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소년이 모험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추가로, 책 자체는 600쪽 정도지만 본편은 441쪽에서 끝나고 그 뒤로 약 160쪽은 작품에 인용된 동화나 환수에 대한 설명이다.)

 

2차 세계대전 배경에, 병으로 엄마를 잃고,

 

아빠는 새 엄마랑 새 아이까지 가지면서 잘 살고,

 

그 모습에 더욱 화가 난 와중에 독일군이 집을 폭격,

 

바로 그 때 정원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그곳으로 달려가보니

 

자신이 어느새 판타지 세계에 빠지게 되어, 그곳에서 모험을 한다.

 

다만 그 '판타지 세계'에 떨어지는 게 93쪽까지 가서야 일어나기 때문에

 

요즘 그 흔한 이세계 라이트노벨처럼 전개 빠른 작품을 원한다면 싫어할 수도 있다.

(당장 우리 집에 있는 이세계물 라이트노벨을 펼쳐보니, 18쪽만에 주인공이

사고로 죽고 이세계에서 눈을 뜬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그 모험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이

 

작품의 핵심이기 때문에, 도입부의 92쪽 분량은 주인공의 심리나

 

가정환경을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해서 결코 헛되지 않는다.

 

특히 나는 그 92쪽 분량이 마음에 들었는데,

 

엄마를 잃고, 아빠가 새 엄마랑 잘 살고 있는 모습은 제 3자인 내가 봐도

 

주인공처럼 화가 날 지경이라서, 판타지 세계는 관심도 가지 않고

 

그 가족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계속 읽어댔다.

 

또한 이 작품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데,

 

내가 다른 영화, 만화, 소설 등에서는 본 적 없는 전쟁 당시 풍경을

 

한 가족의 어린 아이 시점으로 잘 나타내줬다.

 

이를테면, 나치 독일의 가스 테러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방독면을 소지했고,

 

이에 따라 어린 아기도 쓸 수 있는 아기용 방독면이 아기 침대에 있었다든지,

 

폭격기가 저공비행해서 건물을 쉽게 조준할 수 없도록

 

쇠사슬을 열기구로 공중에 띄워서, 저공비행하는 전투기가 부딪혀 추락하게끔

 

만들었다든지... 전부 처음 보는 얘기라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 2차 대전 설명이 지나가고, 93쪽에 이르면 그 순간부턴

 

왕국, 숲, 늑대인간, 사냥꾼 등이 살고 있는 동화나 신화가 섞인 듯한

 

판타지 세계가 펼쳐지게 되는데, 일단 이 부분은 '잔혹 동화'라 부를만 하다.

 

물론 동화에서도 마녀를 불태워 죽인다든가 하는 잔인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이 작품은 도끼로 목을 썰어서 피가 튀는 묘사는 물론,

 

화살에 맞아서 부들부들 떨리던 몸이, 결국 숨이 끊어지면서 멈칫한다든가

 

누군가 죽고 죽임당하는 묘사에 디테일한 공을 들였다...

 

심지어 현실의 동화가 작중에 더욱 현실적이거나 무섭게 각색되기까지 해서

 

이 소설은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 부를만하다.

 

 

모험은 그야말로 괴물, 사냥꾼, 백마탄 기사, 등이 나타나는 판타지이고

 

판타지 세계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둡다보니 주인공이 마음 푹 놓고 지내는

 

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극적 긴장감은 나쁘지 않은 편.

 

또한 주인공 소년 '데이빗'과 동행하는 조력자의 수가 한 명 정도 뿐이라서

 

주인공 캐릭터가 그렇게 많지도 않다.

 

그 덕분에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복잡해지는 단점도 없다.

 

 

또한 평범한 소년이었던 주인공이 점점 강해진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면서, 주인공이 '성장'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익히 봐온 작품들에선 잠재력이 있다느니, 선택받았다느니 하면서

 

그냥 원래 강하거나 어느 순간 강해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 소년이 전사로, 어른으로 거듭났다는 것이 느껴져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결말도 결국 주인공과 그 가족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두 설명해주면서

 

막을 내리는 깔끔한 형식이었고, 화려한 문체 없이 담담하게 결말을

 

이야기해주니 무척이나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읽어본 책 중 결말을 읽으면서 따스함을 느껴본 건 이게 처음이 아닐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복선이나 반전 같은 게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

 

그리고 작품에 차용된 동화의 양 또한 적다는 건데

 

443쪽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부록'을 읽어보니 작품에 인용된 동화들은

 

모두 주인공의 과거사, 가정환경, 심리와 연관된 것들로만 선별됐다고 하니

 

그렇게 아쉬울 점은 없고, 비록 작품 속 모험이 내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결말에 이른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마음 속 빈 틈이 채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