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소녀 1 - NT Novel
카와사키 아타리 지음, 김지연 옮김, TEL-O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나름 이능력물 세계관이지만 이능력 '배틀물'은 아닌 작품.

 

일단 작품 설정과 스토리를 말하자면,

 

어린 나이부터 발현돼서 성인이 되면 사라지는 이능력, '베이그 틴'.

 

남자 주인공은 아침 등굣길에 한 여학생이 트럭에 치여 죽는 것을 목격하지만,

 

책 소개에 나온 대로 소녀는 '자신과 접촉한 사람의 생각이 반대로 이루어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기대, 생각을 배신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배신 소녀'!) 그 결과, 남자 주인공이 소녀의 맥을 짚으면서

 

'이 아이는 죽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소녀는 그와 반대로 멀쩡히 살아나게 되고,

 

그 소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우선 이 작품은 흔한 라노벨의 전형을 담습하는데,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금발 트윈테일' + '츤데레'

 

'안경 쓰고 이성적인 주인공의 조력자 친구'

 

'전학생'

 

'여동생' (+ 오빠를 무지 무지 좋아하는 여동생)

 

이 정도려나. 그렇다보니 이런 게 조금만 나와도 극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난 이런 걸 싫어하면서도

 

조금은 좋아하는 덕인지 무리없이 잘 봤다.

 

 

 

이 작품을 '이능력물' 말고 다른 것으로도 구분한다면 역시

 

'로맨틱 코미디'일 듯하다. 그런데... 이 작품 뭔가 묘하다 ㅋㅋㅋㅋㅋ

 

로맨틱 코미디의 식상하고 흔해빠진 전개로 흘러가는데

 

그 흘러가는 과정이 좀... 괴랄하달까 ㅋㅋㅋㅋㅋ 

 

뭔 소리냐면, 우선 첫 번째,

 

아침 등굣길(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알고보니 같은 학교(직장)에 다녀서 앞으로도 계속 만날 사람이었더라,

 

그래서 입학(출근) 첫 날에 서로를 알아보게 됐다, 하는 전개.

 

아마 살면서 다들 몇 번은 봤을 거다.

 

이 책에도 그 전개가 나온다.

 

여자 주인공이 전학을 왔는데 남자 주인공이 '앗! 너 아침의 그!'하고 생각하고

 

여자 주인공도 남자를 알아보는...

 

근데, 그 남녀가 서로를 알아보게 된 '우연한 만남'이라는 게

 

'아침에 트럭에 치여 죽고 다시 살아났는데, 그 사고 현장에서 서로 얼굴 본 사이'다 ㅋㅋㅋㅋ

 

뭔가 무서워 ㅋㅋㅋㅋㅋ

 

 

아니면 두 번째, 라노벨과 애니에 흔해빠진 그 장면,

 

남녀가 엎치락뒤치락하다 실수로 남자가 여자 가슴 만지고 쓰러지는 장면.

 

이 책에도 그게 나온다.

 

근데 그게...

 

5층 학교 건물 옥상 난간이 부러져서 남자가 추락,

 

남자도 죽을 판국에, 하필 그 밑을 걷고 있어서 깔려 죽을 뻔한 여자가

 

능력으로 겨우 죽음을 면하고, 대신 그 충돌로 몸이 부딪히면서 가슴에 손이 가게 됐다는 거...;;

 

 

로맨틱 코미디의 흔한 전개 두 개가 모두 '죽음' '생사의 갈림길'에서 벌어진다니 ㅋㅋㅋ

 

뭔가 클리셰를 무섭게 비트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ㅋㅋㅋㅋ

 

 

 

전개도 내 기준에선 나쁘지 않았는데,

 

여주인공의 능력은 타인과 접촉하면 발현되고, 이게 잘못하면 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접촉을 꺼리고,

 

사람들이 친절하게 다가와도 그걸 모두 기피했다.

 

그 결과 외톨이가 되었는데,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그녀를 외톨이 신세에서

 

구해주려 하는 내용! 마지막도 훈훈하게 끝나서 기뻤다 ㅎㅎ

 

 

 

또 다른 좋았던 점은 문체.

 

특별히 아름답고 수려한 단어로 감정이나 풍경을 묘사했다는 게 아니다.

 

그냥 평범하다. 그런데 그 단어의 선택이나 배열, 감정의 묘사가 굉장히 내 취향이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한테 사랑의 감정을 품은 것이 서술될 때 ㅎㅎ

 

난 예전부터 로맨틱 코메디를 좋아하는 탓에 이런 부분이 달달해서 마음에 들었다 ㅎㅎ

 

(그래서 이 작가님 책 더 없나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배신 소녀' 1, 2권 정발된 게 전부네...)

 

 

 

 

다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점만 있었다면 별을 5개 줬겠지만,

 

아쉽게도 전부 좋았던 건 아니다.

 

 

우선 첫 째로, 캐릭터의 공기화.

 

남자 주인공에겐 여동생이 둘 있고,

 

학교에는 같은 동호회 선배도 있다.

 

헌데 이 세 사람의 비중이 몹시 적다...

 

그나마 역할이라면 주인공의 결심을 세워주는 도우미 역할?

 

그것으로도 확실히 존재 의의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둘 째는, 너무 흔한 포지션.

 

이 책의 분위기는 딱 일본 서브컬쳐스러운데,

 

대표적으로 '학교의 아이돌'이란 존재가 그렇다...ㅋ

 

여학생 하나에 추종파 남학생들이 부하처럼 따르고,

 

남자 주인공이 그 여학생과 붙어 있는 걸 보면 추종파 남학생들의

 

수군거리는 대사가 쭉 나열되는 건 기본,

 

반에서 여왕 급 존재인 여학생이 남자 주인공을 사랑하고 있는데

 

남주는 눈치없게 그걸 몰라준다든가, 너무 전형적인 '츤데레' 속성도 나오고...

 

그냥 이래저래 라노벨에서 너무 흔한 포지션이 나온다.

 

그나마 이 작품이 '능력 때문에 고독함에 빠진 여주인공을 거기에서 구해주자!'라는

 

나름 진지한 전개였으니 망정이지, 그런 전개도 없었으면 그냥 흔해빠진 책이라고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셋 째는 얇은 두께와 잦은 줄바꿈.

 

개인적으로, 라노벨은 얇거나 / 적당하거나 / 두꺼운 게 있다고 본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얇은 책'에 속한다. 그런데 얇은 데 더불어

 

주인공의 1인칭 독백이 툭하면 줄바꿈으로 나뉘거나,

 

시점이 다른 인물로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특수 기호가 나오면서

 

페이지 수가 많이 잡아먹힌다.

 

그래서 비슷한 두께의 라노벨보다 더욱 얇은 느낌이다.

 

다만 주인공의 1인칭 독백 줄바꿈은 그렇게 싫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게, 독백이 줄바꿈으로 쓰이면 그 문장을 끊어읽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심정이 한 문장, 한 문장으로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그것만 보면 줄바꿈은 그렇게 해가 됐다고 보기 애매한데,

 

이 책이 얇게 된 결정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게 바로 이제 나올 네 번째 아쉬운 점.

 

 

네 번째는 바로, 전개의 디테일 부족.

 

그러니까, 능력자의 수용 시설이 있고, 수용 시설에서 여주인공을 노리고,

 

여주인공을 구하러 가는 등, 후반부에 꽤 극적이고 위험한 전개가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너무 짧게 지나가버린다.

 

 

납치됐을 때의 습격 장면을 묘사한다거나, 주변에 위험이 도사리고

 

누군가 사라지면서 변화하는 일상, 구하러 가는 과정 등을

 

좀 더 세밀하게 묘사했으면 좋았을텐데도 그러지 않았다.

 

다시 말해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것.

 

 

'왕이 죽고 왕비도 죽었다'가 '스토리',

 

'왕이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왕비도 죽었다'를 '플롯'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의 전개는 그 둘 중 하나로 보자면 '스토리'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부분을 자세히 보여주면 좋을텐데 얼핏 보여주고 마는 식.

 

 

 

한 권에 들어간 내용은 확실히 라노벨 한 권으로 내놓기 딱 좋은 분량이라서

 

중간 과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여러 장면이나 상황을 첨가했더라면

 

책이 적당한 두께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얇다. 줄바꿈 덕에 얇고, 중간 과정을 생략하거나 흐지부지하게 넘겨서  

 

더욱 얇게 느껴진다. 그 결과, 진지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절정 파트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마무리 됐다...

 

 

 

다섯 번째는, 설정의 디테일 부족.

 

이 작품은 뭐랄까, 설정이 좀 단순하다.

 

능력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있다는 설정은 납득이 가는데,

 

그 수용 시설의 설정이 좀 단순...

 

시설에서 하는 일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다 실험하다 잔다,

 

이렇게 단순하게만 언급되고 수용 시설의 위치, 규모,

 

내부 관리자들의 직책 등도 자세히 나타나 있지 않다.

 

(가장 높은 사람이 있고, 그 밑으로 부하들이 있다는 게 전부려나?)

 

수용 시설에서 능력자를 잡으려고 나온 사람들도 그냥 '검은 양복'이라는

 

적당한 표현으로 어물쩡 넘어간 탓에, 검은 양복 신사들이 휙! 나타나서

 

누굴 잡아가고 사라지는... 다소 어린이 만화 같은 느낌...

 

이능력자에 대해서도 '최근에야 존재가 밝혀졌고, 대부분은 마술 트릭 수준의

 

재주만 부릴 줄 알아서 다들 짜고 치는 쇼, 가짜라고 생각한다'라고 나와서

 

이능력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이능력으로 인한 이 작품 세계만의

 

특이한 점도 '수용 시설' 말곤 거의 없는 편...

 

애당초 이능력 설정 자체도 '어린 나이에 발현, 대부분은 성인이 되면 사라진다'

 

라는 게 전부고 그 이상은 거의 없다.

 

즉, 이 작품은 '설정' 면에서 여러모로 허전한 구석이 많은 느낌.

 

 

 

여섯 번째는, 납득이 부족한 전개.

 

중간에, 이능력 탓에 등장인물 중 하나가 어린아이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내용이 나온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이로 인한 해프닝을 다루거나, 다시 고교생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다루고도 남았을텐데, 이 책에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다.

 

그러니까, 그 초등학생 모습으로 어려진 고등학생을 보고 반 친구들이

 

그냥 귀엽구나, 누구 동생이냐, 하고 어물쩡 넘길 뿐 그 이상을 취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려진 학생 본인도 '날 빨리 원래대로 돌려놔!'라고 따지지 않고 그냥 산다...;;

 

아무래도 작가가 어려운 전개를 일부러 피하려고,

 

상황은 웃기게 만들어놓고 수습은 대충 넘긴 듯하다...

 

또, 여자 주인공이 자기 능력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입을까봐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외롭게 살아갔는데,

 

주인공들이 그런 여자 주인공을 고독에서 구해주기 위해 애쓴다.

 

거기까진 납득이 가는 전개다.

 

그런데 나중엔 그 여주인공의 능력을 없애는 방법을 알아내려 한다.

 

물론 '능력이 사라지면 더 이상 외롭게 지내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당연한데,

 

주인공들의 생각이 거기에 이르게 된 과정이나 계기가 없다.

 

한 마디로, 너무 갑작스러운 급전개라는 것...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모든 것이 너무 갑자기 진행되는 느낌이다.

 

두께도 얇은 김에, 분량을 늘려서 그 갑작스러운 걸 납득 가게 전개시켰으면 어땠을지...

 

 

 

일곱 번째는,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

 

음... 이게 무슨 소린지 말하려면 스포일러를 해야 되는데,

 

난 지나친 스포일러는 피하는 주의라서 그건 못 하겠다.

 

그냥 간단하게 말하자면,

 

"'오해'를 하게 된 이유"가 너무 억지스럽게 짜여진 느낌?

 

단적으로 보면 치밀하고 예상 못한 전개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이 전개 넣으려고 굳이 앞에 그 설정을 한 거야?'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리하자면,

 

설정은 단순하고, 캐릭터 포지션은 너무 흔하고,

 

몇몇 캐릭터는 비중이 거의 공기인데다

 

후반부는 전개가 너무 빠르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려서 흐지부지한 느낌...  

 

 

어째 단점이 정리하다보니 7개나 돼서 이거 완전 망작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 난 이걸 재밌게 봤다. 전개가 너무 급전개라서 그렇지, 내용은 꽤 만족스러웠고

 

주인공 두 사람의 로맨스도 마음에 쏙 들어서 얼른 2권을 보고 싶은 심정.

 

항상 책이 얇으면 '빨리 읽을 수 있어서 좋네!' 하고 생각하던 내가,

 

이 책 만큼은 '좀 더 두꺼웠으면 오래 읽을 수 있었을텐데!'하며 아쉬워했을 정도다.

 

'단순한 설정', '급전개'라는 단점은, 다르게 생각하면

 

글을 읽으면서 머리를 심하게 쓰거나 정신이 피폐해질 일은 없을테니  

 

가볍고 편하게 읽기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 리뷰가 다소 중구난방이 됐는데, 결론은 이 책은 재밌었다.

 

그야말로 '가볍게 읽기 좋은 책'.

 

마지막 챕터에서 대놓고 속편암시가 나오는데다

 

주인공 커플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니 2권을 찾아봐야 겠다 ㅎㅎ

 

(절판이지만 중고로 어떻게든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