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데 자긴 싫고
장혜현 지음 / 까레드볼륨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더운 여름에 독한 감기에 걸렸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와서 씻자마자 바로 잠이 들어버렸고, 비가 많이 내린 주말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난 책 제목처럼 졸리지만, 잠들기 싫어졌다. 우리 평생 여행하며 살자는 저자의 말은 약에 취해 잘까 말까 고민하던 나의 시선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사랑, 이별, 그리움, 추억, 그리고 여행이 담겨있다. 서툰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다른 사람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작가와 내가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내겐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그러했다. 난 차라리 이 책이 여행만 쓴 책이기를 바랐다. 이별 이야기는 너무 슬프니까. 한참동안 그녀를 생각했다. 지금 그녀는 행복할까. 그러다가 또 문득, 프랑스 여행 중에 헤어진 그에게서 전화를 받은 그녀의 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서글펐다. 아니, 차라리 펑펑 운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야? 프랑스 우리는 두 번을 헤어지고 세 번을 만났어. 세 번을 헤어지고도 네 번을 만났어. 네 번을 헤어졌는데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연락을 기다리는 나한테 화가 났어.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해줘. 우리가 다섯 번째 헤어지는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너의 무관심일 수 있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치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할까. 난 처음 혼자 여행 할 때, 내가 가고 싶던 곳에 못 가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편이었으나.... 언젠가부터 뭔가 상황이 맞지 않아서 못 가게 되면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아니 포기라는 표현 말고 뭐가 더 어울릴까? 어쨌든 나만의 여행 방식이 생긴거 같다. <졸린데 자긴 싫고> 책을 읽으며 내가 혼자 떠났던 첫 여행이 떠올랐다. 무언가를 읽다가 나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은 참 좋다. 몸 주변으로 좋은 공기도 느껴지고, 참 행복해진다.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행에서 알게 된 것은 커다란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것도 아니며 돈과 시간을 쓴 만큼 사실 대단하지도 않아요. _그냥 나를 기억하고 오는 것 여행을 떠나면 난 늘 수첩을 들고 다닌다. 특히 혼자 여행에서는 카페에 앉아 생각이나 재미난 발견을 적기도 하는데, 느릿느릿 참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재주가 있었다면 그림을 그리면 좋을텐데... 그건 참 아쉽다. 책을 읽고 나니까 여름밤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처럼 기분이 아주 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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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 TRAVEL : 두 번째 이야기 - 여행의 어떤 방식 Around Travel 2
어라운드 편집부 엮음 / 어라운드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 떠나기 좋은 계절, 봄. 
여행 이야기로 가득한 '어라운드 트래블'이라는
책에는 여러명의 여행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행을 가면 내가 바라보는 별거 아닌 풍경마저
마음에 와닿는 거 같아요. 어쩌면 현지인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도 여행자인 저에겐
하나하나 추억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면 
그들의 일상마저 그리워집니다.






여행은 언제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쉬운 거 같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일상과 안녕할 줄 알아야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거나, 혹은 잠시 멈추고 떠날 수 있는 상황

청춘이여, 떠나라... 이런 문구는 개인적으로 싫어해요. 

사람마다 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상황이 있는데
무조건 떠나라는 건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저는 여행을 가면, 그 도시 상점에서 파는 마그넷을
꼭 사려고 합니다. 어떤 친구는 향수를 사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향수를 뿌릴때마다 여행지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모두 각자의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게 사진일수도 있고, 여행에서 기록한 수첩 속에 글이나 

그림일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박선아 작가님의 '몽골' 여행기였습니다. 

소제목은 "엄마를,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거닌 몽골"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아빠를 3년간 투병한 엄마.
병원 냄새가 잊혀질 무렵, 엄마와 떠난 여행지는
바로 '몽골'

그리고 글과 함께 실린 사진은 박선아 작가님의 어머님이
직접 찍으신 사진이었습니다. 




사진과 글을 보는데, 가슴속에서 뭔가 불꽃이 타다닥 터졌습니다.
그리고는 울컥했습니다. 

엄마... 
저는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고, 
엄마와 전 성격이 잘 맞지 않아서 분명 
서로 감정 상하고 돌아올게 뻔히 보인다고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박선아 작가님의 이 글을 읽는 내내
엄마와의 여행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여행을 얼마나 꿈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엄마도 사진기 하나 들고 떠나는 여행을 꿈꿨을텐데...라는 
생각까지 미치게되자 속에서 뭔가 꿈틀거렸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책장을 넘기질 못하고 생각에 빠진 저는
머지않아 엄마와의 여행 계획을 조심스레
세워볼까 합니다. 엄마는 예민한 성격이라서 장시간 여행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가까운 곳이라도, 엄마와 단둘이 여행 가는 일을 올해는
곡 해봐야겠어요. 엄마, 그리고 나. 단 둘이.



각각의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해서 읽는 내내 
내가 다녀온 여행이야기, 그리고 내가 가고 싶어지는 여행이
분명해진 거 같아요. 책 마지막 부분에도 써있듯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고 또 사소할 순간들의 기록을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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