 것은 오히려 자유를 향한 욕망이었을 것이다.
그레고리우스는 모국어와 제2의 모국어인 라틴어를 뒤로하고, ‘포르투게스’의 리스본으로 떠남으로써 판타지를 실현했다.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포르투칼의 어느 기차역에서 그레고리우스가 포르투칼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느낀 감정은 경이로움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몰랐던 언어를 사용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세계의 경이로움은 그레고리우스가 실현한 세계임과 동시에 내게는 아직 실현하지 못한 판타지의 세계이다.
우리는 그레고리우스처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탈 수 있을까?
인생에서 작은 부분만 경험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나머지를 실현할 것인가.
저자는 ‘나머지’로 남아있는 판타지에 대해 판타지로 남겨두는 것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얘기한다. 현실을 벗어난다고 해도 모두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므로 우리는 판타지를 통해 일탈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파스칼 메르시어. 본명은 페터 비에리. 스위스 출생으로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언어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실제 읽어보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독서 기간은 매우 짧았으나, 서평을 쓰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종교, 유물론, 언어론 등 묵직한 내용이 많지만, 소설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판타지를 간직하고 있는, 현실적인 낭만주의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