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간 <붉은 여신 기사단> 1 - 스칼렛 나이트, NT Novel
모로호시 타카시 지음, 김지원 옮김, 파세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일단 작품의 내용은 책 소개와 제목에 나온 그대로다.

 

어딘가에서 버려지거나 방황하는 자들이 모여 구성된

 

'붉은 여신 기사단'.

 

그들은 세력을 펼쳐가는 강대국 '반델 제국'에서도 최강의 힘을 자랑한다.

 

하지만 기사단은 본래 그 제국 출생이 아닌 자들 천지라서

 

애국심이라 할 건 그다지 강하지 않은데다,

 

고위층들은 기사단을 야만하고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여기고 있어서

 

기사단이 제국 내에서 갖는 위치는 몹시 애매했다.

 

그 결과 고위층들은 은밀한 작당모의 끝에

 

기사단을 다신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보내버리기로 결정,

 

계략에 빠진 기사단은 마법에 의해 한 세기 전 왕국으로 날아가게 된다.

 

과거로 날아온 기사단 주인공들은 산 속에서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소녀를 구해주게 되는데,

 

그 소녀는 먼 옛날에 제국 손에 멸망한 나라의 왕녀였고

 

왕녀는 나라를 구해줄 증원군이 필요해서 주인공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왕녀를 돕는다는 것은 곧, 자신들이 속해 있던 제국과 싸운다는 의미!

 

하지만 왕녀를 가엾게 여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애초부터 제국에서 자신들은 무시당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그들이 제국과 맞서 싸우자는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로써 한 세기 전에서 싸움이 시작된다는 전개.

 

 

 

그렇다보니 주인공들은 '원래 살던 시대로 돌아갈 법을 찾는다'와

 

'왕국과 힘을 합쳐 제국과 맞선다'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작품의 스토리 방향성은 확실한 편.

 

그리고 비록 1권이고, '제국'이라는 강한 적과 싸워야 할 예정이라서

 

이번 권에서 제국에 그렇게 큰 타격을 준 건 아니지만 

 

위험이 도사리던 왕국을 구하고 악의 축을 몰아낸 결말 덕분에 완결성은 좋다.  

 

 

역사, 세계정세, 나라 분포, 등 갖가지 설정이 설명할 게 차고 넘치지만

 

작가님은 적당히 절제를 해서 필요한 것만 설명하고,

 

무기 설정처럼 설명이 필요한 건 중간이나 후반에 싸움 도중에 설명함으로써

 

도입부에서 설명이 주구장창 쏟아지는 것을 피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판타지물을 읽을 때면, 세계관 설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거나

 

나라와의 관계나 정세가 너무 복잡하면 읽기 어려웠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무척 편했고,

 

누가 악당이고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이해하기 쉬워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작가님의 문장력도 출중한 편이라서 심리나 행동 묘사도 안정적.

 

설정이 아직 덜 드러나긴 했지만, 설정도 나름 디테일한 편.

 

배경에 온천이 나온다고 하면, 그냥 거기 있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왕국에 화산이 분포해 있음을 사전에 언급함으로써

 

그곳에 온천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걸 납득시킨다.

 

 

분위기도 나름 진지해서 정통 판타지물인가 싶은데

 

그 와중에 개그, 모에를 놓치지 않고 챙긴다 ㅋ

 

일단 일러스트부터가 대부분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당장 표지의 히로인이 입은 갑옷만 봐도 딱 모에를 노린 디자인...ㅋ

 

(개인적으로 이 책을 산 이유더 저 표지에 혹해서였다...ㅋㅋㅋㅋ)

 

 

히로인의 언행을 보면 절로 다른 라노벨이나 애니에서 보던

 

그 '모에'한 이미지가 그려지고,

 

남자들이 여자들 목욕하는 걸 훔쳐보다 걸려서 벌받는다거나,

 

기사단 고참 한 명이 엄청난 요리치라서 그 여자 요리를 먹으면

 

모두 복통을 호소한다든가, 일본 서브컬쳐에 예전부터 익숙하게 봐온

 

코미디 요소가 나와서 일단은 웃게되더라 ㅋㅋㅋㅋ

 

그래도 그런 코미디는 분위기가 좀 풀릴 때만 나오고

 

진지할 땐 모두 진지해서 분위기가 흐려지는 일이 없는 게 다행 ㅇㅇ

 

 

 

이 작품 주인공들은 뭐라고 할까, '원피스'를 생각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웬만해선 싸움에서 밀릴 일이 없으며 무척 강하게 적들을 제압해버린다.

 

단 한 명이 그랬다면 '먼치킨'이라며 혀를 찼을 나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들이 어디까지나 '기사단' '팀'으로서 함께 행동하고

 

그 싸움 끝에 사악한 제국의 병사를 무찌르면서

 

핍박받는 시민들을 구해주는 전개다. 그래서 좋다!

 

덕분에 마지막 결투 씬이 짧게 휙휙 지나가고, 고비도 쉽게 해결됐음에도  

 

시시하거나 김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더라 ㅎㅎ

 

 

 

 

주인공 기사단의 총합 병력이 200명이나 된다는데

 

주연으로 나오는 인물은 극소수라서 당연히 그들 전부를 다루진 못했고

 

주연 3인방(표지의 남녀와, 표지에는 없지만 책사 위치로 있는 '시자리온'이라는 남자)을

 

제외하곤 비중있게 다뤄지는 인물도 많이 없는 편.

 

그래서 기사단 내에서 나름 입지 있는 조연들조차 과거 설명이 얕다.

 

표지에 나온 주인공 남녀를 제외하면 과거 설명이 한 문장으로 끝나는 수준.

 

하지만 이 책은 아직 1권이고 두께도 얇으니 그 정도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지루하게 과거 회상, 과거 설명으로 시간과 공간을 잡아먹지 않아서 좋았다.

 

즉, 조연들의 과거나 캐릭터성은 앞으로 차근차근 알아가면 될테니

 

이 단점은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하다못해 외모, 성격, 사용 무기, 주력 분야에 차별을 뒀으니 

 

캐릭터들의 개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주요 국가로 나온 것도 제국(적군)과 주인공들이 속하게 된 세임로사(아군) 둘 뿐이라

 

아직은 무대가 작다. 이 1권만 보면 세계에 저 두 나라만 있는 건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하지만 작은 덕분에 국가 정세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오히려 편하다.

 

무대는 앞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점점 넓혀주면 그만이니 걱정 없다.

 

 

 

다만 납득 못할 단점도 없진 않은데,

 

우선은 빠른 전개를 위해서인지 시간이나 장소가 빠르게 변화한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주인공들이 한 세기 전으로 떨어진 이후,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어디에서 떠도는 유랑 기사단 정도로 인식시킨 것.

 

그리고 자신들이 미래에서, 100년 뒤에서 왔다는 사실은

 

자신들을 도와주는 왕녀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랬을 터인데...

 

중간 부분을 보면 왕녀가 주인공들을 보며, '여러분이 살던 시대'라고 대놓고 언급한다.

 

다시 말해 주인공들이 어느 순간 왕녀에게 '우린 한 세기 미래에서 이곳에 떨어졌다'

 

라는 사실을 실토했다는 것. 하지만 소설 어디에도 그런 대사나 장면은 없었다...!

 

두께가 그렇게 두껍지 않으니 이 중간 과정을 제대로 써줬으면 좋았을텐데

 

어째서 생략했는지 아리송할 따름...

 

마치 애니화 되면서 분량 맞추려고 뺀 느낌이 들 정도로 어색하다.

 

 

그리고 100자평을 보니

 

'전체적으로 기사단이라는 큰 규모에 비해 갈등 하나 없이 이야기가 너무 빠르게 전개됨'

 

이라는 평이 있던데, 과연 그 말이 맞다.

 

기사단들은 모두 출신도, 들어오게 된 이유도 다르고

 

누군가에게 충성하며 모인 게 아닌, 마치 친구나 가족 같은 관계다.

 

그런데 이는 다르게 보면 그만큼 서로간의 가치관, 이해관도 다르고

 

같은 상황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일텐데

 

한 세기 전에 떨어졌다느니, 제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느니

 

여러 곤란한 상황이 반복돼도 기사단들은 '결속력'이 강하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한 큰 반발이나 별다른 갈등,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책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그 '결속력'에 감동해서 '그렇군' 하고 넘어갔는데

 

돌이켜보니 너무 어물쩡 넘어가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정리하자면, 설정이 아직 많이 설명되지 않았고 팀원간의 갈등도 크지 않고

 

전개도 빠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문장력도 좋고,

 

라이트노벨답게 모에나 개그도 놓치지 않았으며

 

주인공들의 목표나 한 권 내의 완결성도 확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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