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희 1
타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애란 옮김, 에나미 카츠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난 총을 쥔 여자를 좋아한다.

 

'강한 여성'의 대표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래서 좋다 ㅇㅇ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거부할 이유 없이 중고책을 찾아 읽었는데,

 

일단 설정,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마법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어느 날 신이 그런 인간들을 보고 노하여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헌데 신은 어디까지나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거지,

 

마법을 없애버린 게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인간의 몸 안에는 여전히 마력이 남아 있었다. (일반인, 어린아이까지도)

 

시대는 철과 산업의 시대로 접어들고,

 

인간들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분투한 결과

 

'은'이 마법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

 

은으로 만든 '카트리지(총알, 탄창 쯤 된다)'에 각기 다른 마법을 저장하고

 

총을 쏨으로써 이 마법을 발동하는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마법사'는 모두 총을 쥐고 다니며, 

 

그들을 부르는 명칭도 '마총사'이다.

 

 

그런 세상에, 책 제목이기도 한 '총희'라는 무기가 있는데,

 

이 총을 쏘면서 한 가지를 언급하면, 그것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무기다. 식물을 말하면 세상에서 식물이 사라지고,

 

나라를 말하면 그 나라가 사라지는 것.

 

마총사인 주인공은 수녀인 누나, 마총사인 동료와 함께

 

'총희'를 훔치고 달아난 악당이자 원수를 잡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그런 배경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니 간단히 말하면 숙적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소년의 이야기인데,

 

아쉽다면 아쉬운 건 이런 설정이 굉장히 흔하다는 느낌인 것...

 

하지만 이 책이 정발된 건 2006년, 일본에서 원작이 나온 건 2004년인지라

 

연도를 감안하면 '흔하다'는 말은 실례될지 모르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나을 듯.

 

 

작품 분위기로 말할 것 같으면, 네 가지가 섞여 있다.

 

'진지함'

 

'로맨스'

 

그리고...

 

'개그', '모에'...!!!

 

 

죽은 아버지를 위한 복수심, 왕국을 멸망시킨 세력에 대한 복수심 처럼

 

진지하고 잔혹하면서 현실적인 구석이 많다. (진지함)

 

그러면서 주인공 동료 중 한 명인 마총사(표지의 여인)가

 

은근슬쩍 주인공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게 보인다. (로맨스)

 

난 이 작품이 소재, 설정도 그렇고, '복수'나 '사랑' 같은 

 

예로부터 흔히 쓰인 플롯을 가지고 있기에 당연히 진지할 줄 알았다.

 

그리고 진지하긴 한데... ㅋㅋㅋㅋ

 

의외로 곳곳에 개그가 판을 치고

(일단 수녀인 누나부터가 엄청난 음치라서 성가를 부르면 꽃이 시들고

날던 새가 기절한다...)

 

남동생 바보인 수녀 누님이 툭하면 그 특유의 큰 가슴으로 주인공을 껴안다보니

 

코피가 터진다든가... 동료 마총사가 자기 가슴과 수녀 가슴을 비교하며

 

괜히 수치심을 느낀다든가... 뭔가 요즘 서브컬쳐에서도 자주 보던 분위기가 펼쳐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ㅋㅋㅋㅋ

 

심지어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작가님은 여성이시면서도

 

스쿨미즈, 브루마, 거유, 빈유 등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셔서

 

일러스트레이터 분께 치마를 더 짧게 그려서 허벅지가 보이게 해달라든가

 

하는 말씀을 하셔서 조금 부끄럽기까지 하셨다나...;;;

 

여성 덕후 중에도 남자처럼 모에, 에로 성향이 있는 덕후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작가님이 그 유형이시구나...

 

 

아... 아무튼 작품 분위기 얘기는 이 쯤 해두면 될 듯하다.

 

설정은 위에서 말한 대로이고,

 

진지하고 잔혹한 과거사가 있는가 하면

 

개그 캐릭터, 모에 포인트까지 갖추고 있다.

 

설정도 치밀하고, 건물 안에서 풍겨오는 기름냄새라든가

 

매일 총만 손질하느라 피가 굳고 거칠어진 손가락의 묘사도 사실적이고, 

 

주인공이 셋 뿐이라서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으며,

 

챕터별 스토리도 나쁘지 않은데다 복수심을 품은 인물의 심리도

 

납득이 가서 몰입하기 좋았다. 또한 챕터 1은 남자 주인공,

 

챕터 2는 수녀 누나, 챕터 3은 동료 마총사가 중심으로 다뤄지는 덕에

 

구성 자체도 나쁘지 않고 캐릭터를 한 명씩 이해하기도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모든 게 그렇게 조화롭게 구성되지 못했다는 것.

 

진지하다가 갑자기 웃기고, 웃기다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부분이 몇 군데 있고,

 

배경 설정은 디테일하지만, 한편으론 복잡하게 느껴지기 쉽고, 

 

그게 한꺼번에 설명돼버려서 이해하거나 따라가기 조금 힘들었다...

 

(총이나 마법에 대한 설정은 그렇다 치고, 국가간의 관계, 국가의 역사 같은 건 좀...)

 

또한 마지막 챕터 3은 스케일이 커질 것 처럼 보이다가

 

생각보다 싸움이 간단하게 끝나버려서 살짝 김이 샌 기분...

 

 

 

음... 그래서 만족도는 애매한 편이다.

 

하지만 의문을 상당히 여럿 남긴 상태로 끝났고,

 

흔한 표현이긴 하지만 '주인공들의 모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에

 

일단 다음 권을 계속 보고 판단해야 겠다.

 

(3권 까지 사놓은 게 있으니 안 읽으면 아깝기도 하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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