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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l Wars! 일본국유철도공안대 - NT Novel
토요다 타쿠미 지음, 이은주 옮김, 버니어600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내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가 소속 철도 회사, '국철'.
현실 시점에선 민영화가 이루어져 있고 철도공안대도 사라졌지만
이 작품은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고 철도공안대도 건재하다는 설정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안정적인 수입과 평범한 생활을 위해 철도고교에 다니며
(나름 본인이 철도를 좋아하기도 한다지만 '덕후' 경지엔 도달 못함ㅋ)
드디어 '국철'에 교육 연수를 떠날 기회가 생기고,
이로써 꿈에 한 발짝 다가가나 싶었는데...
하필 배치된 곳이 철도공안대!
철도를 민영화하라는 테러집단들 탓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며,
괴한과 맞서는 상황도 불가피한 곳에서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빌지만 현실은 그의 편이 아닌 전개다.
일단 이 작품은 100자평에서도 다들 거론하다시피
'캐릭터'의 개성이 좋다.
물론 캐릭터 설정 자체는 흔하다. (이를테면 '힘만 센 바보'라든지)
하지만 그 캐릭터 설정이 웬만해선 서로 겹치지 않아서
각 캐릭터의 역할이나 개성이 모두 두드러진다.
그런 가지각색 녀석들을 한 팀으로 묶어둔 덕분에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방식도 재밌다 ㅎㅎ
주인공은 자칭타칭 '중간'인, 이도 저도 아닌 녀석이긴 하다만
그런 주인공을 덕분에 1인칭 화자로 설정해준 덕분에
독자인 우리들이 대입하기 좋고 몰입도 편하니 잘 됐다.
특히 이 주인공 녀석이 마음에 드는 건,
국철에 취직하고 싶은 이유가 순전히 '돈 많이 버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어서'...
명색이 주인공이라면 철도가 너무 너무 너무 좋은 철덕이라거나
철도에 무슨 로망 같은 걸 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냥 안정적 직종을 원해서...ㅋㅋㅋㅋ
하지만 이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 덕분인지,
흔히 서브컬쳐에서 '난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주인공을 보면
납득이 안 갔는데, 이 친구는 납득이 간다 ㅋㅋ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데
현실에선 사건의 연속 ㅋㅋㅋㅋ
설정이나 설명도 나름 디테일하다.
철도학교의 운영방식, 철도공안대에 배치되기 위한 교육 과정,
실제 공안대의 직책이나 사용 장비의 특징(이를테면, 늘어나는 진압봉은 평소 20cm크기에서 최대 50cm까지 늘어나며, 속이 비어 있어서 때리면 부러지지 않을까 싶지만 맞은 부위가 멍들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고, 손잡이에 소가죽을 덮어서 잘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어졌다든가 하는 것),
증기기관차에 석탄을 넣는 법 등등...
난 철덕도 아니고 제주도에 사는 탓에 지하철, KTX를 타보지 못해서
전철 종류나 외관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땐 조금 의아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이해가 잘 되고
그렇게 먼 나라, 딴 세상 이야기도 아니라서 제법 유익하게 읽혔다.
사건 또한 딱 라노벨 한 권에 적당한데,
처음엔 학교 일상, 공안대 배치 전 교육 과정을 보여주고
(이 과정이 '철도학교'라는 비일상적인 곳에서 이뤄지다보니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ㅋ)
중간엔 가벼운 사건, 마지막엔 큰 사건이 터지고
(그 덕분에 중간 파트도 지루하지 않다)
이것이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걸 암시하며 속편에 대한 여지도 남겨준다.
다만 이런 장점만 있었다면 별점도 5개로 만점을 줬을텐데,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묘사와 서술이 단순하다.
앞부분을 읽을 땐 이걸 덜 느꼈는데, 뒤로 갈수록 이 단점이 두드러진다.
글을 못 썼다거나, 몰입이 방해된다거나, 감정이나 상황파악을 못 하는 건 아닌데,
너무 기본적으로 쓰인 느낌?
특히 심리 묘사 때는 더 많은 걸 써넣어도 될텐데 가볍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책이 262쪽으로, 라노벨치곤 얇은 편인데
아무래도 이 단순한 묘사가 두께 감소에 한 몫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덕분에 빨리 읽을 수 있었으니 꼭 단점은 아닌가...)
아무튼 다음 단점은,
복선이 너무 눈에 띈다.
후반부 전개를 위해 앞부분에 복선을 깔아놓는 건 좋다.
그런데 그게 너~무 눈에 띈다...
좋은 플롯을 짜는 방법 중 하나로
'중요한 것을 사소한 것처럼 보이게 하라'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물건이, 의외로 앞에서 툭 지나친 물건이거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범인이, 사실은 앞에서 살짝 지나갔거나 잊어버린 사람이라거나
그런 전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이 작품은 그걸 못 해냈다...
'중요한 것'이 너무 수상하게 보인닼ㅋㅋㅋㅋㅋ
대놓고 '나 복선이야!' '나 떡밥이야!'
'나로 인해 나중에 큰 사건 날 거다!' '날 기억해줘!' '기억할게!'
라고 외치는 느낌.
물론 복선, 떡밥을 눈에 띄게 던져서 독자가 수상함, 의심을 품게 만들면서
궁금증을 자극, 더욱 몰입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복선이 너무 억지스럽게 던져진다는 것.
스포 방지 차원에서 무슨 복선인지 말하진 않겠으나,
중간 전개를 보면 복선이랍시고 나오는 게 너무 뜬금없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결국, 복선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뿌려지면서, 그 결과 수상함만 풍겨나오게 되고,
이게 어떻게 될지 나중에 대충 짐작이 간다.
그래서 나중에 복선이 회수되도 좀 맥 빠지는 기분...
다음은, 사건의 진실을 너무 순식간에 파악한다.
비록 부자연스럽긴 했으나, 일단 복선은 뿌렸다.
그러면 이제 이걸 자연스럽게 회수하면 될텐데
너무 순식간에 회수해버린다.
"아! 이제 보니 이건 그거였구나! 사실 범인은 ~한 거였어!"
하고 대사 몇 줄만에 상황파악 종료.
범인의 정체라든가 사건의 진상도 그냥 서로 대화 두 세번 주고받으면 이해 완료다...
아니 근데, 이건 사실 복선이 너무 대놓고 뿌려진 탓에
독자들이 '이것도 눈치 못 채냐...'하고 답답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쉽고 빠르게 지나간 것일지도?
결론은,
1. 캐릭터는 개성넘치게 배치됨
2. 설정이나 배경은 제법 디테일
3. 학교 풍경, 중간 중간에 사소한 사건을 넣어줘서 지루하진 않음
4. 묘사와 서술이 단순하지만 그 덕에 빨리 읽힘
5. 복선은 너무 눈에 띄게 뿌려지고 회수는 순식간이라,
추리물이나 수사물처럼 통쾌한 맛을 느끼긴 힘듦
나름 주인공들의 다음 행적이 궁금하니 2권을 보고 싶긴 한데
이 작품... 뒤로 갈수록 전개가 정형화되고 노잼이라며 평이 안 좋은지라...
2권에 선뜻 손이 안 간다. 고민 좀 오래 해봐야 할 듯.
아 참,
소재가 이렇다고는 해도 역시 라노벨 틀을 못 벗어나는지
넘어져서 손이 가슴에 닿는다든가
은근슬쩍 여캐가 남주에게 연모를 품는 듯한 연출이 당연히 나온다 ㅋ...
아니 뭐, 요즘 일본 서브컬쳐가 다 그런가..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