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호스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내용을 얘기하기 앞서, 책 상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 책은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되는 문제가 있다.  

 

 

우선 첫 째,

양장본이 아니다.

 

 

알라딘에선 이 책을 '양장본'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 책은 반양장본이다.

 

물론 난 반양장본도 좋아하긴 하고,

 

시중 책들의 태반이 반양장인 덕에, 반양장도 싫진 않다.

 

문제는 양장본이라고 잘못 소개된 탓에 자연스레 튼튼한 책을 기대하게 되어버렸고,

 

실제로 책을 쥐었을 때 배신감과 실망을 느꼈다...

 

 

 

하지만!

 

 

 

 

 

 

Yes24를 확인해보니 제목 옆에 대놓고 '(양장)'이라 적어놨고,

 

 

 

 

 

 

 

 

 

교보문고에서도 똑같이 이 책을 양장본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있다.

 

즉, 이건 알라딘 측의 실수가 아니라 출판사의 실수로 보인다.

 

일해라! '풀빛' 출판사!

 

 

 

 

 

둘 째,

중고책(?)이 왔다

 

만화책, 라이트노벨처럼, 상태를 중시하고 애호가, 수집가가 많은 서적은

 

비닐 포장이 기본이다. 하지만 보통 문학소설들은 비닐포장 없이 판매된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책을 구매했는데

 

살짝 때가 타 있거나 조금 구겨지고 찢어져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래서 여태 그런 일을 겪어도 그러려니 해왔다.

 

 

 

하지만?

 

 

 

 

......,

 

이 스티커를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여태 알라딘에서 산 책이 (전자책 포함) 현재 647권인데,

 

이렇게 바코드 스티커가 붙은 경우는 처음 본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본 적 없는 스티커가 터줏대감마냥 구석에 붙은 채 닳아 있어서

 

'내가 설마 중고책을 받은 건가', '분명 새 책 값을 냈을텐데',

 

하고 잠깐 멍해져 있었다...

 

 

그래도... 난 일반 문학 서적의 상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알라딘에서 여태 중고 소설, 중고 만화를 사면서

 

책 표지에 중고 가격표 스티커가 붙은 걸 익숙히 봐왔으며,

 

그 가격표 스티커가 표지를 가려도 그러려니 했었다.

 

즉, 이 스티커가 그렇게 거치적거리거나 짜증나진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새 책을 샀는데 스티커가 붙은 채로 와서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는 점일까...

 

비록 스티커를 누가 붙였는지,

 

알라딘에서 붙였는지 아니면 유통사에서 붙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알라딘 측에서 그저 재고를 잔뜩 쌓아놓고 그 중 아무 한 권을 골라서

 

내게 보내준 거라면, 역시 알라딘의 실수라고 하긴 뭣하다.

 

 

 

 

 

 

 

마지막 셋 째,

제본이 엉망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출판사가 잘못된 정보를 넘겨준 탓,

 

두 번째 문제점은 (아마도) 유통사에서 잘못한 것,

 

즉, 책이 잘못한 것이지 알라딘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두 번째 문제가 알라딘 측의 실수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이번 세 번째 문제 또한 책, 출판사가 잘못한 것인데,

 

그 정도가 엄청나다...

 

난 책을 그렇게 끼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살면서 나름 소설, 교과서, 참고서, 만화, 사전 등등...

 

많은 책을 접해봤는데, 이 책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

 

우선 사진 자료를 보시라.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보다시피, 왼쪽 페이지 중간에 글이 끝나 있다.

 

즉, 왼쪽 페이지에서 챕터 하나가 끝났고, 이제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그런데 오른쪽 페이지를 보면, 새 챕터의 번호는 온데간데 없으며,

 

페이지 첫 줄이 들여쓰기가 안 돼 있다.

 

 

그렇다.

 

사진의 화질이 나빠서 잘 안 보이겠지만,

 

지금 왼쪽 페이지는 96쪽,

오른쪽 페이지는 101쪽이다!

즉, 97~100에 해당되는 두 장이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두 장은 책에서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뒤쪽을 넘기다보면 97~100쪽이 있다.

 

 

하지만 다행 중 불행으로, 그 두 장만 이 현상을 겪은 게 아니다...;;

 

뒤쪽에 있던 97~100쪽을 읽고, 다시 위 사진에 있는 101쪽부터 읽기 시작하면,

 

또 갑자기 다음 페이지가 사라진 구간이 있다.

 

그래서 그 페이지를 찾아나서고...

 

찾아낸 쪽에서 읽다보면 또 다음 페이지가 다른 데 있고...

 

이런 식으로 순서가 엉망진창이다.

 

 

이게 얼마나 엉망진창이고 복잡한지 이해시켜주기 위해,

 

잠시 내 독서 동선을 정리해주자면 이렇다.

 

 

1. 첫 페이지부터 96쪽까지 잘 읽었는데,

 

2. 갑자기 옆 페이지가 101쪽,

 

3. 뒤로 페이지를 몇 장 넘겨보니, 104쪽 옆에 97쪽이 있어서 거기부터 읽고,

 

4. 그렇게 100쪽까지 읽었더니 다음 페이지가 109쪽,

 

5. 다시 2번 때로 돌아가서 101쪽부터 104쪽 까지 읽었는데,

 

6. 그러자 3번 때의 위치가 돼버려서 옆 페이지가 97쪽,

 

7. 뒤로 몇 장 넘겨보니 112쪽 옆에 105쪽이 있어서 그걸 읽고,

 

8. 108쪽까지 읽었더니 다음 페이지가 113쪽,

 

9. 4번 때로 돌아가서 109쪽부터 112쪽 까지 읽었는데,

 

10. 그러자 7번 때의 위치가 돼버려서 옆 페이지가 105쪽,

 

11. 8번 때로 돌아가서 113쪽부터 읽고,

 

12. 그제야 이 지옥 같은 주고받기가 끝나서...

 

그 다음부턴 책에 찍힌 번호 순서대로 쭉 읽어서 끝까지 다 읽었다...

 

이 책은 군마인 주인공 '조이'가 1차 대전 군마로 쓰이면서

 

영국군 소유였다가 독일군 소유였다가 하면서 소유권이 마구 바뀌고,

 

그로 인해 자신을 돌보는 주인도 계속 바뀌는 전개인데,

 

설마 그걸 간접체험해보라는 의도라도 되는 걸까...;;;

 

 

 

 

 

아무튼 이 책은 이런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양장본이랬더니 반양장이 오고,

 

새 책인데 무슨 중고 같은 책이 오고,

 

작품 중간에 갑자기 독자를 이리저리 던지는 폭풍 같은 제본 불량...

 

심지어 이거 1판 2쇄인데... 초판이 아니라 2쇄인데!!!

 

어째서 이런 제본 불량이 생겼는지 난처할 따름이다...

 

같은 인쇄기에서 찍혔다면 내 책만 이 꼴을 겪은 것은 아닐텐데,

 

리뷰를 읽어보니 아무래도 이 꼴을 겪은 건 나 뿐인 것 같다...

 

설마 초판 1쇄는 멀쩡했나...?

 

11년 말에 이 책의 존재를 모르고 초판을 못 산 게 죄였던 건가...

 

 

 

 

 

책 상태에 대한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책 자체에 대한 평가로 들어가보자.

 

일단,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화된 것을 먼저 봤다.

 

그리고 영화가 너무 감명깊어서 꼭 원작 소설을 읽어보기로 결심,

 

이 책을 구매하기에 이르렀으며,

 

영화에 없던 장면, 혹은 영상으론 알 수 없었던 인물의 심리를 알 수 있길 바랐다.

 

 

즉, 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무척 높은 상태에서 읽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본 바람에 스토리를 전부 알아버려서

 

작품의 감동이 약한 탓도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시점인물이 동물이라는 것을 못 살렸다는 것. 

 

 

이 작품의 시점인물 아니, 시점'동물'은 군마 '조이'다.

 

작품은 조이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만을 묘사하기 때문에

 

철저한 동물 시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니,

 

시점인물이 동물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잘 살려내지 못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말이 독일어를 곧잘 알아듣는 것은 기본이요,

 

농장에서 자랐고 인간의 문물은 접할 수 없을테니

 

총, 대포, 탱크에 대해선 듣도보도 못했을 것이,  

 

단번에 총, 대포, 탱크가 뭔지 알아차린다...

 

하물며 '탱크'는 이 작품 배경인 1차 세계대전에 최초로 등장한 무기 개념이다.

 

그것을 동물 시점에서 봤을 때 느껴질 수상함, 두려움, 의문은

 

아마 인간 시점과 비교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조이가 탱크를 대면했을 때의 묘사를 보면

 

'모터 소리'라며 기계가 무엇으로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보자마자 '탱크'라고 서술한다.

 

 

물론, 이게 꼭 잘못된 건 아니다.

 

'군인' '소총' '탱크' '대포' '철조망' 이라는 단어 대신,

 

'이런 것' '저런 것' '무서운 것' '시끄러운 것' '아픈 것' 이라고 서술한다면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주인공이 대체 뭘 봤는지

 

독자가 일일이 상상, 추론해야 해서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테고,

 

나라도 그런 책은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작가는 아동문학가인 사람이니

 

전쟁터의 이미지를 어렵게 상상, 추론해야 하는 글을 쓸 리도 없을 것이다.

 

 

내가 불만인 건, 동물이 인간 수준의 감성과 지식을 가졌다는 게 아니라,

 

시점 인물이 '동물'인 덕분에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약하다는 것이다.

 

 

식물, 동물, 신 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은 대개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을 관찰하는 시점'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즉, 군마를 시점으로 전개했다면

 

그 군마가

 

'어째서 사람끼리 서로 죽이고 있는 거지?'

'왜 저런 무시무시한 물건들이 만들어진 거지?'

'왜 아무도 이 상황을 즐기지 않는데, 모두 이 잔혹한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전쟁이 얼마나 덧없고 무의미한가를 알려주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마치 전쟁을 어른이 아니라 폭격을 피해다니며 벌벌 떠는 아이 시점으로 서술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쟁의 무의미함은 주로 병사들의 대사를 통해서 나올 뿐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제,

 

시점동물이 인간 수준의 감성과 지식을 가졌다는 것

(다만 이는 소설이니 허용될 부분이긴 하다),

 

그리고 '동물의 눈으로 본 전쟁'이라는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 것이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바뀐 주인,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던 친구 등의 죽음으로

 

전쟁터에서 방황하는 말의 모습은 확실히 잔혹하게 느껴졌고

(이게 말 시점이고 아동문학가의 작품이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썼으면 더 잔혹할 뻔 했다...),

 

그런 심각한 전개에 비해, 결말이 따뜻한 덕분에 아주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책이 작고 두께도 200페이지 정도로 얇아서 몇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그 만족도에 한 몫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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